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Africa

NAIROBI, KENYA (나이로비, 케냐)

오주만세 2017. 1. 14. 00:40


NAIROBI




 

나이로비(Nairobi)케냐의 수도이다. '시원한 물'을 뜻하는 마사이 '에와소 니이로비(Ewaso Nyirobi)' 또는 '엥카레나이로비(Enkarenairobi)' 에서 현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나이로비의 인구는 25십만에서 3백만 정도로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해발 1700m로 이 지역에서 가장 고지대에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1899몸바사캄팔라를 잇는 우간다 철도 건설을 위한 조달 기지로 세워진 것이 유래가 되어 20세기 초 전염병과 화재 이후 완전히 재건되어 오늘날의 대도시에 이르고 있다. 1907영국령 동아프리카 보호령의 수도가 되었고 1963케냐의 독립과 함께 케냐의 수도가 되었다.



Nirobbery 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나이로비로 왔다. 사실 별 관심이 없던 도시이고 오고 싶지도 않았지만 아프리카에서 남아공을 제외하고는 거의 유일하게 한인 마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추장을 사려는 목적으로 왔다. 하지만 결국 이집트 카이로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추장을 사려는 미션은 fail...

아프리카의 가장 발전한 대도시 중 한 곳인 나이로비 이지만..동남아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런 곳은 별 의미가 없다..게다가 아프리카 사람들은 동양인만 보면 조롱을 하거나 어떻게든 돈 뜯어내려고 환장을 하거나...대부분 둘 중 하나인 거 같다.



어제 국경을 넘자마자 1500실링에 예약한 모얄레 버스를 타고 나이로비로 간다.

출발하기 전에 구멍가게에서 1.5리터 생수와 과자 몇개를 샀었고...숙소에 짐을 찾으러 왔다가 한 모금 마신 생수병을 계단 위에 올려 놓고 잠깐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누군가 그새 계단에 놓아둔 내 생수병을 훔쳐갔다...태어나서 물 도둑맞기는 처음이다. 암튼 아프리카에 오니까 별별 일이 다 있네...숙소 직원과 일행들에게 내 물 못 봤냐고 물었지만 다들 모른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구멍가게로 가서 생수를 다시 사고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에는 우리 일행 말고는 모두 현지인들이었다. 아..현지인들 말고 짐칸엔 닭들도 타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 닭 여러 마리를 바구니에 넣어 온 아저씨가 있었는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파다닥 거리는 닭들을 버스 옆 짐칸에 하나씩 집어 넣고 있다. 혹시 저녁 식사 대용으로 데리고 가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모얄레스타 라는 회사의 버스 상태는 그냥 그럭저럭...아니 이 후에 가게 될 다른 아프리카에선 보기 힘든 평범한 버스였다.


버스는 모얄레에서 2시 쯤에 출발했다.



모얄레에서 나이로비 가는 길은 험난한 비포장 도로이고 16~17시간 쯤 걸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게 왠 걸...우리가 가는 길은 아스팔트가 쫙 깔린 깨끗한 포장 도로였다. 정말로 나이로비로 가는 13시간 정도를 한 번도 덜컹거리지 않았다.  오오 고맙다 중국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문으로만 듣던 험난한 오프 로드를 한 번 쯤 달려보는 것도 괜찮았을텐데..하는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괜히 걱정했잖아...




아무튼 모얄레에서 나이로비로 가는 길에 보이는 차창 밖 풍경은 지루하단 생각 밖에 안 들었다.




밤 10시 쯤이 되었을 때 어느 마을에 들려서 휴식을 취하며 식사를 했는데...버스에 내릴 때 부터 동네 꼬마애들이 우리 일행을 보더니 계속 칭총 칭총 거린다..밥 먹는데도 식당 밖에서 쳐다보면서 칭총 칭총 이러고..밥을 다 먹고 밖으로 나왔을 땐 앞에서 쿵푸 하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일본인 단은 화가 많이 났는지 한 대 때려주려는 듯 손을 머리 위로 휙 드니까 꼬마애들은 칭총 칭총 거리며 우르르 도망치는 것이 참 얄밉다....혼 내주려고 마음만 먹으면 쫓아가서 귀싸대기 한 방씩 날려줄 수도 있었지만 그냥 상종을 하기 싫었다. 에티오피아에서도 그렇고 무슨 동양인이 이렇게 아무 이유없이 웃음거리가 되어 있는건지..참...


그리고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땐 비포장 길이라서 버스에서 잠들기 힘들다고 하던데...도로 상태 보다 시끄럽게 틀어 놓는 음악 소리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중간에 일본인 단이 운전사에게 가서 음악 좀 줄여달라고 2~3번 얘기 했었는데 얘기하면 잠깐 소리를 줄였다가 어느새 또 나이트클럽 마냥 시끄러운 음악이 새벽 버스에 울려 퍼진다..



휴게소에서 한 30분 쉰 뒤에 다시 버스는 달려 새벽 3시 쯤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버스가 정차 한 곳은 나이로비 동쪽의 버스 회사들이 몰려있는 변두리 지역이었다.

도로가 새로 깔리기 전 이었으면  16~18시간 걸려서 이른 아침에 도착 했을텐데 우리 일행은 모두 아침 6시 쯤에 도착하는 줄 알고 왔는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이걸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버스 운전 기사가 갈 곳 없으면 버스에서 아침 6시까지 머물다가 가도 된다고 한다.  사실 난 너무 피곤해서 버스 정류장 부근의 숙소에 들어가 그냥 쉬려고 했는데..일본인 중국인 일행들은 버스에서 있다가 가자고 해서 어쩌겠나..같이 아침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버스에는 한 10여명의 승객들이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 신기하게도 난 이런 땀냄새가 진동을 하는 좁고 눅눅한 버스 안에서 있기 힘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들 좌석에 비스듬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버스 밖으로 나와 어두컴컴한 거리를 서성이다가 문이 연 식당으로 들어가 밀크티 한 잔 마시고 화장실을 찾다가 나이트클럽을 발견..안에 들어가 볼 일을 보고 다시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버스 안에 들어가 보니 어느새 중국인 일본인 일행도 비좁은 버스 내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한 상태로 자고 있었다. 나는 다시 버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며 부랑자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 서 있었다.


마침내 아침 6시쯤이 되었고 버스 회사 직원이 오피스에서 나오더니 버스 안에서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웠다. 이제 숙소를 찾아 가야 하는데..일본인 단이 자기가 아는 일본 여행가가 묵고 있는 숙소가 있다며 그 곳으로 함께 가자고 한다.

나이로비 롯지 뭐시기 하는 숙소였다. 일본인들에게 인기 많은 숙소였고...솔직히 왜 인기 많은지 모르겠다. 싸지도 않고 시설은 진짜 최악...중국인들은 하루만 묵고 다른 곳으로 옮겼고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틀만 있을거라 그냥 있었다..하지만 진짜 비추천이다. 훨씬 깔끔하고 저렴한 숙소가 널렸는데..쩝..

암튼 나이로비 롯지 뭐시기 라는 숙소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5~6km 떨어져 있는데...야간 버스를 타고 와서 피곤해서 걸어가기는 절대 무리고..택시를 탈까 하다가 내가 일단 큰 길 쪽으로 가보고 버스가 있으면 타고 없으면 택시를 타자고 했다.

 


한 10분 걸어서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메인 도로를 찾았고 미니밴 버스들이 정차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우리의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찾을 수 있었다. 미니밴...게다가 안에 좌석 공간은 어찌나 작던지...베트남 버스보다 작은 공간에 아프리카의 거구의 사람들이 구겨져 들어가 있는 버스라니...참 이해하기 힘드네...

거기다가 여기 나이로비의 버스들은 장거리 버스나 시내 버스나 한결같이 버스 내에서 음악을 클럽 마냥 시끄럽게 틀어놓고 있는지 진짜 시끄러워 미치는 줄 알았다. 헌데 이런 열악한 실내 공간의 버스이지만 와이파이는 된다는 것이다.....아마 나이로비는 버스도 개인이 운행할 수 있는건가..도저히 시에서 운행하는 버스라고 생각할 수 없는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첫째 날은...뭘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그냥 잠깐 밖에 나가 패스트 푸드 식당에서 비싼 닭다리와 맛 없는 햄버거 먹고 ATM을 찾아 아프리카에서 쓸 미국 달러와 케냐 실링을 각각 출금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ATM을 찾아 갔을 때는 단이 아는 일본인 친구와 함께 갔는데 이 친구는 나름 여행도 많이 했던 모양인데 나이로비의 치안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 하는 듯 했다. 처음 숙소를 나갈 때도 내가 옆으로 메는 가방을 메고 나왔더니 나보고 제 정신이냐며 가방 놓고 오라고 한다.. 가방 도둑 맞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길거리에선 단 돈 1달러도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한다....덕분에 나까지 나이로비에 있는 내내 모든 일에 조심스러웠다. 

결과적으로 나이로비에선 아무런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기 사람들은 돈은 무진장 좋아하는구나' 하는 건 확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NAIROBBERY 라는 별칭이 괜히 붙여진 것은 아닐 터이니..조심해서 나쁠 건 없을 듯 하다...기분 때문인가..확실히 거리 분위기는 좋은 편은 아니다..



그리고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하다가 조심스러운 일본인이 안내해 준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 소고기와 팔라우를 먹었다. 그야말로 국거리 고기들..원래 아프리카 사람들이 질긴 고기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너무 질기고 퍽퍽해서 ....대충 다 먹긴 했는데 턱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둘째 날 별 특색없는 대도시 나이로비에서 유일한 목적이었던 고추장을 사러 갔다. 일본인 단과 중국인 리는 둘이서 뭐 슬럼 투어를 간다고 하는데..난 정말 투어는 질색이고 더군다나...아무리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슬럼이라고 해도..슬럼을 일부러 가서 가난한 사람들 구경한다는게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투어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그걸 구경 하겠다고 가는 사람들이나...


아무튼..고추장은 한인 마트에서 살 수 있고..미리 구글 검색을 통해 위치를 파악해 놓은 뒤 야야 센터라는 쇼핑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숙소로 나와 힐튼 호텔 쪽으로 간 뒤 길을 건너 버스를 탔다. 그리고 야야 센터 근처에서 버스에서 내렸는데...우연히 반대쪽에서 버스를 타고 있는 리와 단이 나를 보고 소리를 치길래 내리라고 한 뒤 같이 한인 마트를 찾았다.

아휴..그런데 숙소에 있을 때 인터넷 검색을 좀 확실히 할 걸....한인 마트...어딜가나 그렇지만 어디 골목 구석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우리는 한참을 찾다가 사람들에게도 물었는데 미용실 직원이 자기가 안다고 저 쪽으로 가보라고 해서 한 20분을 걸어 갔더니 한인 마트가 아니고 중국 마트였다..--; 아 더워 죽겠는데....결국 한인 마트 찾아서 고추장 사는 건 포기하고 야야 센터 건물 내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신라면 2봉지만 사고 2층에 있는 중국 식당에서 볶음면을 먹었다...아휴.. 



세 명이 들어가서 주문을 했는데 내 볶음면은 리와 단이 자기들 음식을 다 먹고도 10분이 지나서 나왔다...참나..이런 식당 제일 짜증난다...디저트로 망고 쥬스도 마시고..좀 쉬다가 허탈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에 다른 중국인 커플인 제이슨과 몽짱은 깨끗하면서 약간 비싼 호텔로 옮겼는데 아침에 중국 마트에서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핫팟) 재료들을 산 뒤 조그마한 인덕션으로 요리해서 우리에게 대접해 주었다.

아프리카에서 만난 제이슨과 리 그리고 몽짱은 내가 중국 외 지역에서 만난 중국인 여행가들 중에 가장 정감가는 애들이었다.



그리고 셋째 날 갑자기 감기에 걸렸는지 몸이 안 좋다...몸에는 열이 나고..이거 혹시 말라리아 걸린 건 아닐까.......컨디션이 영 안 좋아 하루종일 숙소에서 그냥 있다가 저녁에 야간 버스를 타고 키수무라는 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또 웃긴 것은 길에서 사진기로 사진을 찍으면 사람들이 화를 낸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나를 찍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쇼핑몰 건물을 찍어도 뭐라 하면서 지우라 그런다..무슨 도시 전체가 국가 기밀인가..사람들 찍는 걸 뭐라 그러는 건 납득이 가지만 쇼핑몰 건물이 무슨 정부.. 군사 기밀도 아니고 뭐야...

뭐 솔직히 나이로비도 그렇고..이 후 아프리카에선 사람들이 워낙 사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가방에서 사진기를 좀처럼 꺼내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뭐라 안 그래도 나처럼 투어를 안 하면...어차피 찍을 것도 별로 없다...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