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CHERNIVTSI, UKRAINE (체르니우치, 우크라이나)

오주만세 2014. 10. 22. 09:11



CHERNIVTSI (Chernovtsi)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 체르니우치는 이 지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길고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3세기 이전에 이 도시에는 성이 있었지만 몽골제국의 침략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그 이후에는 차례대로 폴란드 몰도바 그리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게된다. 그리고 20세기 들어서는 루마니아의 영토였다가 다시 소련의 영토로 귀속되고 마침내 소련이 해체된 이 후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편입되었다.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넘어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들린 도시는 체르니우치이다. 얼핏 보면 리비우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훨씬 볼 것이 적고 조금은 심심한 그런 곳 이었다. 



카미아네트 포딜스키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걸려서 체르니우치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서야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시내에 호스텔 2곳을 알아보기만 하고 예약은 안하고 와서 둘 중에 좀 더 조용해 보이는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조용해 보이는 호스텔을 찾아가는 중에 배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마침 눈 앞에 다른 호스텔 간판이 보여서 그 곳으로 그냥 들어갔다.

1층에 커피숍이 있는 호스텔이었는데 나름 깨끗하고 조용한 곳 이었다. 1층 커피숍에는 이쁜 우크라이나 걸들이 우글거려서 눈요기 하기에도 좋았고..



포딜스키에서 나름 비싼 립을 먹고 배 아팠는데..이 날도 생각해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부담없이 호스텔 바로 옆에 있는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미소 스프와 롤 몇개..그리고 중국식 야채볶음을 시켰는데.. 뭐가 이렇게 맛이 없나..일식집이라고 비싸기만하고..ㅠㅠ



식사를 마치고 이쁜 우크라이나 걸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숙소의 1층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마신 뒤에 슈퍼마켓도 갈 겸 해서 밖으로 나왔다.



역시 체르니우치도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밤이 되니까 젊은이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음료수를 사와서 침대에 누워 인터넷을 보고 있는데 같은 방에 있던 우크라이나 남자놈이 나와서 같이 술 한잔 하자고 하는데 밖에 나가서 마시는거면 사양하려 했는데 호스텔 내의 키친에 있는 테이블에서 마신다고 해서 따라가봤다. 남자 둘이서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는데 한 명은 키에프에서 왔다는 우크라이나 군인이고 다른 한 명은 여기 체르니우치 출신인데 지금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일하다가 왔다고 한다. 키에프에서 온 군인은 휴가 중이라고 했는데 바르샤바에서 일한다는 놈은 뭔 영문으로 여기 왔는지 모르겠다. 영어도 잘 안 통해서 의사소통도 힘들었고..나는 계속해서 권유하는 보드카를 한 잔 마시고 그냥 옆에서 얘네들 술 마시는거만 구경했는데 러시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술에 환장하는듯 했다. 한 새벽 2시까지 기억도 안 나는 얘기들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 같이 술을 마셨던 두 명이 같이 체르니우치 대학에 구경하러 간다고 하길래 나도 그냥 같이 따라나왔다. 한 명이 체르니우치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며 여기 체르니우치에서의 가장 큰 볼거리라고 한다.



먼저 어제 버스터미널에서 숙소를 찾아오며 보았던 핑크색 성당을 보러 갔다.





태어나서 핑크색 성당은 또 처음보는듯...




그리고 이제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체르니우치 대학을 향해 갔다. 






가는 길에 저렇게 멋있게 생긴 건물이 보여 뭔가 가까이 가봤더니 레스토랑이었다..--;



이 곳도 리비우 못지 않게 ㅎㄷㄷ한 버스들이 시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체르니우치 대학교에 도착했다.



대학교 정문에서 대학건물로 가는 길 양쪽으로 교회 건물 2개가 서로 마주보며 서있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19세기에 지어진 체르니우치 대학 건물들은 당시에는 부코비나 (Bukovina) 지역의 행정관의 궁전으로 사용되었으며 201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외부인에게는 오후 12시 이 후 부터 개방된다고 하는데 조금 일찍 찾아온듯 해서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공원에서 음료수 하나씩 마시며 담배 피면서 시간 좀 보내다가 12시 정각이 되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왼쪽에 있는 놈이 키에프에서 온 군인이고 오른쪽이 체르니우치 대학 출신이라고 하는 놈이다.



대학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대학건물을 지나 반대쪽 문으로 나가 보니 뒷편에는 작은 정원도 꾸며져 있었다.








위 사진의 굴은 전쟁을 대비해 만든 방공호였다고 하는데.. 우쿠라이나놈 말로는 자기가 학교 다닐 때는 다들 저 안에 들어가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한다.



이렇게 대학 캠퍼스는 다 구경했다. 원래 대학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그렇겠지만...작아도 너무 작다. 캠퍼스를 둘러보는데 10분이면 끝날듯했다. 



캠퍼스 구경을 끝내고 이제는 건물 내부를 구경하러 왔다. 이 대학 출신인 우크라이나 놈이 아니었으면 내부 구경은 생각도 못 했을텐데.. 워낙 작은 대학이라 건물 내부 구석구석을 다 알고 있는듯 했다.



뭔가 으리으리한 강당같은 곳에 들어왔다. 역시 유럽의 대학이라 그런가...내부는 또 이렇게 잘 꾸며져 있다고 생각을 했지만




역시 일반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의실은 저런 수준이었다.






이렇게 대학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여기 출신의 우크라이나 놈이 추천하는 핏자 레스토랑.. 잘 안되는 영어로 하는 말을 들어보니 핏자를 화덕에 굽는게 아닌 그릴에 굽는다고 하는듯 햇다. 그래서 유명하다고...그랬나??



하지만 맛은 뭐 그냥 피자였다. 그런데 남자 3명이서 핏자 한 판을 시켜서 먹기엔 한참 부족해 보이던데..



알고보니 핏자는 그냥 유명한 곳이라 맛만 보러 간 거였고 우리가 본격적으로 점심을 먹으러 다시 데리고 간 곳은 자기가 대학 다닐 때 자주 왔다는 저렴한 레스토랑이었다.




레스토랑 분위기도 저렴한 배급식이었고 맛도 저렴한 맛이었다. 





점심을 다 먹고 다서는 아직도 밖은 환한 대낮인데 어디 갈데도 없어서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다시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샐러드 핏자를 먹고 체르니우치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하던 펍을 갔다.



펍이라고 하기엔 나이트클럽 같기도 하고..가라오케도 있어서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는 곳이었다.



몸매 좋고 이쁜 우크라이나 걸들도 구경하며..



보드카와 맥주와 라끼야에 위스키까지....각종 술을 다 마시며 안주도 이것저것 시켜보며 실컷 먹었다.



여기서 시킨 안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저 돼지머리고기... 아 정말 맛 있었다. 여기 유럽에 와서 특히나 우크라이나에서 머릿고기를 먹을 수 있다니..아마 우크라이나니까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혹시 이거 슈퍼마켓 같은데서도 살 수 있냐고 물어보니 정육점 같은데서 특별히 따로 주문을 해야 살 수 있다고 한다..ㅠㅠ


암튼 펍에서 흥청망청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술을 퍼마시고는 5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그냥 동네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지만 여기 우크라이나도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동양인이라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발칸지역 특히 보스니아나 코소보 같은 나라의 사람들처럼 보고 미소짓고 가볍게 인사하는 반응이 아니라 마치 못 볼 걸 봤다는듯한 불쾌한 인상으로 쳐다보니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 서유럽이나 미국같이 잘 사는 선진국에서 그래도 기분 나쁜데..월소득 30만원 밖에 안되는 이런 후진국에서 이런 경험을 하니 정말 황당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관광이 목적이라면 하루도 길 그런 곳이었지만 어머니보러 독일로 가는 비행편 날짜가 많이 남아 그냥 느긋하게 뭐 했는지도 모르게 어영부영하며 보냈다. 그리고 6일째 되는날 이제 그만 루마니아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체르니우치에서 루마니아로 가는 버스를 알아 보았다. 놀랍게도 아침7시에 출발하는 버스 한 대가 루마니아로 가는 유일한 버스였다. 아침7시 버스를 타려면 아침5시에는 일어나 준비하고 버스터미널로 가서 타야하는데.. 



숙소 바로 옆에 있어서 지나다니며 매일 들어가볼까 말까 했던 우크라이나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간단한 브리또를 사서 하나는 저녁으로 먹고 나머지 하나는 내일 아침으로 먹으려 했다. 그리고 호스텔 직원에게 아침6시쯤에 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냐고 물으니 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뒤 잠을 잤다. 그리고 내일 아침 다행히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샤워도 못 한채 어두컴컴한 새벽아침에 나와 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길거리에는 간간히 아침까지 술쳐먹다 집으로 가는 취객들과 길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청소부들만 있었다. 


버스 정류소에 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오질 않는다. 10분 20분 계속 기다려도 오지 않고..결국 6시 30분까지도 안 와서 택시라도 타고 가야겠다 싶어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빈택시는 보이지도 않고...


아휴...그냥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되돌아 왔다. 그냥 하루 더 있어도 뭐 문제될건 없으니 괜찮긴한데.. 쓸데없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깜깜한 골목길을 배낭메고 허겁지겁 뛰다싶이 갔다 온걸 생각하면 억울한 기분만 들었다.



마침 이 날은 리비우에서 루츠크로 간 고기 좋아하는 한국 동생이 체르니우치로 온다고 해서 원래 하루 더 있을까도 했었기에..

어쨌든 숙소로 되돌아 와서 짐 다 다시 풀고 옷도 다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다시 잠에 들었다.

4시간 정도 더 잔 뒤에 일어나보니 고기 좋아하는 동생이 같은 방에 와 있었다. 루츠크에서 기차를 타고 10시간 넘게 걸려 왔다고 얘기한다--; 아..여기체르니우치에도 기차역이 있는걸 왜 모르고 있었던걸까.. 아침 7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느니 기차가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인터넷으로 기차 스케쥴을 찾아봤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호스텔 리셉션에 가서 직원에게 좀 알아봐달라고 하니 얘도 모르겠다고 하고..직접 기차역에 가보는 수 밖에 없을듯 해서 방금 기차역에서 온 고기 좋아하는 동생과 함께 기차역으로 향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기차역이다.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던 루마니아의 수체아바로 가는 기차편은 아애 없고.. 여기서 루마니아로 가는 기차 중에 그나마 가까운 도시가 바커우였다. 그래서 티켓 오피스에 바커우 가는 거 얼마냐고 물으니 ...한국돈으로 거의 8만원이라고 한다..-- 버스표는 1만원도 안하는듯 했는데....기차도 딱 보아하니 엄청 오래되고 더러운 느린 기차 같은데..3~4시간 가는 거리가 8만원이나 하는지..어이가 없어서 됐다고 하고 그냥 나왔다.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보니 아르헨티나에서 온 여자 여행객도 한 명 들어와 있었는데 고기 좋아하는 동생과는 리비우의 호스텔에서 만났었는데 여기서 또 우연찮게 만났다고 한다. 그 아르헨티나 애도 내일 수체아바로 가는 버스를 타고 루마니아로 간다고 한다. 어쨌든 혼자 아침 일찍 가는 것 보다 같이 가는게 낫고..아침에 버스 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안 다니는 것도 확인했으니 택시도 같이 타면 될듯 싶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날 고기 좋아하는 동생과 아르헨티나 여자애와 함께 정말 마지막 시내 구경을 또 나와서 잠깐 돌아다녔다.




체르니우치 대학에 다시 와보니 이번엔 개 2마리가 저렇게 팔자 좋게 누워서 자고 있었다.










걸어서 4시간 정도...거려서 시내구경을 마치고 정말 마지막 체르니우치의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