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2 Europe

SARAJEVO, BOSNIA (사라예보, 보스니아)

오주만세 2012. 11. 7. 03:12

세르비아의 노비 사드에서 나름 5일인가 6일의 긴 휴식을 취하고 루마니아가 있는 동쪽으로 갈까 보스니아가 있는 서쪽으로 갈까 고민 하다가...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로 가기로 결정했다. 8시간 이라는 긴 버스여행을 하는 중에 좋은 경치의 풍경을 만끽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기대했지만.


뭐 그냥 그랬다.








비가 내릴라 말라 하는 그런 날씨에 하늘은 어두컴컴해진 밤 9시가 넘어서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오기 전 Novi Sad에서 사라예보 호스텔에 대한 정보는 조사 해 놓고 출발했기에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사라예보에는 버스터미널이 2개 였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크로아티아의 듀브로브닉이나 플리츠에서 오기 때문에 관광지인 올드타운에 근접한 버스와 기차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난 세르비아에서 온 거라 관광지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 터미널에 내리게 되었다.


말이 터미널이지 무슨 동네 아저씨들 모여서 술 마시고 노는 무슨 --; 어쨌든 문제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환전소도  없어서 보스니아 돈 땡전 한 푼 없었다는 것이다. 시간은 10시를 넘어가고 길거리엔 사람 하나 없는 아파트 단지.. 예전에 일이 있어서 경기도 동탄에 막 입주 시작될 때, 밤 시간에 가본적 있었는데 딱 그 분위기였다.... 사실 배낭여행 하다보면 제일 난처한 경우가 밤 늦은 시간에 새로운 도시나 마을로 이동 후 숙소 못 찾고 길 잃을 때인데.. 이 날이 딱 그랬다..


돈 없어서 버스도 못 타는데 배낭 때문에 어깨 아파서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서 담배 피며 쉬고 있는데 저 쪽에서 한 청년? 30초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이 쪽으로 걸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여기가 어디냐 묻고.. 호스텔 위치를 보여주면서 여기 어떻게 갈 수 있냐 물어보니..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지은지 얼마 안되는 뉴타운이라고 한다.. 마치 막 생긴 일산이나 분당 신도시와 같은 동네.. 그래서 호스텔 있는 곳 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냐 했더니 멀어서 걸어 못간다며.. 뭐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반갑다고 그러고.. 돈이 없어서 ATM에서 돈 빼야 한다니까 근처에 ATM도 없다면서 2마르크 정도 하는 버스티켓을 사서 나에게 쥐어 주었다. ㅠㅠ


너무 고마워서 사진도 찍고 메일주소도 물어보고 하려 했는데.. 그냥 버스티켓 주고 걸어 가버리길래...


아무튼 버스를 40 ~ 50분 가까이 타고 올드타운으로 도착해 그냥 걸어다니다 눈에 보이는 아무 호스텔이나 들어갔다. 올드 타운 호스텔이었던 이름으로 기억된다. 너무 배고프고 목 말라서 슈퍼에서 맥주랑 과자 2개 사서 먹고 취침...



다음 날 아침에 호스텔 체크아웃을 하고 배낭을 맡긴 후 시내구경을 하러 나왔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느꼈던 사라예보의 이미지는 아는 건 1차 세계대전의 계기가 된 무슨 황태자 암살 사건이 일어난 곳이며, 유고내전 당시 전쟁터 였다는 것 뿐..그리고 불과 20여년 전에 전쟁을 겪은 발칸 반도의 소국이라.. 왠지 가난한 나라 같은 이미지 였다. 




하지만 막상 호스텔 밖을 나와 시내를 조금 돌아다녀보니..의외로 깨끗하고 길거리에 사람들도 특히 여자들은 세르비아보다 더 잘 꾸미고 다니는 듯 했다. 전쟁으로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어서 그런건지.. 관광지 쪽에는 지은지 오래되지 않아 보이는 새 건물들도 많이 보였다.








가장 특이했던 점은.. 이 곳 보스니아 라는 나라는 무슬림과 카톨릭, 세르비아 정교와 같은 여러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금 카톨릭 성당을 봤는데 조금 걸으니 무슬림의 모스크가 보이고, 무슬림의 기도 소리가 울려퍼지는 그런 도시였다. 사실 완전한 무슬림의 도시는 아니라 아쉽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슬림 문화(?)를 아주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이라 신선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시내 구경을 계속하고 총 3시간 정도 걸어다닌 후에 숙소에서 배낭을 찾고 다음 목적지인 모스타르로 가기 전에 어디서 끼니나 떼울까 하고 시내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자그레브의 같은 호스텔에서 만났던 다카시라는 일본놈이었다. 반가우면서도 이렇게 새로운 도시에서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난게 신기해서 있다가 다카시가 자기가 있는 호스텔이 너무 좋다고 뭐 그런식으로 말하는거다. 사실 떠나려 했지만 어제 밤 늦게 와서 피곤하고 그냥 다카시가 있는 호스텔에 가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새로운 호스텔로 찾아 가니 랜디라는 미국놈이 좋은데 구경시킨다고 자기만 따라오라고 한다..


 


일단은 높은 곳에 올라가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이라 기에 좁근 길 따라서 오르고 오르고 올라갔다. 중간에 묘비들이 즐비한 묘지를 지나고 계속 오르고 올라서 폐허가 된 요새에 도착했다. 









멀리 보이는 랜디와 다카시..












































언덕 정상의 폐허요새에서 2시간 정도 바람 쐬고 경치 구경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내려갔다.


다카시가 말한 호스텔이 좋다는 것은 시설 같은 것이 아니라 이 호스텔에선 밤마다 여행객들이 다 모여서 술마시고 클럽다니고 노는 것이었다. 랜디와 다카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놈 호주에서 온 여자애들 독일 여자애들 뭐 여기저기 사람들 다같이 놀고 먹고 어떻게 하다보니 이 호스텔에서 5일이나 머물게 되었다.--;





















그냥 밤 여기저기 펍 돌아다니고 놀았다.. 낮에는 호스텔에서 인터넷하고 잠 자고..;;


어쨌든 하루 하루 점점 지겨워져서 모스타르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