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방랑일지 13

첩첩산중..

게을렀던 여행 준비 중국 사천성에서 다시 한국에 온지 3달.. 11월쯤 부터 다시 여행 계획을 세웠다. 먼저 중국 비자를 신청하고 영상 찍어서 유튜브에 올릴려고 액션캠도 샀다. 고프로가 가장 쉬운 선택이었지만 그냥 좀 특이한 거 사고 싶어서..오즈모 라는 중국 DJI 회사에서 나온 액션캠을 구매.... 그리고 악세서리가 필요해서 무슨 무슨 패키지 다 하니까 거의 100만원에 육박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왠만한 악세서리가 없으면 쓰질 못 하고...내가 해양 스포츠라던가 격렬한 액티비티를 하는 것도 아닌데..차라리 봤두었던 200만원 정도 하는 캠코더를 살 걸 그랬나..후회가 된다. 액션캠은 말 그대로 액션을 하면서 찍는 영상 위주로 쓰는 물건인듯 한데...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번 써본 결과...영상 수준이..

Travel/방랑일지 2020.03.07

국경을 넘지 말았어야 했는데

점점 중국과 베트남 사이의 국경으로 가까워져간다. 쿤밍에 있을 때만 해도 이대로 중국을 떠날거라 상상도 못 했었는데 무엇인가에 이끌려 국경도시 허커우에 도착한 순간 깨달았다. 지금 어쩌자고 동남아로 가려 하는건가? 계속해서 자문하지만 명확한 대답은 찾을 수가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국경을 넘어 베트남에 입국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빛은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고스스로 자기 발로 지옥으로 들어온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운가. 허기를 채우려고 아무 식당에 들어가 쌀국수를 시키고거무틱틱하고 끈적거리는 나무젓가락으로 국수를 한 입 먹는 순간 중국보다 비싸고 맛대가리 없는 형편없는 쌀국수의 맛을 음미하며 깨달았다. "아 젠장..어쩌다가 여기를 왔지..?그냥 중국에 남아 있었어야 했는데..빌어먹을..국경을 넘지 말..

Travel/방랑일지 2018.04.28

방콕의 고양이

보름 후에 있을 친척 동생의 결혼식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귀국행 비행기를 타러 다시 찾아간 방콕... 마침 송크란 축제를 맞아 베트남 친구도 방콕으로 왔기 때문에 같이 수쿰빗의 숙소에서 5일간 머물렀다. 건물 내에서는 절대 금연이라는 엄격한 숙소 정책 덕분에 숙소를 나와 길가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작은 무언가가 빛나는 눈동자로 옆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 느꼈다. 고개를 숙이고 그 빛나는 눈빛을 마주했더니 아주 작은 내 주먹만한 아기 고양이가 내 움직임을 살피며 경계하고 있었다. 이 곳 태국도 한국 못지 않게 길고양이들이 사람을 무척이나 경계한다. 고양이를 볼 때마다 가까이 다가가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하나같이 걸음아 날 사려라 하며 도망가는 걸 보면 개들의 천국 태국에서 고양이들..

Travel/방랑일지 2017.04.27

관광지는 언제나 유감

어떻게 하다보니...원래 세상 사는 것이 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것...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관광지 리조트 휴양지를 왔다. 캄보디아의 시하누크빌 이라는 곳.. 야자수 그늘 아래 펼쳐진 의자에 앉아 바다 구경을 하고 있는데 바로 옆 원두막에 서양 청년 두 명이 와서 원두막에 설치되어 있는 해먹들에 올라가 눕는다.그리고 별로 듣고 싶지도 않은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들을 30분 간 크게 떠들어 댄다. 억양을 보니까 영국에서 온 여행자인척 하는 배낭 멘 관광객이 분명한데...대화 내용을 엿들어 보니 이 곳에 와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인 듯 보였다. 그러다가 껌 과자 선그라스와 같은 온갖 잡동사니를 담은 나무판을 목에 건 5~7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애가 그 두 명의 관광객 청년들에게 다가갔다. 이 곳 해변가에서 ..

Travel/방랑일지 2017.04.07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대학 3학년 때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열심히 다른 것들에 몰두해 있을 때 잠깐 사회봉사 활동 카페에 가입해 같이 활동한 적이 있다. 오해하지 마라..절대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용 봉사 활동이 아니었으니..20회 넘게 봉사 활동 나갔지만 남들은 정작 봉사 활동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봉사 활동 확인증 같은 걸 받아본 적도 없다. 내가 봉사 활동을 한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사람들 만나며 따분함을 떨치기 위함이었다. 사회봉사 같은 헌신적인 활동을 하는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래도 속물 같은 사람은 없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대책 없이 지내던 3학년 겨울방학 중 어느 날 반년 전에 졸업한 여자 후배 동생한테서 연락이 왔다. 졸업은 했는데 취업은 안되고 할 일도 없고...그냥 신세 타령 하는 전화였다...

Travel/방랑일지 2016.10.23

와이프를 구하는 중국인..

콜로미이아에 다시 와서 숙소에서 중국인을 만났다. 웨일스 출신의 영국인과 리비우에서 만나 같이 콜로미이아로 왔다고 한다. 보통 중국인들은 우크라이나에 15일 체류 기간의 비자를 신청하는 듯 했는데 이 중국인은 기간이 더 긴 비자를 신청했는지 1달 가까이 있는 듯 했다. 셋이서 함께 차를 마시다가 중국인이 우유 사러 간다고 나간 사이에 웨일즈 영국인이 한 마디 한다. "저 중국 친구 와이프 구하느라 정신이 없어 ㅋㅋㅋ" 그리고 껄껄껄 웃는다. 순간 태국에서 만나 흥미에도 없던 술집과 나이트 클럽으로 나를 끌고 다녔던 중국놈이 생각난다. 그 놈도 태국에서 신부감 구한다고 난리였는데... 리비우에서 콜로미이아라는 소도시로 온 이유도 웃긴다. 리비우나 키에프 같은 대도시 보다는 비교적 낙후 된 곳으로 가서 절망..

Travel/방랑일지 2016.09.19

모험가가 꿈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우크라이나 시골 마을의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를 본다.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키릴 문자로 된 메뉴들..동구권 국가들을 10달 가까이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키릴 문자는 읽을 수 있지만 그 문자들로 이루어진 단어의 뜻은 전혀 알지 못 한다. 잠시 골똘히 메뉴를 보며 이해하려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피보(맥주)와 보쉬(수프) 뿐..하는 수 없이 오늘의 식사 운은 하늘에 맡긴 채 적당한 가격 대의 메뉴에서 고른다. 너무 싼 메뉴를 시키면 형편없는 음식이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고 너무 비싼 음식을 시키면 낭패를 볼 수 있으니..딱 중간 가격 대의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점원의 반응을 본다.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뚱딴지 같은 걸 시킨 것은 아니구나.이제 가만히 테이블 앞에 ..

Travel/방랑일지 2016.09.15

관계를 의심하다..

태국에 머물며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는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과 알 수 없는 매력같은 요인도 있고..사람 사이에 우연히 발견되는 공통점들로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국에 온지 3달이 넘어가며...수 많은 이해할 수 없는...아니 오히려 너무 명확히 이해가 되기 때문에 씁쓸한 관계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치앙 마이에서 프래라는 곳을 들렸다가 떠나는 날...버스 터미널에 가 버스표를 사고...심심한 버스 터미널...매점에서 담배 한 갑 사며 5바트 사기 당하고...찜찜한 기분으로 담배를 물고 플랫폼에서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뭐라고 지껄이..

Travel/방랑일지 2016.03.17

맹인과 함께 밥을 먹다

이발을 하러 밖으로 나와 인도인들이 바글대는 인도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고 숙소로 되돌아 가던 중 난데 없이 장대비가 쏟아진다...한 10분만 걸어가면 숙소인데..단 1분도 비 맞으며 걷기 싫을 정도로 내리는 비에 사람들은 모두 건물 안이나 처마 밑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나도 잠시 노점이 펼쳐놓은 파라솔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한다.생각해보니 마침 끼니를 떼울 시간도 됐고..엄연히 장사하는 노점에서 자리 차지 하고 있기 뭣해서 의자에 앉아 볶음 누들을 시켰다. 주문을 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아줌마 한 명이 지팡이를 더듬이며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와서 앞에 앉는다. 이 아줌마가 항상 앉던 자리였나보다..인도 타운 초입인 이 지역은 길거리에 맹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분명 부근에 맹인들 커뮤니티 같은 ..

Travel/방랑일지 2016.03.17

웃기는 상황

레스토랑에 들어가 40바트 짜리 볶음밥을 시켜놓곤 1시간째...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핸드폰으로 hts를 보며 1틱에 20만원씩 사라지는 걸 보고 있으니.... 1틱 2틱 3틱 4틱... 밥 한 숟가락 떠먹을때마다 1틱.... 아직 장중이긴 하지만 하루만에 실수 한 번에 직장인 월급이 날아가네 그리고 내 앞의 40바트짜리 볶음밥은 왜 이렇게 초라한지.... 괴롭다 괴로워

Travel/방랑일지 201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