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LATI (那拉提)
정말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행을 하면 할수록 대륙의 광활한 스케일과 다양한 풍경으로 인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산과 호수, 사막 그리고 초원까지...태어나서 처음 보는 접하는 종류의 풍경은 아니지만 그 규모에서 사람을 압도하게 만든다.
쿠얼라를 떠나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풍경들을 보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에 어느샌가 나라티 초원에 버스는 도착했다. 시간이 넉넉히 있다면 여유있게 둘러볼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 중국 비자 기한도 1달이 채 안 남아서 마음의 여유도 점점 사라져간다. 나라티 초원은 따로 풍경지구라 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고 나서도 너무 큰 규모 때문에 도저히 뭘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던 곳이었다.
쿠얼라에서 출발한 버스는 신웬까지 가는 중간에 나라티를 들리는 것이었다. 버스 기사가 갑자기 '나라티, 나라티' 라고 외치는 바람에 뒤늦게 나라티에 도착한걸 알고 급히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버스에 내리고 보니 '여긴 어딘가 난 누군가' 같은 심정이었다. 버스가 내려준 곳이 버스터미널도 아니고 그냥 나라티 시내 길가에 내려준거라.. 멀뚱멀뚱 서 있다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숙소 위치를 물었더니 다들 맵을 보고서는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맵을 보며 감으로 숙소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한 쪽 방향으로 걸어다가다 뒤쪽에서 한 할배가 걸어오는게 보여서 혹시나 해서 숙소에 대해 물으니 어딘지 안다며 자기만 따라오라고 한다...인상이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계속 따라갔는데..영어는 못하고 중국어로만 계속 뭐라고 하는데.. 자기가 묵고 있는 숙소로 오라고 하는듯 했다. 사양 하다가 마지 못해 따라 들어갔더니 커다란 DSRL 카메라를 2개나 보여준다..상하이에서 온 전문 사진작가라고 하는듯 한데..잘은 모르겠고.. 그러면서 자기가 신장 지역에 와서 찍었던 사진들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쿠얼라에서 10시간 가까이 버스타고 와서 힘들어 빨리 숙소를 찾아가고 싶은데.. 사진 구경만 30분 가량 하다가 서로 사진 한 장씩 찍고 나왔다. 내가 찾는 숙소는 바로 옆에 있다고 중국 아저씨가 말해줬다..
중국 아저씨가 묵는 숙소에서 나와보니 바로 옆에 호스텔이 있었다. 여기 나라티에는 호스텔이 2군데가 있는듯 했는데.. 하나는 나라티 초원공원 내부에 있고 다른 하나는 외부에 있었다. 나는 원래 공원 내부에 있는 호스텔로 가려고 했는데..지도를 보니 여기서 또 한참 가야 하는 듯 해서 그냥 바로 앞에 있는 호스텔에 체크인을 했다.
그리고 잠깐 누워서 쉬다가 밖에 동네 구경을 하러 나왔다.
앞에 초록색으로 뒤덮힌 언덕이 있어서 그 쪽으로 걸어갔는데.. 어떤 젊은 아줌마가 나보고 뭐라고 말을 거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들어서 그냥 손가락질로 앞을 가리키고 계속 걸어갔는데..
조금 걷다 뒤를 돌아보니 그 아줌마가 어린 아들들과 새끼양을 데리고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앞은 강으로 막혀 있어서 더 이상 갈 수 없기에, 강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려 했는데 나를 쫓아온 젊은 아줌마가 염소와 자기 애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라고 재촉한다. 수상한 기분이 들어서 사양했는데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1장 찍었는데..바로 자기 아들을 시켜 나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기가 직접 돈을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3~4살 밖에 되보이지 않는 순진한 애를 시켜서 돈을 요구하는데...꼬마애는 처음 보는 나에게 별다른 이유없이 돈을 달라고 하는게 영 어색한지 제대로 말도 못하며 5위안 어쩌고 하는 것이다. 그걸 옆에서 본 엄마는 혼내듯이 다그치며 '10위안이야 10위안' 이러는데 당하는 입장인 내가 보기에도 얼마나 속상하던지..
애엄마 때문에 짜증나서 별로 주고 싶지 않았지만, 엄마한테 혼나는듯한 꼬마애를 보니 마음이 약해져서 10위안을 손에 쥐어줬다. 그랬더니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다.
그렇게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하다가 해가 질 무렵...베이징 시간으로 10시가 넘어서.. 잠깐 밖에 나와 사진들을 좀 찍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잠을 잤다.
여기 나라티에서부터 배탈 증세가 나타났다. 투루판에서 쿠얼라로 가는 중에 들리 식당에서 먹은게 잘못된게 분명한게.. 같은 음식을 먹은 이바는 나보다 하루 앞선 쿠얼라에서 증상이 나타났고 나는 이날부터 배탈 때문에 며칠간 제대로 된 음식도 못 먹었다. 하지만 배는 고파서 쵸코바와 물로 끼니를 떼우며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도 못 먹고...이 곳 나라티에 온 목적인 나라티 초원 공원을 보러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초원 입구가 있었다.
입장권을 파는 곳에 갔는데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한 명도 없어서..표를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에 이 곳은 구이저우의 소칠공 처럼 입장권과 공원내 셔틀버스 이용권을 구매한 뒤에 셔틀버스를 타고 구경을 한다는 걸 알고 70위안의 입장권과 40위안의 제일 저렴한 셔틀버스 이용권을 샀다.
그리고 입구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중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초원 내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이동해 갔는데.. 잠깐잠깐 버스에 내려서 구경한 뒤 다시 이동하는 식이었다.
셔틀버스가 내리는 곳 마다 호객꾼들이 염소나 독수리를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곤 했다.
그리고 여기서는 버스에서 내린 뒤 말을 타고 어디론가 한바퀴 돌고 오는 코스인듯 했는데.. 말 타고 느릿느릿 중국인 관광객들 따라 가느니 혼자 저 앞 쪽에 나 있는 길로 가보고 싶어서 말은 사양하고 혼자 길따라 가봤다.
그야말로 윈도우xp 배경화면으로 쓰인 캘리포니아 초원의 풍경 못지 않은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문제는 너무 넓어서 이렇게 멀리서 보는 것 말고는 달리 뭘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걸어서 나무들이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따로 길이 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언덕에 올라서 사진 찍고 앉아서 쉬다가 발길을 돌렸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다음으로 내린 곳이 마지막 정차역이었다. 셔틀버스에서는 이동하는 내내 중국어로 안내 방송이 나오는듯 했지만 중국어를 모르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으니..버스에 내려서도 이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냥 주위를 둘러보다가 공원 어쩌고 하는 표지판이 있길래 그 길로 따라가봤다.
하지만 길 따라 걷다보니 별다른건 보이지 않고 그냥 길만 막혀있어서 다시 먼 길을 되돌아왔다.
셔틀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이제 그만 초원 관광을 끝낼까 고민하다가 다른 쪽에도 길이 나 있는걸 보고 그 쪽으로도 걸어갔다.
스카이호크 플랫폼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분명히 mountain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걸 봐서는 산이 분명한데.. 여기 초원에서 그다지 높은 산은 없는듯 해서 계단을 올라가봤다.
처음엔 만만하게 보고 시작한 등산인데.. 올라가는 내내 정말 힘들었다. 산 정상까지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경사도 가파르고.. 오르막길만 있는게 아니라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오르는 거라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애초에 너무 힘들거 같으면 아애 오르지 않고, 일단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중간 중간에 계속 쉬면서 정말 힘겹게 올랐다...
드디어 눈 앞에 정상에 도달한 것 같은 계단의 끝이 보였다..
산 정상에 올라와보니 하늘엔 독수리 1~2마리만 날고 있었고, 저 멀리 수많은 양떼들과 말들이 풀 뜯어먹고 있는 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산 정상에서도 이 길을 따라 어디론가 갈 수 있을듯 했는데.. 오른편에 있는 양때들을 보니 또 분명히 어딘가에 커다란 개가 매복하고 있을듯한 기분이 들어 함부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그리고 다른 중국인 관광객이 산 정상에 오르면 따라 가려고 30분을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산정상으로 오는 길에 관광객은 커녕 개미 한마리도 눈에 띄지 않는다..--; 내려가면서 계단을 오르는 관광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대부분이 오르다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되돌아가는듯 했다. 하긴 애초에 등산할 생각으로 초원을 찾은 관광객이 있을리가 없으니..
산을 내려오면서 계단 옆에 피어 있는 많은 꽃들을 살피며 종류별로 한 송이씩 내가 쓰고 있던 모자에 꽂아보았다. 숙소에 돌아갈 때 광풍이 불어서 대부분 날아가버렸지만..
어쨌든 숙소로 돌아와 2층 방에서 야경을 찍고 나라티를 떠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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