Travel/방랑일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오주만세 2016. 10. 23. 22:50








대학 3학년 때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열심히 다른 것들에 몰두해 있을 때 잠깐 사회봉사 활동 카페에 가입해 같이 활동한 적이 있다. 

오해하지 마라..절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용 봉사 활동이 아니었으니..20회 넘게 봉사 활동 나갔지만 남들은 정작 봉사 활동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봉사 활동 확인증 같은 걸 받아본 적도 없다.


내가 봉사 활동을 한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사람들 만나며 따분함을 떨치기 위함이었다. 사회봉사 같은 헌신적인 활동을 하는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래도 속물 같은 사람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대책 없이 지내던 3학년 겨울방학 중 어느 날 반년 전에 졸업한 여자 후배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은 안되고 할 일도 없고...그냥 신세 타령 하는 전화였다.


마침 며칠 후 재활원 아동들을 위한 봉사 활동 약속이 잡혀 있어서 후배에게 같이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었다. 그런데 그 후배 하는 말이..


예전에 봉사 활동 한 번 했었는데 그런 곳에서 불쌍한 사람들 보고 그러면 괜히 나는 그래도 잘났다는 우월감 같은 게 느껴져서 싫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봉사 활동하며 남을 돕는 일을 하는데 무슨 우월감을 느끼고 그런다냐...참 별 일이네..  이렇게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여행..특히 동유럽과 동남아 같이 한국보다 현저히 못 사는 (물질적인 면에서) 나라를 보게 되며 그 후배의 얘기가 머리 속에 자꾸 떠오른다.. 혹시 내가 이런 못 사는 나라들을 떠돌아 다니며 자기 만족 하는 건 아닌가.....


물론 내가 동유럽 동남아와 같은 나라들을 주로 방문하고 오래 머무는 것은 물가가 싼 이유가 가장 크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래서 항상 겸손해야지 하는 생각도 늘 명심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의 사진들.. 또는 인터넷을 검색해 찾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들..거기엔 항상 현지인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 사진들을 보면 난 가끔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위 사진은 옛날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사진인데 사진에는 명품백을 든 돈 많아 보이는 관광객들이 헐벗은 현지인들을 마치 동물원에서 동물들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리고 그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라오스 농키아우에서 만난 그리스인은 담배를 피우러 잠깐 집 밖으로 나온 거동도 불편한 한 할아버지의 사진 찍지 말라는 끈질긴 요구에도 결국 사진을 찍고야 말았다. 여기 아프리카에서 만난 프랑스인도 사진 찍지 말라는 현지인들의 반응에도 끝내는 몰래 몰래 사진을 찍고 다닌다고 한다. 


나는 궁금하다. 왜 그렇게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아이들은 귀엽다고 혹은 가난한 사람들은 신기하다고 찍으면서 서유럽 북유럽이나 영미 지역 같은 곳에서는 아이들과 사람들 사진을 안 찍는 것인지....


지금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많은 블로그들을 검색해보고 봤었지만 대부분 똑같다. 같은 사람의 블로그인데도 부유한 나라에선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만난 사람들의 사진 뿐이고 아프리카에선 길거리의 랜덤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덧붙인다. 순수한 사람들, 아이들이라고......


내가 그렇게도 사진 찍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난 특히 가난한 나라에 왔을 땐 사진기를 들이미는 것에 유달리 조심스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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