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TVER, RUSSIA (트베리, 러시아)

오주만세 2014. 8. 28. 17:22




TVER, (Тверь)



트베리는 트베리 오블라스트의 행정 중심 도시이며, 역사적으로 과거 중세시대 때는 모스크바와 강력한 라이벌로 대립하던 도시였지만 근대에 들어 화재와 독소 전쟁 등 많은 시련을 겪은 뒤 현재는 찬란했던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1763년의 대화재 이 후에 도시가 재건되면서 네오클래식 양식의 건축물들이 지어져 지금도 트베리 시내에서는 많은 네오클래식 건물들을 볼 수 있다. 소련 시절에는 칼라닌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모스크바에서 상트 페테스부르크가 있는 북쪽으로 갈지.. 아니면 볼고그라드가 있는 남쪽으로 갈지..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비자가 30 여일이나 남았기에 천천히 남쪽으로 내려가며 블라디캅카스와 같은 코카서스 지역을 들린 뒤 조지아로 가는 루트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는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여기 모스크바에서 만난 모든 관광객이나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스부르크 대신 칙칙한 보로네시나 볼고그라드 같은 곳을 간다고 하니 미친놈 취급을 하는 것이다. 

그런 얘기들을 듣다보니 그 말에도 일리가 있는 듯 하고.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북쪽으로 가기로 한 건 아니고, 어머니께서 비행기를 타고 9월 중순 쯤 독일 쪽으로 오실지 몰라 그냥 북쪽으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가면 시간이 좀 어중간하고 그럴듯도 해서...

 

모스크바에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도시라, 현대적인 대도시를 예상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일간 머물며 느낀 점은 왠지 모르게 버려진 도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트와 모스크바 중간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소외되고 버림받은 듯한 느낌의 도시?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그냥 그러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곳이 특색있어 보일 수도 있는 것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힘겹게 레닌그라드스키 기차역을 찾아 기차를 탄 뒤 2시간 가량 걸려 트베리에 도착했다. 트베리에 내리는 사람들이 원래 별로 없는지..기차는 역에 달랑 2분만 정차한 뒤 바로 떠난다.



기차역이 너무 ㅎㄷㄷ하다. 내가 러시아에서 본 기차역 중에 제일 낙후되어 보였다. 



기차역 밖으로 나와 숙소를 찾아갔다. 걸어갈까도 생각했는데.. 너무 더워서 그냥 버스를 타고 이동해 갔다. 



트베리 시 자체에 숙소가 별로 없었는데 저렴한 호스텔은 딱 1군데였다. 버스를 탄 뒤 근방에서 내려보니 시티센터에서 또 한참 떨어져 있는 주거지역에 숙소가 위치해 있었다. 걸어서 숙소 바로 앞에 도달해보니 한국인 동생의 오토바이가 앞에 주차되어 있는게 보였다.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이 동생도 상트페테스부르크로 가는 중에 트베리를 들렸다 간다고 해서 같이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다. 한국 동생은 오토바이 타고 나는 기차를 타고.. 따로 오게 되었는데.. 아무리 1시간 먼저 오토바이를 타고 출발했다고 해도 기차타고 가는 내가 먼저 올 줄 알았는데 미리 와서 체크인까지 마친 뒤 쉬는 중이었다. 참 이 한국인 동생이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유일하게 러시아 사람들이 친근하고 좋다고 하는 동생이었다..--;



시내도 잠깐 구경할 겸 저녁을 먹으로 같이 시티센터 쪽으로 나왔다.



 뭔가 좀 수상한 분위기의 음식점이 눈에 띄어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한 러시아 가족이 생일파티를 하는 중인듯 했다. 누구의 생일인지는 모르겠는데 딸로 보이는 꼬마애도 있고.. 분위기에 안 맞게 일렉트로닉스 음악을 틀어놓고 즐기는듯 했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한 러시아 아저씨가 거하게 취해서는 조용히 밥 먹고 있는 우리쪽으로 계속 와서 러시아어로 말을 거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도 못 알아 듣는데 계속 와서 술냄새 풍기면서 진상을 떠는데 어찌나 짜증나던지...어쨌든 무사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밖에는 비가 쏟아지고 있어서 동네 구경은 포기하고 그냥 숙소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한국인 동생은 상트 가기 전에 있는 벨리키 노브고로드에 들린 뒤 상피터로 간다고 떠나고..나는 그냥 트베리에서 하루 더 묵기로 했다. 기왕 왔으니 동네라도 제대로 구경하고 가야지...



전일 비가 와서 하늘은 맑고 바람도 선선한게 딱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천천히 걸어서 어제 갔던 레스토랑이 있던 시티센터 쪽으로 이동...






그리고 시내 중심가를 따라 강변 쪽으로 걸어갔다.



강변으로 가는 중에 보았던 교회건물..





생각보다 멀어서 꽤 많이 걸어갔다... 1시간 가량은 걷다가 마침내 도착한 다리.



사실 러시아가 다른 건 몰라도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큼은 정말 멋있다. 어느 도시를 가도  뭉게뭉게 떠 있는 구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무심코 지나쳤던 다른 곳에서도 이런 구름들이 하늘에 떠 있었는지..

왜 자꾸 러시아에서만 이상하게 하늘을 쳐다보게 되는 걸까....




강변에서 사진을 좀 찍다가 강변 양쪽으로 나 있는 공원들을 보고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미녀들이 건너편에서 많이 건너오는 걸 확인하고 다리 건녀편 공원으로 갔다. 








여기 공원 벤치에 앉아서 잠깐 쉬었는데... 여기서 또 집시들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내 앞으로 와서 돈이나 담배 달라고 그러는데..그냥 모르는척 하니까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러시아에서도 집시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집시가 와서 겐세이를 놓으니 짜증나서 일어나 집시 아줌마가 걸어간 반대편으로 갔다.



동상이 있길래 사진을 찍었는데..누군지는 모르겠다. 여기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와서는 정신없이 기념 사진을 찍고 가버렸다. 이런 곳에 왠 단체관광객들이 왔을까 하며 신기해 하는 나를.....저 동양인은 뭔데 이딴 곳에 혼자 돌아다니는지... 하는 표정으로 다들 나를 한 번씩 쳐다보고 버스에 올라탄다.






미녀가 많은지 알고 다리 건너 와서 집시아줌마와 중국인 관광객들만 본 뒤 실망감만 안고 다시 저 다리를 건너 되돌아갔다.





다시 공원을 가로 질러 가는 길에 저런 흉물스런 건물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모스크바와 경쟁관계에 있던 도시가 한 번 몰락하게되니 이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변했다는게 신기하기만 했다.




모스크바와 불과 기차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고 나름 대도시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일까..



그래도 마냥 걷다보니 아주 짧은 쇼핑거리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짧은 거리를 벗어나자 또 이런 폐가들이 보이고...



총포상도 있고..



건설 현장도 눈에 띄엇다.



그리고 나올 때와는 다른 길로 돌아갔는데..환한 대낮인데도 길에 사람 하나 없고 살벌하기만 했다..






시골길 같은 곳에 접어들어 주위에 개가 있나 살피며 조심스럽게 숙소로 되돌아왔다. 시계를 보니까 아직 3시... 근처의 슈퍼에서 케잌을 사와 커피와 같이 먹은 뒤 좀 쉬고 있는데 같은 방에 머물다가 오늘 아침 일찍 떠난다고 했던 고려인 아저씨가 되돌아왔다. 아주 약간의 영어를 하던데..나를 대상으로 영어 스피킹 연습을 하려는 의도였는지.. 할 말이 없는데도 계속 뭔가 얘깃거리를 만들어 말을 거는데..어찌나 피곤하던지.. 다행히 오늘 아침에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서 오늘밤은 조용히 보낼 수 있겠구나 했지만, 일을 하러 다니는 모양이었는데..무슨 사정에 의해 하루 더 묵는다고 한다.--;


대낮부터 어디서 이렇게 취해서 왔는지...어휴 술냄새.... 편히 쉬기는 틀렸구나 생각되 다시 호스텔 벽에 붙어있는 맵을 보고 성당들이 몰려있는 쪽으로 갔다.



첫번째 성당건물의 돌담에 도착했다.



성당..












큰 성당 건물이 3채가 있었는데...관광객은 그림자도 안 보이고 이 곳 동네사람들이 슈퍼마켓으로 지나 다니는 길로 이용하는듯 했다.



다시 이런 길을 따라 다른 볼거리를 찾아 갔다.



길 한가운데 외롭게 서 있는 트베리의 문장..










동네가 다 이런 분위기였다.. 길을 걷다 좀 괜찮아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가까이 가봤는데..




레스토랑인듯 했다..--;



그리고 또 발견한 성당으로 가는 안내판...얼마나 걸리는지는 안 나와 있고 그냥 방향만 나와있어서 불안했는데..그냥 저 방향으로 가봤다. 





아마 저 성당이 맞는지? 한 2킬로미터는 걸어온듯 하다...ㅠㅠ









어딘지도 모르는 길로 걷다가 찾은.....그나마 여기 트베리에서 보았던 것 중에 제일 괜찮았던 성당이다.












사실 오래된 양식의 건축물에 열심히 보수작업을 해 너무 새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 보다..그냥 이렇게 오래된 모습을 자연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 나에게는 더 인상깊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질 기미가 보여 강가로 가서 야경이나 찍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맵을 보고 이제 강을 향해...





트베리에는 강 말고도 여기저기 작은 내천들도 흐르고 있었는데.. 그 중간에 저런 흉물스런 기념탑도 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이렇게 내천이 흐르는 길가에 많은 동네 주민들이 개를 데리고 나와 조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운동장에서 각종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아마 관광객은 나 혼자 뿐이었나..











강변에 다시 도착했는데..너무 일찍 와서인지.. 아직도 하늘은 밝다...





해 질때까지 기다리다가 추워서 그냥 되돌아왔다. 시내에서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되돌아 갔는데.. 잘 못 타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길래 또 한참을 돌아서 왔다.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도 그렇지만, 여기 트베리도 밤에 가로등 켜놓은 곳이 많지 않아 어두운 길을 달빛에 의지하며 힘들게 걸어다녔다. 



겨우 숙소 앞에 도착...저 멀리 구름이 검게 떠 있는게 정말 장관이었다. 낮이나 밤이나 여기 러시아는 구름들만 멋있다.



그렇게 큰 볼거리는 없지만, 정신없는 상트와 모스크바 사이에서 하루 이틀 쉬어가기에 괜찮은 곳으로 생각된다. 무리해서 가기보다는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들려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