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OSH, KYRGYZSTAN (오쉬, 키르기즈스탄)

오주만세 2014. 7. 20. 15:12

 





OSH (Ош)




인터넷도 안 되고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는 사리타쉬에서 하룻밤을 묵고 미국놈은 사리타쉬에서 하루 더 묵은 뒤 바로 타지키스탄으로 간다고 해서 나머지 5명이 다 함께 오쉬로 갔다. 살리타쉬에서도 정규 교통편이 없어 미니밴을 이용해야 해서 또 어제처럼 기사랑 실랑이 해야하나 하며 다들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적절한 요금에 오쉬까지 올 수 있었다.

 

미니밴은 숙소 근처의 길가에 우리를 내려줘서 쉽게 지도를 보며 호스텔을 찾아 갈 수 있었다.

구소련 스타일의 회색 아파트 건물에 2층을 호스텔로 쓰는 곳이었는데.. 여기 키르기즈스탄에 와서 느낀게 중국보다 훨씬 못 사는 나라고 평균소득도 낮은데도 불구하고 숙소나 교통 특히 관광객을 위한 투어상품 같은건 중국은 말할 필요 없고...거의 동유럽 못지 않게 비싸다는 것 이었다. 



어쩄든 중국 카시를 떠나 오쉬에 도착했으니 본격적으로 키르기즈스탄을 여행할 계획을 세워야겠다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오쉬에서 비쉬케크 까지는 버스로 10시간 정도 걸리는데... 중간 중간에 들릴만한 조용한 곳들이 많이 있는듯 했다. 그래서 호스텔 주인에게 그 곳들에 대한 정보에대해 물었더니..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아무 것도 없는 거 알아서 가려고 하는 것인데.. 그렇게 대답을 하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여기 키르기즈스탄은 파미르 고원과 같은 산과 이식쿨 같은 호수를 보러 오는 것이라.. 나처럼 자연 경치를 즐기는데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로 좋은 여행지는 아닌듯 싶었다. 게다가 작은 마을을 찾아 간다고 해도 숙소들 수준이 정말 캐안습 수준이라.. 



뭐 오쉬에 도착한 첫날부터 골치 아프기는 싫어서 천천히 생각해보기로 하고, 시내 구경을 나왔다. 먼저 숙소 근처에 있는 시장을 왔는데...--; 양 옆으로 컨테이너 박스들이 늘어서 있고 그 컨테이너 박스 안에 물건을 진열한 뒤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장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한 음식점 같이 보이는 가게에서 여자애가 관광객인 나를 보더니 심심해서 장난을 치고 싶었는지 나를 붙잡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자기 사진을 찍어달라고 그런다.

 


옆에 있던 아줌마들 사진도 찍으라 해서 사진 찍어주고 나랑도 같이 찍고..뭐라고 계속 그러는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으니....그냥 옆에 앉아 있으니 Plov 라는 볶음밥을 보여주며 먹으라 한다. 하지만 방금 길에서 닭고기가 들어있는 미트파이를 사먹고 와서 배가 고프지 않아 사양했더니 

 

 

 

그냥 계속 사진만 찍다가 나왔다--;


 

 

 

 

 

 

 

 

 

 

 

바자르 옆에 있는 강가에 앉아 담배 피며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은 숙소에서 만난 폴란드 애의 조언에 따라 오쉬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어떤 언덕에 올라가기로 했다. 언덕을 오르려면 어제 왔던 시장을 가로질러 강을 건너가야 했다.

 

 

 

 

 

 

 

 

 


언덕이 도시 외곽에 있는게 아니라 거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360도로 오쉬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앉아서 쉬다가 키르기즈스탄 애들이랑 얘기도 잠시 나누고...내려오려는 찰나에 우연치 않게 일본애를 만났다. 같이 담배 한 대 피우며 얘기를 했는데 여기 언덕 쪽에 박물관이 있다며 찾아 가자고 한다. 나는 원래 올라왔던 길 그대로 다시 내려가려 했는데, 박물관은 반대쪽 길에 있을거라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박물관을 찾았다....안에 살짝 보니까 별거 없어 보여서 난 밖에서 기다릴테니 혼자 구경하고 오라고 한 뒤 음료수 마시며 바람쐬고 있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왔는데..

이 날 침대에 앉아 컴퓨터를 하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다. 충격으로 하드 드라이브가 맛이 갔는지... 컴퓨터 부팅은 되다가 계속해서 어느 지점에서 하드 읽기가 안 되서 이것저것 시스템 도구를 이용해 고치려 하다가 아애 완전히 부팅도 안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결국 3개월간 중국여행 하며 찍은 사진들과 여기 오쉬의 사진 일부 그리고 그 후에 갔던 5개의 작은 마을들 사진들은 고장난 하드에 담겨 배낭 속에 들어있고 비쉬케크에서 새로 하드디스크를 사서 다시 컴퓨터를 할 수 있었다.


날씨는 덥고 컴퓨터는 망가지고, 내 사진들이 담긴 하드디스크는 망가진 채로 확인도 못하고 있으니...게다가 내 주식들은 계속 하락하고 있고..

온갖 불운이 겹치고 겹쳐 스트레스만 받고 있으니...

키르기즈스탄에서는 별로 좋은 추억을 갖고 떠나지는 못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