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5 China

LUHUO, CHINA (루후오, 중국)

오주만세 2015. 7. 3. 21:54




LUHUO (炉霍, )









작년에 다우푸까지 왔다가 기분 다운되서 오지 못한 루후오에 찾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보니.. 그냥 건너뛰는게 나을만한 마을 같았다. 아니 다우푸와 거의 흡사해 다른 점을 찾지 못하겠다. 




써다에서의 마지막날.. 전날 티벳에서 온 아가씨들이 어디서 정보를 듣고 왔는지 내일 아침 일찍 써다를 떠난다고 한다. 써다를 떠나는 버스가 아침 5시에 있다고 하는 듯 했다. 뭐라고 새벽5시에?

뭔가 의심스러웠지만..티벳 마을에서 티벳 처자들 말이 아니면 누구 말을 들으랴.. 보니까 티벳 처자들은 간쯔로 해서 육로로 라싸가지 간다고 하는 듯 하고..나는 일단 루후오로 가기로 했다.

루후오 다음에 어딜 갈지 몰라도..일단 남쪽으로 내려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날 새벽4시에 일어난 뒤 양치질만 하고 빈관을 체크아웃 했다. 아직 해가 뜨기 전 가로등도 모두 꺼져있고 차가운 달빛만 어둑하게 비추는 아직 잠든 듯한 마을을 조심스럽게 걸어 내려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버스가 정말 오는걸까??  심히 의심스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처음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을때는 티벳 승려 대여섯에 우리 3명이 전부였는데.. 시간이 갈 수록 무리들이 계속 언덕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침 7시쯤에 해가 뜨기 시작하니 점점 더 많이 사람들이 버스정류장으로 와 순식간에 시끌벅적 해진다.



주로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다. 어려보이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학교다닐 때 수학여행을 갔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헌데 버스는 언제 오는거냐..티벳 처자들이 가는 곳인 간쯔는 그나마 버스라도 자주 있는듯 했는데 루후오 가는 버스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그리고 간쯔가는 버스가 많아도 팔팔한 사내놈들이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멈추지도 않은 버스에 메달려 문을 열고 올라타는 바람에 티벳 처자들은 계속 빈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여기가 정식 버스터미널이 아니고..그냥 임시적으로 미니밴들 주차하는 주차장이라 승객들 줄 서는 모습도 없고..그냥 막무가내 식이다.

9시 10시 11시..그냥 이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다보니 걱정이 앞선다. 루후오 가는 미니밴은 정말 오기는 하는 걸까.. 와도 내가 탈 수 있을까..없으면 여기서 또 하루 더 보내?


11시 30분 쯤 되서 더 이상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가만 보니까 버스를 마냥 기다리다가 그냥 걸어내려가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도 그냥 걸어내려가보자.. 혹시 루후오 가는 미니밴이 밑에서 사람 다 태워서 출발할 수도 있으니..아래 쪽에도 정류장이 있다면 그냥 거기서 기다리는게 낫겠지..


티벳 처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뚜벅뚜벅 걸어내려가기를 1분..옆에서 한 승용차를 세우고 어떤 아저씨가 운전사와 얘기하는 게 들렸다.

루후오..아니 이 단어만 들렸다. 루후오..


앗!! 히치하이킹?

나도 바로 승용차 옆으로 접근한 뒤 나 루후오 가는데 좀 태워달라 했더니 나보다 젊어보이는 인상 착하게 생긴 청년이 그냥 뒤에 타라고 한다. 

아하..이게 왠 횡재냐.. 얼른 트렁크에 배낭을 넣고 뒷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먼저 얘기하던 아저씨와 부부인듯한 아줌마도 내 옆에 나란히 앉고 운전하는 청년과 그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이 앞자리에 앉아 이렇게 5명이서 루후오로 향했다.



헌데...운전하는 청년양반이 영 운전초보인듯 보였다.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옆에 앉아 물 고여 있는 웅덩이를 피해 핸들을 좌우로 움직이라며 계속 알려주는데..아무리 길이 험난하다고 해도 운전을 뭐 이따위로 하는지...뒤에 앉아 있으면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써다에서 출발해 3시간 쯤 갔을 땐 아애 앞뒤로 길을 막고 도로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했다.






세월아 네월아 한 없이 기다리는데 한 꼬마애가 나에게 다가와 뭐라고 하는 것이다. 뭔 소린지 몰라서 웃음만 짓고 있으면 꼬마의 할배인지 애비인지 ..아마 할배겠지... 보이는 아저씨도 와서 뭐라고 하는데 뭘까.. 같은 차에 타고 있던 중국인 아저씨가 다가와 얘기를 해서 알고보니.... 운전기사 조수석의 아저씨가 준 초코바를 먹고 있는 나에게 초코바 하나만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중국인 아저씨는 얼른 차에서 초코바를 꺼내 꼬마애한테 주고 꼬마애는 날 흘겨보고 간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나도 얻어먹은거야.






기다리다 따분해 하늘을 보니 독수리 한 마리가 한가롭게 날고 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포장도로라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루후오에 도착했다. 바로 식사를 하는듯 해서 같이 식당에 들어가 허겁지겁 밥을 먹고....먹다가...음식점에 와이파이가 있길래 연결해서 주식을 좀 봤다. 아.....왜 이 동네만 오면 재수가 없는지.....25% 상승 후 -0.3% 하락마감 하는 윗꼬리 음봉..ㅋㅋㅋ 속 터져 죽겠다...


갑자기 주식 확인한 2분 사이에 기분은 꿀꿀해져서...다시 차에 탔다. 


이제 숙소로 가는건가....?


그런데 차는 루후오를 빠져나와 국도를 그냥 달리는 것이다. 한 10분 지난뒤 운전하는 청년에게 물었더니 다우푸로 간다는 것이었다. 아 나는 루후오 간다고 처음에 탈 때 말하고 차에서도 3번을 말하고 밥 먹으면서도 말했는데..왜 다우푸냐고.....주식 땜에 열받는데 휴...한숨만 나온다.

그냥 다우푸 가서 묵고 내일 루후오 오는게 어떻겠냐고 하는데...알았다 그래서 같이 또 반 정도를 가다가 왜 중간에 있는 마을에 세우더니 길가에 서있는 청년과 얘기를 하더니 여기서 미니밴 타고 다우푸 가면 될거라고 한다.


뭐 써다에서 여기까지 태워준게 고맙긴 하지만..공짜도 아니고 돈 달라고 하더라.. 50위안..그리고 밥값도...

암튼 길가에 서 있던 청년과 같이 미니밴을 기다렸다. 20분 정도 기다리니 미니밴이 와서 올라탄 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루후오는....














암튼 주식땜에 속 상해서 뭐 기분도 안난다.

지금이 7월 3일인데..거의 2주 가까이 망연자실 의기소침해서 있다. 


이 쪽 동네만 오면 주식이 속을 썩이고..뭔 놈의 버스들은 죄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휴....


티벳이 지겹다거나 나뻐서 그런게 아니라 이 동네만 오면 주식 때문에 속상해 죽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