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China

HEZUO, CHINA (허쭈오, 중국)

오주만세 2014. 6. 5. 00:06

 






HEZUO (合作, གཙོས་གྲོང་ཁྱིར།)



 

허쭤 시(한국어: 합작시, 중국어: 合作市, 한어 병음: Hézuò Shì) 는 중화 인민 공화국 간쑤 성 간난 티베트족 자치주의 현급 행정구역이다. 넓이는 2670km2이고, 인구는 2007년 기준으로 90,000명이다. 허쭤 수도원과 미라레파 탑, 랑상마이오 사원과 모스크가 있는 곳이다. 허쭤 돼지라는 돼지를 사육한다.



 조르가이에서 마음 속에 걱정만 가득 안고서 향했던 허쭈오. 

뤼얼까이의 평원은 홍원에서부터 개에게 쫓기기도 하면서 봤지만, 화호, 황하제일구곡만, 랑무스 등을 보지 못한채 그냥 지나쳐 가야하니 허쭈우로 가는 내내 착찹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애초에 허쭈오라는 곳은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하긴 내가 어딜 생각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큰 도시도 아니고 작은 마을도 아닌 어중간한 규모의 도시...너무 번잡해서 싫은 대도시도 아니고, 너무 작아 심심하고 따분한 시골마을도 아니기에 운이 좋다면 조용하게 느긋한 날들을 보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복잡하고 정신없으면서도 할것 없이 따분한 곳일 수도 있다.


어쩄든 조르가이에서 허쭈오로 떠나는 나의 마음 속엔 오직 내 카드가 먹히는 ATM이 있는가 하는 것 뿐이었다.


 

아침에 빈관에서 디포짓으로 냈던 50위안을 돌려받아 이제 100위안 가까이 소지하게 되었지만, 허쭈오 가서 어떻게 될지 모르니..이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없더라도 먹기는 해야하니 구멍가게에서 제일 싼 과자와 당분섭취를 위해 음료수로 아침을 떼웠다. 

사실 아침에 빈관을 나올 때 빈관 여주인이 먹을 것을 주겠다고 하는걸 사양했는데..생각해보니 체면 차릴 상황이 아니었던것 같다. 

저 과자... 2위안 짜리였는데 어찌나 맛이 없던지.


 

 

허쭈오로 가면서 걱정만 앞섰지만,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초원들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는듯 했다.


 

저 멀리서 말을 타고 우리 쪽으로 힘차게 달려오는 유목민...


 

 

중간에 이렇게 양떼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양떼들 데리고 가려고 말을 타고 달려온 것이었다.


 

 

 

 

조르가이에서 1시간쯤 가니 저런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10km만 가면 랑무스인데, 버스로 30분이면 갈듯한 곳인데, 이렇게 그냥 지나쳐 가야하나.....

이 곳을 지나쳐 금방 허쭈오에 도착했다면 당연히 다시 랑무스로 되돌아 가겠지만 여기서도 4시간 정도를 더 가야했다. 

멀어져가는 랑무스...


 

허쭈오역에 도착하자마자 어서 은행부터 찾아야겠다 생각하면서 버스터미널에서 나왔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는 중국교통은행의 ATM, 교통은행에서 출금은 한 번도 안해봤지만, 그래도 대도시들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은행 중 하나라..희망을 안고 카드를 넣었다. 

처음 넣은 마에스트로 현금카드는 당일 인출 한도가 넘어섰다는 황당한 이유로 출금불가.....하지만 두 번째 카드인 비자 PLUS 현금카드로는 당당히 중국 인민화를 뽑을 수 있었다.

돈을 출금하고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맛 없는 과자를 쓰레기통에 던져넣는 일이었다.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막상 돈을 인출하고나니 천만다행이라는 그런 안도감은 잠시뿐이고, 황하제일구곡만, 화호, 랑무스를 지나쳐 왔다는 허탈감이 느껴졌다. 


 

버스 터미널로 다시 들어가 벤치에 앉아 다시 랑무스 쪽으로 돌아갈까..그냥 북쪽으로 올라가 샤허로 갈까...고민하다가.. 그냥 여기서 하루만 묵고 샤허로 가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가지 못해 아쉬움만 남긴 곳은 랑무스 뿐이 아닌 동티벳의 간쯔, 쎄르타, 루후오 같은 곳도 있기에 나중에 준비를 단단히 해서 다시 동티벳루트를 제대로 정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적인 직장생활하는 가정이 있는 사람이면 몰라도 나같이 떠돌아 다니는 방랑인생이 지나쳐간 곳을 다시 또 오는게 힘들지는 않겠지..


 

바로 샤허로 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곤경에 빠져있던 나를 살려준 곳을 그냥 지나치긴 뭐해서 하루 묵기로 했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빈관이 보여서 가봤더니 1박에 150위안이나 한다. 아무리 방금 따끈따끈한 현금을 뽑았을 망정 빈관 주제에 뭐가 그렇게 대단하기에 150위안이나....사양하고 다른 곳을 찾아갔다. 지저분한 버스터미널 근처보다는 그래도 시내 중심가 쪽이 낫겠다 싶어 버스터미널 앞에서 아무 버스나 타고 이동해갔다.


 

시내중심가 쪽은 대주점만 많이 눈에 띄었는데 어렵게 찾아간 빈관은 빈방이 없다고 하고 그 옆에 있는 빈관을 갔더니 1박에 100위안이라고 한다. 하루만 묵을거니 알았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보니 진짜 욕이 나온다.

도대체 이런 방을 하루에 100위안 주고 묵으라 하다니..양심이 있는건가...게다가 바로 옆에는 초등학교가 있어서 애들 떠드는 소리에 시끄럽기만 하고 창문은 복도쪽으로 나 있어서 계속 커튼을 닫고 있어야 했다...



하루 잠깐 잠만 자는거니 참고 시내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왔다.

이 곳도 여기저기 한창 공사중이다. 행인들 머리 위로 계속해서 움직이는 크레인들을 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계속 칫솔질을 하고 있었는데..아마 동충하초 같은 그런 한약재? 인듯 했다. 옆에서 잠깐 구경하다가 다른 곳으로 갔다.

한 30분을 걷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듯해서 재킷도 입을 겸 숙소로 되돌아와 인터넷으로 허쭈오에 대해 검색해봤다. 시내에서는 볼만한게 하나 있는듯 했는데, 티벳 사원이었다. 그것 말고는 근교의 공원이나 초원.....시간도 4시가 다되가길래 그냥 티벳 사원이나 봐야지 생각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숙소를 나온 뒤 큰 길을 따라 북쪽으로 쭈욱 올라가면 사원이 있었다.

 

 

앞의 공사판 너머로 하얀 백탑이 나타났다. 숙소에서 사원까지도 꽤 멀었다. 한 30분 넘게 걸은듯..게다가 날씨도 추워서 사람들은 다들 두꺼운 외투를 입고 다니는듯했다.


 

시내의 번화한 중심가엔 한족들이 살고, 외곽엔 티벳 장족들이 허름한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는듯했다.


 

절에 근접하니 원통들과 그걸 열심히 돌리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여기도 공사중이구나..


 

 


멀리 보이는 현대식 빌딩처럼 생긴 사원이 밀라르빠 라고 불리는 허쭈오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인듯 했다.

 


 

 

 

열심히 사원을 향해 절을 올리고 있는 장족주민들 옆으론 한족 관광객들이 열심히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또한 열심히 사원 주위를 돌고 있는 사람들.....


 

 

 

 

 

 

 

티벳사원 주위를 둘러보기는 했는데 각각의 사원 내부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냥 길 따라 걷고 있었는데, 조만간 이 곳에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사람들이 천막을 설치하고 있는 중이었다.


 

저렇게 거대한 천막을 설치하는 일도 남녀 구분없다.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자 버스 운전기사나 택시기사 뿐 아니라 공사판에서 일하는 인부들 중에서도 여자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진정한 남녀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 중국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사원들 뒤쪽에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가 시내를 한 번 둘러보고 내려왔다.


 

한 무리의 아저씨들이 빨간색 피켓들을 들고 어디론가 일렬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사진 찍는 나를 보면서 약간 쑥쓰러워 하면서 웃으며 가는 걸 보니 심각한 내용은 아닌듯 했다. --;


 

숙소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갔는데 중간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서 내려야 할 정류장에서 못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더 가서 광장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흔한 중국의 광장의 오후...


 


한 쪽에선 흔한 체조를 하는 중국 아줌마들이 있었고 다른 쪽에는 전통 티벳춤을 추는 아줌마들이 있었다. 사실 티벳 전통춤은 티벳 사람들이 춰야 볼맛이 있을텐데.. 저렇게 티벳인 2~3명에 대다수의 한족 아줌마들 꼬마들이 추고 있으니.....

 

 

 

 

공원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하늘 위로 건설크레인들이 어찌나 많던지..


 

 


저녁은 청진이라고 써있는 무슬림 식당에서 누들을 먹었다. 이제부터는 슬슬 저 청진이라는 이름을 내걸은 음식점들이 많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리고 티벳의 분위기는 점차 옅어지고 있는듯 했다. 


계속해서 동티벳 여행을 이어가지 못한게 아쉽기만 했던 허쭈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