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방랑일지

관광지는 언제나 유감

오주만세 2017. 4. 7. 13:24









어떻게 하다보니...

원래 세상 사는 것이 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관광지 리조트 휴양지를 왔다.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 이라는 곳..


야자수 그늘 아래 펼쳐진 의자에 앉아 바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 원두막에 서양 청년 두 명이 와서 원두막에 설치되어 있는 해먹들에 올라가 눕는다.

그리고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들을 30분 간 크게 떠들어 댄다. 억양을 보니까 영국에서 온 여행자인척 하는 배낭 멘 관광객이 분명한데...대화 내용을 엿들어 보니 이 곳에 와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 듯 보였다.


그러다가 껌 과자 선그라스와 같은 온갖 잡동사니를 담은 나무판을 목에 건 5~7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애가 그 두 명의 관광객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이 곳 해변가에서 영혼 없는 관광객들에게 물건을 파는 잡상인 중 하나인 듯 한데...해먹 위에 앉아서 헛소리를 해대던 남자애 둘은 어린 꼬마애를 보고는 신기해서인지 옆에 붙잡아 놓고 이것 저것 꼬치꼬치 캐묻는다.


이거 해서 얼마나 버냐?

엄마 아빠는 뭐하냐?

이거 얼마에 갖고 와서 얼마에 파는거냐?


전혀 진지하지 않은 태도로 재미거리를 발견한 마냥 둘이서 키득키득 대면서 어린 아이를 갖고 조롱해댄다.

그렇게 한 15분 간 두 서양놈들의 장난거리가 된 꼬마애는 더 이상 상대해주기 귀찮은듯 다시 한 번 물건을 사라고 재촉하고 음료수 병과 과자들을 그들에게 내민다.


이렇게 10분 넘게 붙잡혀서 장난거리가 되었으니 당연히 뭐 좀 사주겠다는 꼬마애의 기대와는 달리 두 서양놈은


no, go away ....


그에 대한 꼬마애의 대답이 더 가관이다.


mother fucker


이렇게 한 마디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


두 서양 젊은놈들은 그 욕마저도 재밌었는지 한참을 낄낄댄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던 내가 뭐라고 해야했을까...


그냥 씁쓸한 마음에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이번엔 나에게 한 현지인이 바구니를 들고와서 내 옆에 쭈구리고 앉아 마사지를 받으라고 한다.


massage good you happy


난데없이 나타난 마사지 장사치에 기분은 안 좋았지만..최대한 공손하게 웃으며 방금 마사지 받고 와서 괜찮다고 했더니

계속해서 마사지 받으라고 재촉한다. 아니 내가 마사지 안 받겠다는데 왜 자꾸 자기가 난리치지?


massage good you happy

massage good you happy


똑같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계속해서 싫다고 했더니 갑자기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노려보면서 캄보디아 현지어로 뭐라고 투덜대는데 느낌상 욕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서 바구니에서 꺼냈던 오일통과 수건을 다시 바구니 안으로 던져넣으며 계속 뭐라고 하는데..


참 신기하다. 왜 가만히 있는 나에게 와서 시비를 거는걸까.....


나는 관광지는 싫다.

푸켓? 코사무이? ..태국에 총 7~8개월 있으면서도 남부 바닷가 해변 리조트는 얼씬도 안 했다.

왜 관광지가 싫으냐고?


그렇게 묻는 사람에게 되묻고 싶다.

너가 여행가라면 이런 곳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느냐고.....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인간들이 총집결한 것 같은 곳에서 어떻게 즐거울 수 있는거지..



2017년 3월 23일 시하누크빌 해변에 앉아 ..그리고 불쾌한 기분에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오며..











'Travel > 방랑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경을 넘지 말았어야 했는데  (0) 2018.04.28
방콕의 고양이  (0) 2017.04.27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1) 2016.10.23
와이프를 구하는 중국인..  (0) 2016.09.19
모험가가 꿈이었다.  (1) 201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