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BUCHAREST, ROMANIA (부쿠레슈티, 루마니아)

오주만세 2014. 11. 3. 04:43


BUCHAREST (Bucureşti)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는 과거에 작은 파리 (Little Paris) 라고 불렸을 정도로 동유럽에서도 낭만적인 도시로 유명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부쿠레슈티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큰 규모의 기반시설들의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과거 수백년된 역사적인 건물과 공산주의 시절 지어진 회색 빌딩들 그리고 최근에 지어지고 있는 현대식 건물들까지 어울러져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루마니아는 대부분이 슬라브족으로 구성된 동유럽의 다른 나라와 달리 라틴계열의 사람들이고 언어도 슬라브어가 아닌 라틴어와 가까운 언어를 쓰는 등 여러모로 남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실 루마니아는 2012년에 발칸지역을 여행할 때 알바니아와 함께 유이하게 가지 않았던 나라이다. 세르비아나 보스니아와 같은 나라들과는 다르게 왠지 모르게 너무 관광지스러운 느낌이라 꺼려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발칸의 다른 나라들보다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유럽에서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집시들의 천국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던 것도 이유였던 것 같고.. 하지만 이번에 어머니 만나러 프랑크푸르트로 가기 위한 항공편을 루마니아발로 예매해 놨다. 비쉥겐 지역이기도 하고.. 떠나야 하는 날짜를 정해놓고 여행하기엔 루마니아 같은 관광지스러운 곳이 나을테니..다른 발칸국은 어머니와의 여행을 끝낸 뒤 올 생각으로 루마니아로 오게되었다. 그리고 첫 날 바커우를 거쳐 수도인 부쿠레슈티로 왔다.



바커우에서 부쿠레슈티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바커우에서 부쿠레슈티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http://www.massaro.ro


예매를 해놓고 다음날 아침에 호스텔 체크아웃하며 리셉션의 직원에게 루마니아어로 온 컨펌 이메일을 확인해 달라고 물은 뒤 어제 수체아바에서 온 버스가 도착했던 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했더니  마사로 버스는 거기가 아니고 기차역 옆에서 타는 것이라고 한다..--;


직원에게 확인 안하고 그냥 엉뚱한 버스터미널로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버스요금도 나름 부담스럽게 50레바나 했었는데 말이다.

호스텔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기차역에는 도착했는데..마사로 버스는 어디서 타는지 몰라 길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왔던 방향으로 또 10분 정도 되돌아가야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아저씨가 말해주는 방향으로 되돌아가다 보니 왼쪽에 공터같은게 있고 버스 몇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마사로 버스회사의 전용 차고지인듯 했다..-- 파란색 컨테이너박스는 티켓오피스..안에 들어가서 예약한 것 컨펌받고 정말 더러워보이는 커피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은 뒤 공터에서 방황하고 있는 개들을 구경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시간에 맞추어 버스가 왔는데 여기 바커우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라 이아시(Iasi) 라는 곳에서 바커우에 들렸다가 부쿠레슈티로 가는 버스였다. 바커우에 도착할 때는 이미 이아시에서 사람들 잔뜩 태우고 와서 겨우 루마니아 여자 혼자 앉아있는 옆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부쿠레슈티로 가는 4시간 동안 얘기를 좀 했는데 프랑스 국적의 금융회사인 소시에떼 제네럴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이라고 한다. 오 나도 전업백수인데.. 루마니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보니 버스가 논밭이 펼쳐져있는 길가에 정차한다.



여기도 키르기즈스탄에서처럼 도로 중간중간에 각종 과일들을 내다놓고 파는 행상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객 몇명은 밖으로 나가 흥정을 해서 포도를 잔뜩 사들고 온다. 아무래도 도시의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 보다 저렴하겠지..



버스는 다시 출발해 논밭을 가로지르는 국도를 따라갔다.



그리고 중간에 이런 휴게소 식당에 정차했는데.. 밥 먹으라고 내려준건지.. 버스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은 다 담배피우려 하는 사람들 뿐이고 .. 여기서 1시간 쯤을 더 가서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다. 기차역이 아닌 마사로 버스 전용 차고지에 또 내려준듯 했는데..여기가 버스터미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옆에 않았던 루마니아 여자애가 지하철 타고 시내에 있는 호스텔까지 가는 방법을 알려줘서 고맙단 인사를 한 뒤 헤어졌다. 나중에 루마니아 이아시에 꼭 놀러오라고 하던데...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스텔을 어렵지 않게 찾아 체크인을 하고 이유없이 피곤해서 그냥 숙소에서 컴퓨터나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밖을 보니 어두운 가운데 야경이 너무 이뻐서 발코니에 나와 사진들 좀 찍고 잠을 잤다. 





이제 다음날 본격적으로 시내구경을 하러 나왔다. 동유럽의 파리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그냥 그렇고 그런 도시...







저렇게 허물어가는 듯한 구식 건물에 관광용도의 중세시대 건물들까지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내가 부쿠레슈티에 있으면서 다닌 곳이 올드타운 근방이라 그래는지 몰라도 ..





여기가 로마인가? 루마니아...니까 로마니아겠지..






시내 중심부에 분수대가 일렬로 쭈욱 늘어서 있는 끝자락에 그 유명한 인민의집 (Casa Poporului)가 보인다. 물론 현재는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개인적으로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보고싶던 건물이었는데 날씨도 쌀쌀하고 피곤해서 그냥 숙소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호스텔에서 멍 때리며 컴퓨터나 보고 있는데 같은 방에 있는 프랑스애가 자기가 찾은 아주 괜찮으면서도 값 싼 레스토랑이 있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저녁이나 먹으려고 다시 프랑스놈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레스토랑에 도착.. 레스토랑이 군사 박물관 건물에 붙어있었는데 밖 에서부터 위엄이 뿜어져 나오는 탓에 프랑스 놈과 여기 진짜 들어가 말어..고민을 좀 하다가 들어갔다.



함께 한 프랑스놈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메뉴판을 보니 뭐 메뉴가 대충 5유로 이하의 수준이었다. 

그래서 그냥 만만해 보이는 음식을 시키고 와인도 5유로짜리 한 병 시켜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레스토랑 내부의 본 홀은 단체로 온 손님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고 있는듯 했는데 중간에 밖에 담배피며 물어보니 어떤 의사협회 같은데서 단체로 왔다고 한다. 갑자기 한국의 국제회의 진행해주는 회사에 있을 때 맡았던 뇌신경학과 세미나가 생각났다. 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정말 큰 영향을 끼친 프로젝트였는데..


암튼 귀빈들이 자리해서인지 오케스트라 연주도 하고 안무 연습 대충대충 한 무용수들이 프렌치캉캉 춤도 추고 살사댄스로 보이는 춤도 추고 했다.




그런데 춤추는 걸 보니까 전문 댄서들이 아닌 웨이트레스들이 급조되서 공연하는건지.. 춤 추는게 다 제각각이고 보는 내내 웃음만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 호스텔로 되돌아 가다가 올드타운 번화가를 지났는데.. 몰려나온 인파를 보니 주말인데 금방 들어가기도 뭐해서 같이 펍에 들어가서 한 잔 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에 앉아서 맥주 한 잔씩 시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이쁜 아가씨들 2명이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한척 하고 말을 걸어봤는데 알고보니 잭다니엘 마케팅하러 저런 옷을 입고 술집에 다니며 홍보를 하는 아가씨들이었다. 덕분에 위스키는 한 잔씩 공짜로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엔 프랑스놈이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루마니아 여자애들을 꼬셔서 같이 술 마시고 놀았다. 



그리고 또 다음날은 프랑스놈과 함께 시내구경을 잠깐 했다. 한 3시간 했나..나나 프랑스놈이나 건물들 보는덴 별로 관심이 없었어서...



사실 시내구경하러 나온 것도 아니었다. 아침부터 오후2시까지 호스텔에서 같이 컴퓨터나 보고 있다가 점심 먹으러 나온 김에 잠깐 둘러보자 한 거였으니



마티즈도 아니고 티코가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생각 외로 여기 루마니아에는 대우차가 많이 보인다.









여기저기 성당건물들 보다가..뭘 좀 먹어야겠는데..배고픈데 먹을만한 곳을 찾을 수가 없다..



길 건너에 음식점 같은 가게가 보여서 가봤는데..음식점은 아니고 뭐하는 곳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소매점이었다.



그 많던 음식점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사실 볼거리가 많은 올드타운 쪽에 셀 수 없이 많은 음식점들이 있지만 사실 그런 곳에서 밥 먹는 건 정말 돈 낭비이다. 그래서 로컬 사람들은 뭘 먹나 해서 나와봤더니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결국 너무 배가 고파서 다 포기하고 그냥 이탈리안 핏자집에 들어갔다.



뭐 그냥 핏자다..


핏자를 먹고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시 호스텔로 되돌아간 뒤에 그냥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프랑스놈은 콘스탄차로 간다고해서 떠나고 나 혼자 이제 드디어 인민궁전을...아니 국회의사당을 보러 나왔다.








가는 길에 있는 건물들도 사진 좀 찍고..




이 분수들을 따라가면 국회의사당이 나온다.



단일건물로는 미국의 팬타곤 다음으로 큰 규모의 건물이라고 한다. 위엄이 정말 ㄷㄷ하다..








국회의사당 넓게 뚫려있는 대로가 광화문 세종로를 연상시킨다.



국회의사당 건물 안 쪽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데..입구가 어딘지 몰 그냥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오른 쪽 길로 가다가 보니 길 건너편에는 대학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그런데..외관 생김새가 어찌 국회의사당과 비슷한지..같은 시기에 지어진 건물일지도 모르겠다.



차 건물 안에 들어오기도 빡쎄다.. 한 20분을 걸어서 겨우 입구를 찾아냈다. 하지만 안에는 허허벌판.. 여전히 한 구석에서는 포크레인들이 공사 중이었고



차들이 주차 되어있고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는 입구 쪽이 박물관이나 그런 건물인 듯 해서 가까이 가봤는데 부동산 박람회 같은 게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잠깐 들어가서 구경해봤는데..서울에 아파트 1채 살 돈이면 이 곳 루마니아에서는 3~4채는 살 수 있을듯 했다. 



국회의사당 가봐도 뭐 볼 것도 없구나..다시 시내 쪽으로 되돌아왔다.




로컬 사람들이 가는 음식점은 못 찾았지만 올드타운에서 분수대 쪽으로 길을 건너면 위 사진과 같이 생긴 테이크아웃 빵집들이 정말 많았다. 안에 햄이나 치즈 소시지를 넣은 부드러운 빵이 1레바 밖에 하지 않는다.. 한국돈으로 300원? 올드타운에 있는 음식점들은 정말 싸구려 케밥집 같은 곳도 한국 돈으로 만원 정도 하던 걸 보면 정말 천지차이이다. 

대부분의 로컬 사람들은 길에서 저런 빵 1~2개를 사고 길이나 옆에 공원에서 커피와 함께 먹는 듯 했다. 



그냥 숙소로 들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동유럽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다는 루마니아고 그 수도 부쿠레슈티인데..좀 더 볼 생각에 반대쪽인 북쪽으로 올라가봤다.



올드타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기념품점 간판들..



















무슨 건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이 아닌가 싶다. 







Stavropoleos 라는 이름의 성당이다.



고작 18세기에 지어진 성당이라는데 내부는 마치 1000년은 묵은 듯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부쿠레슈티 관광을 끝내고 지옥같은 서유럽으로 비행기를 타고 간다. 

정말 여기서도 서유럽으로 갈 생각에 짜증만 나고 우울해 있었던 것 같다. 정말 가기 싫지만 어머니가 오시니..그것도 내가 오라고 한 것이니.. 어쩌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