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South Asia

SUKHOTHAI, THAILAND (수코타이, 태국), 첫번째

오주만세 2014. 1. 1. 21:18


SUKHOTHAI (สุโขทัย)



수코타이는 태국 북부의 아랫쪽에 위치한 인구 35000여명의 소도시이다. 고대도시인 수코타이의 유적들이 남아있는 곳으로 800여년 전에 세워진 시암 왕국(Siam Kingdom)의 수도였다. 수코타이의 전성기는 람캄행(Ramkhamhaeng) 대왕의 통치기간이었다고 한다. 이 람캄행 대왕이 태국의 알파벳을 만들었으며 란나 파야오 수코타이로 대표되는 타이족의 국가들끼리 연합해 앙코르와 대항해 이 지역에 타이족의 입지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그 후 수코타이왕국은 우통왕의 아유타야 왕국에 의해 1438년에 완전히 병합되어버린다. 어쨌든 현재 태국의 주민족인 타이족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Siam 왕국의 수도로서 아직 많은 유적들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끄는 곳이다.

수코타이라는 도시명은 "Dawn of Happiness' 의 뜻이라고 한다. 행복의 황혼? 




지긋지긋한 방콕을 드디어 벗어났다. 택시 바가지 3번, 잔 거스름돈 사기 7~8번... 바가지 사기 당한것만 내가 인지하고 있는 것만 1천 바트가 넘어 가는거 같다. 마지막 버스 터미널의 세븐일레븐에서까지 10바트 삥땅치는 여종업원의 센스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래도 작년에 경험했던 이스탄불에 비하면 약과고.. 따뜻하게 잘 지냈으니 그걸로 만족. 방콕에서 워낙에 양아치같은 코쟁이들을 매일같이 보다보니 이런 양아치들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은 난이었는데... 방콕에서 난까지 한 번에 가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중간에 갈만한 곳을 찾다가 수코타이를 발견했다. 그냥 방콕과 난 중간에 있는 곳이라 가게됐다. 하지만 막상 수코타이에 도착해보니 나름 역사적인 곳이며 볼거리들도 많았다. 그리고 여기서 태국 현지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즐거운 나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수코타이까지는 방콕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해가기로 했다. 일단 호스텔에서 버스터미널까지 가야하는데..


택시한테 바가지 몇번 씌었더니 택시 타기는 싫고..스카이트레인 타고 가서 걸어가자니 너무 멀고...그래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로 맘 먹었다. 버스요금은 13바트.. 스카이트레인으로 가면 역에서 내려 또 택시타고 가거나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는 버스터미널까지 한번에 가는데 스카이트레인의 1/3 요금이다. 하지만.. 버스가 시내 중심부를 통과하기 시작하자..왜 이렇게 요금이 싼지 이해가 됐다. 


단순한 교통체증이 아니고.. 아애 차들이 움직이질 않는다...한 10분 정도 가만히 서있다가 몇십미터 가다가 또 10분 서있고..  이렇게 이동하면서도 결국은 시내를 빠져나와 모칫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은 연말을 맞아 귀성가는 현지인들로 붐비었는데.. 터미널 2층은 치앙마이 푸켓 같은 관광지로 가는 버스들이 출발하고 1층에서는 동북부에 이름모를 도시들로 가는 버스들이 출발하는듯 보였다. 심심해서 2층 올라가봤더니.. 순 관광객들 천지였다. 여기저기서 한국말도 들리고.. 정말 치앙마이 안간 걸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방콕의 첫날 호스텔에서 다음 목적지를 고민하다가 주인에게 추천 좀 해달라고 했더니 '치앙마이'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여기 뭐하는 데에요? 물었더니 관광 특화된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치앙마이는 리스트에서 삭제.. 이름 비슷한 치앙라이도 왠지 불안해서 삭제.. 그리고 결정했던게 NAN 이었고 버스가 없어서 가게 된 곳이 '수코타이'이다.




오늘은 버스 옆자리에 누가 앉을까.. 혼자 여행할때 버스나 기차 비행기를 타게되면 항상 궁금하면서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아무도 안 앉아 혼자 2자리를 차지한다면 가장 좋고.. 누군가 앉는다면 기왕이면 이쁜 여자가 좋겠고..냄새나는 뚱뚱한 할아버지 게다가 매너까지 없다면 최악의 경우다.

이번에 수코타이로 가는 버스에 동승하게 된 사람은 얼굴 시꺼먼 군인이었다. 영어 못하는 군인이라 처음에 손짓발짓 해가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려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대충 군인이라는 그냥 봐도 눈치챌 만한 사실과 연말을 맞아 고향인 핏사눌록으로 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불교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데.. 내가 외국인이라 배려해가며 태국어를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발음해 주는데.. 태국어를 아애 모르는데 내가 알아들을리가 없으니.. 중간에 휴게소에서 같이 라면 먹고 사진 찍어줬다. 그리고 이메일 주소 알려주면 보내준다고 했더니..못알아 들어서 노트에 email 쓰고 건내줬더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화번호와 군부대 주소를 적어줬다. 사진 보내주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버스 안의 불이 꺼지자 군인 아저씨는 취침에 들어갔다.



이른 아침 6시에 도착한 수코타이 버스 터미널..

당연하게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 버스를 기다리는 태국인 몇몇에 막 도착해서 친구나 가족의 픽업을 기다리는 사람들.. 겉으로만 봐도 티나게 여행객 처럼 보이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당연하게도 다가오는 툭툭 기사.. '툭툭, 툭툭' ...호객 행위 하다 걸리면 안되는지 몰래 툭툭 거린다.

그래서 내가 묵는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말했더니 200바트를 부른다. 방콕에서 미리 조사해본바 20바트면 가고도 남는다 그러는데.. 그래서 안한다 그랬더니.. 100바트로 깎는다. 다시 한 번 싫다고 했더니 80... 휴.. 어쩔 수 없지 30바트 불렀더니 아주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기분나쁘게 째려본다. 휴.. 이런 놈들 피하려 방콕을 벗어났는데 여기도 어쩔 수 없구나... 됐다고 터미널 근처나 구경할까 밖으로 나왔다.




어둑어둑한 버스터미널.. 멀리서 개 3마리가 다가온다. 그리고 내 앞에서 3방향으로 산개해서 똑같이 먼 곳을 쳐다본다. 태어나서 개들이 진형 맞춰 움직이는걸 처음봐서 멍하니 보고 있으니 멀리서 버스터미널 직원이 오는게 보였다. 아마 아침마다 뭐 먹을걸 가져다 줘서 개들이 마중나왔나보다.

하지만 오늘은 배급일이 아닌듯.. 직원은 그냥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개들은 아쉬운듯 잠깐 머물다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개들 구경하다 보니 날이 많이 밝아졌다. 







딱 한바퀴 돌며 사진 몇장 찍고 버스를 탔다. 요금은 30바트..





숙소에 와서보니 체크인 11시까지라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인듯한데..다들 영어가 미숙해..무뚝뚝해 보인다. 

다행히 9시쯤 싱가폴에서 오토바이 타고 여행하는 아저씨들이 금방 퇴실해서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샤워를 하고 짐정리를 하고 나니 11시가 지나고 있었다. 미리 NAN으로 가는 버스표를 사놔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버스터미널로 걸어갔다. 방콕에서 오는 밤버스에서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었는데..이상하게 샤워 한 번 하고 나니 멀쩡해진다. 아마도 방콕에서 너무  널널하게 할일없이 보내서 그런거 같다..

아침에 버스타고 올때는 금방 오는거 같았는데 더운 날씨에 계속 걷다보니 꽤 멀게 느껴졌다.. 길에 걷고 있는 사람도 나 밖에 없었고.. 중간중간 툭툭이 뭐라 그러는데 계속 무시하며 터미널로 도착.

터미널에 들어가자마자 1번 매표소 창구에 있던 여직원이 반갑게 맞이하며 어디가냐고 묻는다. NAN으로 갈거라 했더니 NAN으로 바로 가는 버스는 없다며, 빠이인지 하는 곳으로 간다음 갈아타야 한다고 한다....분명히 아침에 스케쥴 표에 NAN 가는 버스를 봤는데 왜 없다고 하는걸까.. 인포에 가서 물으니 있다고 한다. 그런데 1번 매표소 회사가 아니라 6번 매표소 회사에서 표를 사야한다고 한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6번 매표소로 가서 표를 예약하고 싶다고 하니.. 예약 안 받는다고 당일 와서 사면 된다고 그런다. 그럼 버스터미널에 괜히 온게 되서 물 한병 사서 마시며.. 있다가 내일 가려고 한 수코타이 히스토리컬 파크를 그냥 오늘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숙소에서 버스터미널로 오면서 시내 대충 구경했는데.. 뭐 별로 볼 것도 없어서..


그래서 다시 인포에 가서 히스토리컬 파크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 친절히 뭐라뭐라 대답해주는데..역시 영어가 서툴다. 얘기하다가 보니 앞에 버스가 스길래 인포 여직원이 저거 타고 가면 된다고 ..30바트라며 빨리 가서 타라고 그래서 버스 기사에게 다시 확인한 뒤 버스에 올랐다.




이게 수코타이의 버스이다. 트럭 짐칸에 나무 판때기들로 자리 만들고 운행한다. 요금도 기사 부르는게 값이다. 30바트 40바트 50바트.. 멋대로 부르는데 그냥 30바트 내고 계속 타고 다니는 중이다. 그래도 30바트 요금으로 꽤 많이 가는거 같았다. 거리상으로 10km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하는데.. 낡은 트럭으로 가다보니 그랬나보다..



버스에는 단 3명만 탑승해 있었다. 태국 커플로 보이는 소년소녀와 나 ....처음 버스에 오를때 인사하고..30분 동안 계속 서먹서먹하다. 나 보면 고개 끄덕이며 웃고 나도 같이 끄덕이고.. 그러다 사진 찍겠다고 하니 흔쾌히 승락한다. 이 곳 스코타이는 습도는 낮아 건조하지만 태양이 강해 그래도 조금 움직이다보면 무덥게 느껴지는데.. 여기 태국인들은 두꺼운 자켓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심지어 낮에 털달린 점퍼를 입고 다니는 여자도 보았다. 하긴 밤에는 반팔입고 다니기엔 추울정도로 기온이 낮아지긴 하지만...그래도 이런 태양빛에 털점퍼는 좀 너무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저 소녀도 두꺼운 옷을 세 겹으로 껴입고 있어서 안 덥냐고 물으니..웃기만 한다...곧이어 히스토릭 파크에 도착하고, 저 두 소년소녀는 더 가는 듯 해서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수코타이 히스토리컬 파크이다.



자전거 대여해서 타고 다니는 사람들 많았는데.. 그냥 대충 둘러보려고 걷기로 했다.



















수코타이 역사 공원을 1시간 정도 걸려 한 바퀴 돌고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물 한 병 사서 터미널 벤치에 앉아서 마시며 내일은 뭘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까 그 인포 여직원이 날 보더니.. 왜 안 가고 아직도 여기 있냐고 묻는다. 그래서 이미 가서 다 보고 왔다고 하니.. 인포센터 앞으로 오라고 부른다. 그러면서 옆에 다른 여직원이랑 둘이서 계속 이것저거 묻는다. 


굉장히 심심한가보다 생각했다.. 여기 언제 왔고, 얼마나 있고, 어디 갈거냐고, 그래서 내일은 터미널에 있는 관광안내판에 적힌 2곳.. 한 곳은 역사 공원이고 다른 한 곳은 발음하기 어려운 그런 동네였다.. 중 발음 어려운 곳으로 갈거라 했더니.. 자기들이랑 같이 가자고 그런다.. 이메일 물어보고 같이 사진찍자고 그러더니 전화번호 있냐고 그래서 번호 알려주고 고맙다고 그러며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가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내일 아침 10시에 내 숙소 앞으로 온다고 같이 가자고....


사실 혼자 여행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기대하지 않은 호의가 고맙게 느껴질때도 있지만 그런 호의에는 보답으로 금전을 요구하거나..사기를 치고 운영하거나 일하는 레스토랑 숙소 택시로 데리고 가게 마련이다. 특히 로마 파리 이스탄불에서 이런 경험이 많았다. 이스탄불에서는 하루에 2번씩 저런 놈들을 만났으니....


하지만 저 인포에 있는 두 여직원은 그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호스텔이나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이 아닌 인포센터에서 일하는 직원들인데....


다시 샤워하고 나와 담배를 피다가 페이스북을 보니 해피 뉴이어라는 메시지들이 와 있었다. 12월 31일인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밤 9시가 다되가길래 과연 수코타이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새해를 맞이할까? 살펴보려 혼자 밖으로 나왔다. 큰 길에 있는 다리를 건너다가 아침에 호스텔에서 잠깐 만났던 독일 여행객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옆에는 미국에서 왔다는 올드레이디..할머니처럼 보이지만 할머니는 아닌것 처럼 행동하는 여행객도 같이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만났었는데 여기서 또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어디 가냐고 했더니 그냥 시내 돌아다니는 거라 해서

나도 같이 다니자고 했다. 젊은 여자 남자면 데이트나 작업 방해하는거 같아서 혼자 가겠지만 할머니랑 독일 여행객도 4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데 뭐 굳이 자리 피할 이유 없으니.. 





이 수코타이 시내는 볼게 없다는 사실을 낮에 확인했었지만, 다시 밤에 확인사살 하고..불경 소리가 들리는 절에 들어가서 구경 잠깐 하다가 다시 나와서 또 어슬렁 거렸다. 젊은 애들이었으며 보나마나 술쳐먹으러 가자고 그럴게 뻔했는데..다행히 나이 지긋한 분들이라 술퍼마시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길에서 음악 크게 틀고 타이에서 최신 유행하는 춤인지..이상한 춤을 추며 파티를 즐기는 젊은 애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호스텔 근처 바에서 라이브 연주하는걸 길가에 서서 엿들으며 미국에서 온 할머니는 노망났는지 혼자 안에 들어가서 혼자 열심히 춤을 추길래 나와 독일 여행가는 작별인사를 하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12시가 다되가니 여기저기서 폭죽소리가 시끄럽게 들리길래 편의점에도 들릴겸 밖에 나와서 구경했지만, 큰 규모의 폭죽은 아니고.. 소리만 요란하고 싸구려틱한 폭죽들 뿐이었다.


어쨌든 내일 2명의 태국 여인네들과 발음 어려운 곳으로 갈 준비를 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