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Africa

IRINGA, TANZANIA (이링가, 탄자니아)

오주만세 2017. 1. 28. 17:41




IRINGA





이링가는 탄자니아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이링가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112,900명(2004년 기준)이다. 고등 교육 시설이 많으며 라디오 방송국 2곳과 TV 방송국 1곳이 있다.



마침내 아프리카의 마지막 도시...이링가에 왔다. 이링가에 오기 전까지는 여행을 계속 이어가 남아공과 나미비아 까지 가야하는지 아니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가야하는지 결정하지 못 했었지만, 이링가에 오면서 미친놈 하나 만난 계기로 아프리카를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구매하게 되었다. 

차라리 육로로 리비아나 튀니지 그리고 서아프리카 까지 여행이 가능했다면 계속 했을지도 모르겠지만...동아프리카는 내 방식대로 여행하기엔 힘들기만 하고 뭐 그렇다..다 똑같고.....나라 마다 일괄적으로 비자 대금 50달러씩 받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이동하기 힘들고 이동해 봤자 뭐 그냥 그렇고.....하루도 빠짐없이 길거리에서 듣게 되는 칭총 칭총 차이나 차이나... 아무 이유 없이 조롱해대는 것도 1달이 넘으니까 지겹다.




카하마를 떠나기 전 날 ..카하마에서 이링가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러 버스 터미널에 갔다. 정말 이 놈의 버스 시스템 좀 제대로 해놓지..버스 회사는 여러 곳인데 스케쥴표 같은 건 없고...요금도 부르는 대로 제각각이고....가끔 요금표라고 붙여진 건 모조리 2~3배 넘는 바가지 요금이고....참나...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덕분에 터미널에는 버스 회사 삐끼들 십여명이 항시 호객행위 중이다. 첫 날에는 버스 회사 3군데 정도를 알아보고 그 중에 제일 저렴한 버스가 4만 실링이라는 걸 파악해 놓고..버스 터미널 입구에 있는 노점에서 염소고기 꼬치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는데..한 청년이 와서 이링가 가는 버스는 3만 실링이라고 귓뜸 해준다.


그래서 그 청년 따라 갔는데 오피스 안 에서는 또 3만5천 실링 이라고 말을 바꾼다. 참나.....그래도 4만 실링보다 싸니까..버스 상태야 다 그게 그거고..한 번 쨰려보고 그냥 3만5천 실링에 예약을 했다. --;

그리고 다음 날 6시에 떠나는 버스를 타러 아침 5시 반에 숙소에서 나와 버스 터미널로 갔다. 왠일인지....20분 밖에 지연 안 되고 6시 20분에 출발한다. 참...이 버스는 바로 이링가로 가는 버스가 아니라 NJAGA라는 중간에 있는 도시 까지만 가는 버스이다. NJAGA 까지는 2시간이 채 안 걸릴 정도로 가까우니까 오래 기다리지 않고 출발한 듯 하다..


이 쪽 동네는 아직 중국의 따스한 손길이 아직 닿지 않아서인지..가는 길은 울퉁불퉁 험난했다...NJAGA 라는 마을에 도착은 했는데...이링가로 가는 버스는 바로 있지 않고 또 마냥 기다리라고 한다....아오...

그냥 버스회사 매표소 앞에서 앉아있다가 섰다가 하면서 기다리다가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담배를 무는 순간.....어디서 또 '칭총 헤이 차이나 차이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지긋지긋한 소리..그 놈의 칭총..

내가 이상한 건가 아니면 나한테만 사람들이 이러는 것인지.. 


아프리카에 와서 중국인 일본인 일행들 6명이서 함께 다닐 때도 ...일본인 단과 다닐 때도..혼자 다닐 때면 더더욱 길에서 괜히 시비 걸고 놀리는 인간들이 많다. 아프리카에 온 이 후로 하루라도 칭총 소리를 듣지 않은 날이 없고, 괜히 옆에 와서 돈 달라면서 시비 거는 인간들도 셀 수 없이 많이 만났다.

여기 NJAGA 버스 터미널에서 마주치게 된 인간은 약이나 술에 취한 듯 헤롱헤롱 대는 반쯤 풀린 눈을 해서 나에게 다가와 담배를 구걸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 갑을 꺼내 담배 한 개비를 주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담배갑 통째로 가져가려 움켜쥐는 바람에 황당해서 그냥 안 주려고 다시 주머니에 넣자마자 또 다시 구걸을 시작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한 개비 주고 버스 오피스 앞의 벤치에 가서 앉았다.

그런데 이 쓰레기놈이 담배 한 개비 들고 가는 게 아니라 날 따라온다. 옆에 서서 계속 칭총 칭총 차이나 차이나 이러다가 또 쿵푸 하는 흉내를 낸다. 나보고 한 번 겨뤄보자고 하는 듯 때릴 것 처럼 시늉을 하는 데 진짜 어이가 없어서 ... 한 10분을 내 앞에서 쿵푸 흉내 내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보면서 다 웃기만 한다.

이런 술취한 미친놈이 사람 많은 데서 엠병짓 하고 있는데도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이 다 재밌다고 낄낄대면서 보고 있는데 화가 나서 미치는 줄 알았다. 내 앞에서 쿵푸 흉내 열심히 내더니 이젠 버스 오피스 안으로 들어가 큰 소리로 칭총 칭총 뭐라고 그러고...진짜 뭐 이딴 새끼가 다 있지...

결국 한 30분 동안 버스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의 놀림감이 된 후에 이링가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 쿵푸 흉내 내던 미친놈도 짜증났지만 옆에서 낄낄대며 구경하던 인간들도 만만치 않게 짜증났다.

아...아프리카가 이런 곳인가.....이링가로 가는 버스 내에서 더 여행 해봤자 좋은 꼴 못보겠구나 하며 빨리 아프리카를 떠날 생각만 했다.







사막 황무지에 널려 있는 바위들을 보며 밤 9시가 넘어서 이링가에 도착...이링가에는 호스텔이 한 군데 있어서 그 곳을 찾아갔다. 가로등이 꺼져있는 어두컴컴한 밤길을 긴장하며 걸어 도착한 간판도 없어 한참을 주위에서 서성이다가 겨우 찾은 호스텔..안에는 불이 켜 있는데....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왠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나를 보고 사정없이 짖어댄다. 아 ㅅㅂ 뭐야 진짜..계속 문을 두들겨 봤지만 아무도 나오지는 않고 ...멀리 집 안에는 희미하게 사람들이 있는 듯 한데...내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갸우뚱 이 쪽을 쳐다보기만 하고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암튼 이 호스텔 앞에서 1시간 동안 개 때문에 못 들어가고 문만 두들기며 있다가 겨우 용기를 내서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예상대로 서양 코쟁이 젊은 애들 대여섯 명이서 술 쳐먹고 있었다. ㅅㅂ 문 좀 열어주지 ..그리고 이 호스텔 원래 주인은 영국인인데 지금 휴가 중이라 현지인 젊은 청년이 대신 호스텔을 봐주고 있는 듯 했다.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호스텔을 봐주는 청년도 나를 볼 때마다 뭘 사달라 사달라 맥주 사달라 바나나 사달라 하루에도 몇 번씩 뭘 사달라고 구걸을 하는 탓에 여기서는 이틀 묵으며 항공권 예약만 하고 다른 숙소로 옮겼다.




숙소를 지키고 있던 개 두마리...보니까 사람을 엄청 무서워한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앞 다투어 도망가고.......첫 날엔 왜 그리 짖어댄거냐..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물론 볼 건 아무 것도 없고....둘 째날 밥을 먹으러 나왔다가 무슨 조그마한 민속 박물관 옆에 음식점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음식점 안에 들어가 보니 주인은 서양 아줌마던데 메뉴판을 보니까 엄청 비싸다...거의 로컬 음식점의 비슷한 메뉴의 두 배 정도..그래도 좀 깨끗한 음식 좀 먹어볼까 하고 아줌마가 추천해주는 치킨을 시켰는데....이렇게 닭고기가 레어로 나오는 경우도 있나? 안은 새빨갛게 핏물이 줄줄 떨어지는 걸 보니까 어디 냉동닭을 해동도 안 시키고 바로 오븐에 구운듯 하다..아 조금 먹다가 웨이터 불러서 이거 뭐냐고 ㅅㅂ 다시 해오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전자레인지에 돌렸나? 익지도 않은 걸 다시 갖고 온다. 아오 개짜증...캄보디아 캄퐁톰에서 겁나 비싼 햄버거 먹던 게 생각이 난다..아휴 서양인이 개도국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은 절대 들어오는 게 아니다.

결국...아프리카의 주식은 저 감자 튀김이니까 감자 튀김만 줏어먹고 나왔다.










시장 가서 망고도 사 먹었었는데 안 잘라져 있는 말랑말랑한 망고를 먹으려니 저 모양이다. 그래도 칼로 잘라 놓은 건데...








그나마 이게 이링가에서 가장 큰 볼거리일까...언덕에 있는 어떤 바위였나? 뭐 그런건데...숙소에 있는 인도 여자애랑 같이 갔다가..입장료 내라 그래서 그냥 다시 내려왔다. 뭘 개뿔 같잖은 것 까지 입장료를 내래 ㅋㅋ 어이가 없어서...2~3천원이었던 거 같은데....솔직히 돈 아까운거 보다 괘씸해서 안 봤다.









뭐 그냥 근처에 있는 시장 보고..



로컬 음식점..아니 어떤 호텔에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 먹고..숙소 다른 곳으로 옮겨서 2~3일 더 지내다가 항공권 날자에 맞춰서 다르에스살람으로 떠났다.



다르에스살랑에서 또 하루 묵고....공항으로 버스 타고 가서 비행기 타고 아프리카를 떠났다.



솔직히 얘기해서 내가 잘 못 생각하고 온 탓이 크다. 그냥 아프리카는 투어....동물 투어나 킬리만자로 투어 화산 투어 같은 거 말고는 괜히 기분만 상하고 힘들게 이동해 가도 뭐 거기서 거기고 아프리카의 20~30개 되는 국가 중에 달랑 5개국만 둘러봤지만 왜 국경 이동하면서 입장료 50달러씩 내는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다 비슷하다.

생각해보면 길거리에서 '칭총 칭총챙 차이나' 소리치면서 시비 거는 놈들만 없으면 아프리카 여행이라는 거 자체에 의의를 두고 르완다나 보츠와나 남아공까지 계속 이어갔겠지만 하도 승질이 나서 ..... 

아마 나중에 여행 같은 거 힘들어서 엄두 못 낼 나이가 되면 투어 관광으로 오던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