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Africa

KISUMU, KENYA ( 키수무, 케냐)

오주만세 2017. 1. 15. 18:23





KISUMU



키수무(Kisumu)는 케냐의 도시로, 니안자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355,024명(1999년 기준)이다. 해발 1,131m에 달하는 지대에 위치한 항구 도시이며 케냐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케냐 서부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케냐에서의 두 번째 도시 키수무..에티오피아의 아와사와 비슷한 분위기지만 나에겐 훨씬 좋았다. 나이로비는 물론이고 케냐에 오는 관광객들의 목적은 오로지 사파리 공원이겠지만 키수무 같은 조용한 소도시를 방문 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전혀 아프리카 같지 않았던 나이로비와 천지 차이다.



아와사에서 만났던 일행들 중 제이슨과 몽짱 커플은 나이로비에서 며칠 더 머물다가 중국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다른 중국인 리는 케냐에서 타자니아의 킬리만자로로 바로 간다고 해서 나와 일본인 단 둘이서 키수무에 왔다. 원래 단은 그냥 바로 나이로비에서 우간다로 넘어간다고 했는데 솔직히 케냐에 와서 국경 마을 모얄레 잠깐..그리고 아무 특색 없는 나이로비만 둘러보고 바로 우간다로 가는 건 좀 너무하다 싶어서 내가 꼬셔서 우간다로 가는 중간에 있는 키수무라는 도시를 찾아서 같이 가자고 꼬셨다. 단도 쓸데없이 사파리 따위는 안 했으니 아쉽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같이 가자고 단을 꼬시긴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나는 가뜩이나 나이로비에 온 이 후로 밤의 쌀쌀한 날씨 덕분인지 감기에 걸려 혹시 말라리아가 아닌가 노심초사 하면서 있는 마당에 단은 키수무까지 야간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나는 아침에 버스를 타면 아프리카 케냐의 자연 경관도 볼 수 있고 피곤하지도 않다고 하니 단은 숙박비 하루를 더 아낄 수 있다고 야간 버스를 타자고 한다...--; 아이고....여기서 숙박비 얼마나 한다고....괜히 같이 가자고 꼬셨나...가뜩이나 나이로비는 있고 싶지 않아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데..단에게 이번만 야간 버스 탄다고 한 뒤 같이 숙소 근처에 있는 버스 회사 오피스에 가서 버스표를 예매했다.

그리고 난 하루종일 몸이 안 좋아 숙소 카우치에 누워 책을 읽고 단과 중국인 일행은 기린 본다고 무슨 동물원을 갔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에 아프리카도 지역에 따라서 추운 곳도 있다고 얘기는 들었지만 나이로비에서 감기에 걸리다니..이거 말라리아 아닌가 정말 걱정이 많이 됐다. 숙소에서 골골대고 있을 동안 단과 중국인들은 기린 동물원에 갔다가 5시 쯤 돌아왔고 숙소에서 4시간 쯤 더 있다가 버스를 타러 나왔다.

낮에 버스 회사 오피스에서 티켓을 예매할 때는 오피스 바로 앞에서 버스 타는 거라고 했는데 와 보니까 버스가 없다..버스를 찾아 헤매다가 다른 버스 회사 직원들이 우리 티켓을 보더니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냥 주위를 어슬렁대는 젊은 놈 하나가 우리를 안내해 주겠다고 우리가 탈 버스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줬다. 한 5분 쯤 떨어진 곳인데..역시나 여기 데려다 주고는 팁 달라고 한다. 뭐 그래도 덕분에 안 헤매고 찾아왔으니..1달러 짜리  한장 줬더니 엄청 좋아하더라..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버스는 출발...밤이라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려 아침 5시 반 쯤 키수무에 도착했다.



시간이 참 어정쩡하네....하지만 다행스럽게 여기서도 이른 아침에 갈 곳 없는 사람들을 위해 버스 회사 오피스 내의 벤치에서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적응력 강한 단은 또 귀신같이 바닥에 신문지 깔고 누워 잠을 자고..나는 밖에 나와서 아침 해 뜨는 걸 구경했다.



7시 쯤 까지 있었나...대충 날이 밝고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에 나온 걸 보고 오피스 바닥에 퍼져서 자고 있는 단을 깨우고 숙소를 찾아 갔다. 맵스미 어플을 통해 숙소 몇 군데가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운 좋게도 꽤 괜찮은 숙소를 찾았다. 와이파이도 잘 되고 깨끗한 트윈 베드룸...그리고 물도 잘 나온다..ㅎㅎ 단과 각각 6~7달러 정도 냈나..숙소 이름은 LAKE VIEW GUEST HOUSE ..바로 옆에 LAKE VIEW HOTEL도 있는데 호텔은 와이파이가 없다고 한다.

숙소는 잘 찾았는데..너무 일찍 와서 체크인을 하려면 2~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2층 발코니에서 앉아 콜라 한 병씩 마시며 있었다.




1시간 쯤 지나 게스트 하우스 직원이 우리보고 기다리면서 쉬라고 더블베드 룸을 제공해주는 호의까지 보여줬다. ㅎㅎ

11시 쯤 체크인을 한 뒤 나는 밀린 빨래가 있어서 숙소 직원에게 혹시 세탁기 있냐고 물으니까 당연히 그런 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버스 회사 오피스에서 숙소를 찾아올 때 우연히 본 세탁소 간판이 생각나서 빨래를 비닐봉지에 가득 담아서 그 세탁소로 갔다. 세탁소 아줌마는 내 빨래물을 보더니 혼자 계산기 막 두둘기고선 세탁 요금 80달러라고 한다. --; 아ㅋㅋ 내가 그래서 뭐 드라이 크리닝 하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고 그냥 세탁기 물빨래 하는 거란다..근데 왜 80달러? ㅋㅋㅋ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냥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직원에게 어이없는 세탁소에 관해 얘기했더니 옆에서 청소하던 숙소 직원이 자기가 빨래 해준다고 3달러 달라고 한다.

솔직히 티셔츠 몇 장 바지 한 벌인데..내가 컨디션만 좋았어도 충분히 빨고도 남는 거고 좀 깨끗이 빨고 싶어서 세탁기를 찾은 것이기도 하고....그냥 귀찮아서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갔더니 단은 또 자고 있고...키수무에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라 빨리 뭐라도 구경하자고 단을 깨운 뒤 밖으로 나왔다.



명색이 케냐에서 나름 큰 지방 도시라고 하지만...시골 읍내 마을 같은 곳이다.



밖으로 나왔다가 금강산도 식후경...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물고기 요리를 먹었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잡았는지 아니면 중국이나 인도의 양식장에서 들여온건지 모를 물고기를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음식이다.



밥을 다 먹으며 지도를 보고 하마 구경하는 곳을 발견...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근데 하마 구경하고 나면 키수무에서 달리 할 것도 없기에 그냥 천천히 걸어가려 했는데 단은 힘들다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가자고 한다. 그래서 오토바이 택시에 둘이 같이 타고 하마 보러 출발..



하마 보는 곳에 왔는데 하마가 없다....우리 말고도 하마 보러 온 교복입은 케냐 학생들도 있었는데...하마는 어디 있는지...찾다가 현지인에게 물으니 지금은 하마가 물 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고 4시간 쯤 기다려서 저녁이 되야 밥 먹으러 나온다고 한다. 호수 한 가운데를 멀리서 보니까 하마 같은 물체가 보이기는 하는데...그것이 하마인지..아니면 호수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인지..알 수가 없다...그렇게 실망감을 안고 호수 주위를 걷다가 발견한 네 발 달린 동물!!



열심히 쓰레기들을 뒤지고 있는 동물..저건 임팔라!?

아까 밥 먹으며 지도를 볼 때 여기 여기 하마 관람 포인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임팔라 공원이 있던데...여기도 임팔라가 쓰레기 뒤지고 있네..



나는 멀리서 호수 구경하고 있는 단에게 여기 임팔라 있다고 소리쳤다. 단은 신나서 이 쪽으로 달려왔고..우리 둘은 열심히 이 네 발 달린 동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헌데 옆에 앉아있던 현지인이 우리를 보더니 그거 임팔라 아니고 염소라고 한다...--;

이 현지인이 염소하고 하기 전까지는 우리에겐 이 동물은 임팔라 였고 그것으로 만족해 있었는데...염소라는 한 마디를 들으니까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한가지 깨달음이 있었다.

일체유심조 라고..아무리 흔한 염소라도 임팔라라고 생각하고 보면 임팔라인 것이고 사실 이게 염소면 어떻고 임팔라면 어떻겠냐..임팔라 본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니고...생각 하다 보니 케냐에서 쓰잘대기 없는 사파리 따위 안 하고 온 내가 참 대견스럽고 슬기로웠던 것 같다. 까짓꺼 동물 몇 마리 차 타고 다니면서 본다고 뭐가 달라질까..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나 고양이 보는 것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암튼 이렇게 하마는 보이지 않는 하마 관광 포인트를 보고 이제 다시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그야말로 황토길이다.



하마가 없는 하마 포인트에 열심히 주변 학교에서 견학을 오는 모양이다. 학교 버스가 계속 먼지를 일으키며 오고 있었다.





찾았다..임팔라 공원...근데 난 아프리카에 오면서 이런 야생 동물을 보려면 돈 내고 동물원 같은 곳을 가야만 한다는 걸 상상도 못 했다...사파리라는 게 따로 있는 건 알았지만 ...

암튼 별로 관심은 없지만 임팔라라도 좀 볼까..하고 들어갔더니 입장료를 내라고 한다...그것도 무려 1만원 가까이 되는 입장료다. 헐...



아프리카까지 와서 동물 보러 돈 내고 동물원에 가야 하나..쩝....그냥 입구에 있는 노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서 벤치에 앉아 쉬었다.



마침 앞을 지나가던 꼬마애들이 단과 나를 보고는 신기한 듯 뚫어져라 쳐다본다..그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칭총 칭챙총 총총





그리고 시내로 천천히 걸어오다가 보이는 쇼핑몰에서 아이스 커피 한 잔 씩 마시고....



공원에 왔다. 공원 내에 있는 건의 사항 함은 건의를 안 받겠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공원 안에는 관광 인포 센터도 있었다.. 우리는 그냥 심심해서 들어가 봤는데...인포 센터 직원 아저씨는 구글 위성 지도를 한 장 보여주며 키수무에 대해 설명을 한다..--; 아 괜히 들어왔네...



공원 한 바퀴 돌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멀리 보이는 빅토리아 호수....







숙소에서 방에 들어가 인터넷하며 한 2시간 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식당을 찾다가 버스 회사들 모여 있는 곳 근처에 있던 고기집을 생각해 내고 그 곳으로 갔다. 거기서 치킨반 소고기반을 시켰는데 치킨 하나 소고기 하나를 갖고 왔다...--; 아 놔...그렇게 많이 배고픈 것도 아니었는데..하는 수 없이 각자 2인분씩...게다가 단은 식당 주인의 꼬드김에 넘어가 맛 진짜 없는 팔라우까지 시켰다.. 결국 팔라는 한 스푼씩 먹고 그대로 남겼다..

 왠지 당한 거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 날....


단이나 나나 키수무가 마음에 든다고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사실 아프리카에 와서 이렇게 조용한 편한 도시는 처음이고 이렇게 훌륭한 ...가격 대비..숙소도 처음이었다. 인터넷도 잘 되고...일단 여기서 그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로 했다.



암튼 둘째날...단은 숙소에서 인터넷 하고 나는 몸 상태는 나이로비에 있을 때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혹시 몰라서 근처 병원에 가서 말라리아 검사를 했다.

말라리아 검사 받는데는 한국돈으로 6000원 정도 들었고..2~3시간 후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이 어정쩡해서..숙소 돌아왔다가 단과 함께 라면 끓여먹고...



시간 맞춰서 다시 병원으로 가 검사결과를 보니 당연히 음성...괜히 걱정했네...
























그리고 저녁엔 숙소 근처 좀 둘러 보다가 식당에서 맥주와 치킨 먹었다. 그리고 셋째날 키수무를 떠났는데..아 진짜 야간 버스 그만 타고 싶은데..여기서 우간다 캄팔라 가는 버스는 야간에 밖에 없다고 하는 듯 하다...뭐 말라리아도 안 걸렸으니..그리고 여기 키수무에서 푹 쉬었으니...다시 야간 버스 타고 캄팔라로 간다...








마지막 날..버스 시간 기다리며 아침 점심 저녁 라면 끓여 먹고..일본인 단은 냉장고에서 몰래 소세지 꺼내서 먹고 식빵 사다가 잼 발라 먹고...석양 지는 걸 보고..이렇게 편히 쉬다가 키수무를 떠났다. 그래도 실망스러웠던 아프리카에서 각 나라에 도시 한 군데씩 마음에 드는 곳은 찾았던 거 같다.

키수무 안 들리고 아무 의미 없는 나이로비만 보고 케냐를 떠났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