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SAINT PETERSBURG, RUSSIA (상트 페테르부르크, 러시아)

오주만세 2014. 9. 2. 16:47




Saint Petersburg (Санкт-Петерб́ург)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에서 모스크바 다음의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러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알려져있다. 1703년 표됴르 1세에 의해 지어진 뒤 그의 이름을 따 페테르부르크라 불리었으며, 1914년 페트로그라드로 개칭되고 1924년 레닌이 죽자 레닌그라드로 또 이름이 바뀌었다. 결국 소련이 무너지며 옛 이름을 되찾게되었다. 러시아 서북부의 섬들만 있던 늪지대를 수 많은 다리로 연결해 도시를 건설하였기 때문에 북쪽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러시아 제국 시절부터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푸쉬킨 같은 많은 문학작가들의 고향으로 아직까지도 러시아의 문화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려야 할 도시라고 한다.




워낙에 유명한 도시고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나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워낙에 이전부터 파리나 런던 뉴욕과 같이 유명한 관광지만 가면 어김없이 실망만 해왔고, 특히 작년에 이스탄불에서는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나쁜 기억들이 있었기 더 오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지하면 떠오르는 것들...카메라를 목에 걸고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단체관광객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려는 값 비싸고 형편없는 레스토랑들과 길거리에 잡상인들 그리고 불친절한 현지인들 정신없고 복잡한 인파로 뒤덮인 거리....정말 내가 피하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냥 지나치기에는 또 아쉬운 곳...그래서 지나는 길이라면 하루 정도 구경하고 가도 되겠지만, 내가 정말 관심이 있던 조지아와 코카서스 지역과는 정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는 점 때문에 계속 망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9월 말에 어머니가 유럽에 오시게되면 서유럽에서 만나 같이 서유럽을 둘러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남쪽으로 내려가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 보다 서유럽을 돌고 나서 여유롭게 다시 터키를 지나 조지아를 거쳐 북쪽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또한 러시아에 오기 전 다른 곳에서 만났던 러시안들에게서도 느꼈던 점이..러시아인들의 이 상트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나게 크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만났던 다미르는 상트를 갈까말까 고민하는 나에게..상트는 치즈버거의 치즈와 같은 곳이라며, 치즈버거를 주문했는데 치즈가 안 들어있으면 어쩌냐는 식으로 말하고, 에카테린부르크에서 만났던 마리아도 도스도예프스키와 체호프 같은 문학의 도시라고 추천 했으며, 내가 만난 거의 모든 러시아인들이 상트에 대해 극찬을 하며 러시아에 일단 발을 들인 관광객이나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상트는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러시아인들에게서 왠지 러시아도 유럽의 일부라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트베리의 기차역에서 상트로 가는 기차를 탔다.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해 밤 11시에 도착하는 빠른 기차였는데..역시나 전혀 빠르지 않았다. 모스크바에서 올 때도 느꼈지만 기차역이 너무 엉망이라 생각된다. 구조도 이상하게 되어있고, 제대로 된 안내판도 없어서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또 모스크바와 상트를 잇는 기차들이 다녀서 그런지 경비가 삼엄해서 한 번 지나간 길은 다시 되돌아가기도 힘들었다. 






기차 출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일찍 기차역으로 가서 음악이나 들으며 느긋하게 기다리다가 기차를 탔다. 기차를 타고 내 자리를 찾았는데, 어떤 러시아놈이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표를 보여주며 나오라고 하니 맞은편으로 가 앉고 나는  배낭을 윗 선반에 올려놓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나를 옆으로 밀어버리는 것이었다. 넘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는데 황당해서 뒤를 돌아보니 술 쳐먹은 미친 러시아 아저씨가 화장실을 가려는데 내가 통로에 서 있어서 그런지 그냥 뒤에서 밀어버린 것 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상트로 가는 첫 순간부터 기분이 불쾌해졌다. 


내 옆의 두 자리에는 꼬마 남자 아이와 할머니로 보이는 아줌마가 앉아 있었는데, 내가 타블렛을 꺼내 '힐 클라임 레이싱' 이라는 게임을 하니까 꼬마애가 눈이 똥그래져서 계속 쳐다보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쯤에 버스나 기차 타고 이동할 때 하려고 다운 받았던 게임인데..10분 정도만 플레이 해도 지겨워져서 그냥 꺼버리곤 했는데.. 옆자리의 꼬마애가 계속 쳐다봐서 해보라고 준 뒤에 5시간 동안 게임 앵벌이 시켰고 덕분에 새로운 아이템들도 살 수 있었다.



기차는 장장 6시간 걸려서 상트에 도착했다. 밤11시에 도착해서 걱정이 되서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호스텔에서 첫날은 숙박하려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찾아가는 길도 간단히 기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고 밖에 나와있지 않았지만 바로 옆이라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기차역을 나와서 숙소를 찾아가려니 사방은 어둡고 가로등도 없어 길찾기가 여간 쉬운게 아니었다. 타블렛으로 맵을 보며 미리 표시해 놓은 숙소의 위치로 가는데 기차역을 나와 옆으로 한 바퀴 돌고 숙소 건물이 있는 곳으로 왔더니 또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는 큰 게이트로 막혀 있었다. 건물을 다른 건물들이 성벽처럼 두겹 세겹으로 둘러싸여진 구조로 되어있어서  도무지 이건 어쩌라는건지..... 다른 길이 있나 또 옆으로 돌아가 한바퀴 삥 돌고 다시 돌고 해도 도저히 어떻게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12시가 넘어가고 있고..근처에는 와이파이 접속할만한 음식점이나 카페도 없이 기차역 주변이라 거지들만 간간히 보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벤치에 앉아 데이트 중인 한 커플이 보여 다가가서 숙소의 주소를 말해줬더니...러시아 말로 뭐라고 하며 따라오라고 한다. 주소의 집이 어딘지 찾아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는데..얘네들이 뭘 좀 아나 해서 20여분을 또 따라다녔는데 얘네도 그 주소를 찾지 못하는듯 했다..그렇게 같이 헤매다가 러시아 애들이 아는 호스텔이 있다며 거기 가라고 해서 그냥 하는 수 없이  그 곳으로 갔는데.. 지하에 있는 작은 호스텔이고 투숙객들도 여행객은 없고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일거리를 찾아 온 듯한 러시아인들이었다. 게다가 숙박비 내는 것도 이상했는데.. 1day는 400루블이고 1night은 600루블 이라고 한다.  1day나 1night이나 똑같은게 아니냐 물었더니.. 1day는 잠을 자고 아침7시 이전에 체크아웃을 해야하고.. 1night은 낮12시까지 있어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뭐 이런 정신나간 호스텔을 봤나..그냥 좀 황당해서 그냥 1day 요금을 내고 내일 아침 일찍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에 일어나 전날 풀지도 않았던 배낭을 다시 메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시내쪽에 있는 다른 호스텔로 옮겼다.

 


체크인은 오후 1시 이후에 된다고 해서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호스텔이라 주방으로 가 제공되는 간단한 아침을 커피와 함께 한 뒤에 배낭은 보관실에 맡기고 밖으로 시내구경을 나왔다.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주황색 공중전화가 호스텔 바로 문 밖에 걸려있었다.



아침 9시가 다 되어서 나왔는데...역시나 대도시...관광도시 답게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차들과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호스텔은 상트의 중심가인 넵스키 대로 가까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쉽게 관광지들을 찾을 수 있었다..도시의 느낌은 그냥 흔한 유럽의 관광도시의 느낌이랄까..물론 이전에 봐 왔던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긴 하지만... 



상트가 북쪽의 베니스라 불리우게 된 이유는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과 더불어 아닌 도심을 가로지르며 흐르고 있는 수로들 때문인듯하다. 








거리에는 각각의 건물마다 다양한 동상들이 전시되어 있고 곳곳에 자리잡은 공원들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넵스키대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었을까...저 멀리서 피의 성당(Church of the Saviour on Spilled Blood)이 눈에 띄었다.



또한 바로 뒤에도 그럴듯한 건물과 동상이 있었는데...뭔지는 잘 모르겠다.











피의 성당에 가까이 가서 건물을 유심히 살펴본 뒤 뒷편에 있는 광장에 갔더니 어찌나 많은 관광객들이 있던지....한국과의 비자면제협정 때문인지 유난히도 한국인들이 많이 보였 한국말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런 복잡한 혼란을 빠져나와 네바 강(Neva River)으로 향했다.



이런 관광 도시를 방문하게되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특정한 관광지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북적대지만.. 그런 곳에서 조금만 이동해가면 분위기는 완전 딴판으로 변한다. 관광객 하나 없이 조용하기만 한 강가를 30여분 걸으며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피터와 폴..혹은 베드로와 바울의 요새(Peter and Paul Fortress)





계속 걷다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고 그 행렬이 향하고 있는 에메랄드 빛의 웅장한 건물을 볼 수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겨울 궁전(Winter Palace)이었다








강 건너편에는 쿤스트카메라(Kunstkamera) 라는 이름의 박물관도 있었다.





유럽의 도시들과 다른 점이라면..저런 군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군함 뿐 아니라 잠수함도 있었고, 겨울궁전 앞의 광장에는 수많은 군용차량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겨울 궁전의 광장을 지나쳐 조금 걷다보니 성당을 보이는 건물의 둥근 지붕이 보였다.






성 아이작 성당 (Saint Issac Cathedral) 이라는 건물...맞나??







이 곳 상트도 모스크바와 비슷하게 금발의 러시아 미녀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전세계 여기저기서 찾아온 관광객들만 도시를 가득 채운듯 하다.



숙소로 되돌아와 배낭을 방에 가져다 놓고, 잠깐 쉰 뒤에 다시 시내로 나왔다. 이번에는 관광객들이 없는 조용한 골목 쪽을 가보려했다.







그냥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파서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정말 고민했다. 모스크바에 있을 때는 계속해서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다보니 이제 정말 저 맥도날드의 노란색 M자만 보면 토가 나올 지경이었지만,,, 내가 러시아에 온 이 후로 그래도 처음 2주간은 여러 음식들을 시도해보고 느낀 점이.. 정말 비싸기만 하고 너무 맛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맥도날드가 저렴한건 아니었지만 빅맥세트가 8000원 정도이니 큰 기대와 부담없이  리스크도 없으니 계속 맥도날드만 먹게 되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정말..햄버거만 먹기는 힘들어서 저기 저렇게 앉아 건너편의 맥도날드를 보며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차라리 햄버거를 먹을거면 숙소 근처에 있던 버거킹이나 먹자 하고 그냥 버스를 타고 숙소로 되돌아갔다.


그러다가 우연히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는 한국 동생과 연락이 되서 같이 밥먹자고 한 뒤.. 버거킹이 아닌 수제햄버거를 파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아무리 수제버거라도 햄버거는 NAVER... 야채가 듬뿍 든 케밥 비슷한걸 시켜서 먹었다...하지만 느끼한 건 마찬가지...........



그리고 다음 날은 버스를 타고 어제 강건너로 보았던 피터 폴의 요새를  갔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헬싱키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기 위해 호스텔 직원에게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물은 뒤 직원이 말해준 장소로 갔다. 버스터미널이 아니라 길에 작은 키오스크 매표소들이 있었는데.. 가장 처음 보이는 매표소에 가 그 안에 앉아 있는 아줌마에게  "do you..." 까지만 딱 말하는데도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난데없이 "niet niet" 하며 그냥 꺼지라는 식으로 손을 젓는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그래서 뭐지...황당해서 길에 그냥 서 있는데.. 어떤 여자가 와서 어디로 가냐고 묻길래 내일 헬싱키로 가려고 한다고 하니까 자기네 버스를 타면 된다고 해서 그냥 따라갔다.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승합차를 매표소로 쓰고 있는듯.. 승합차 뒷칸에 오르니 버스 스케쥴 표가 있었다. 밤11시 출발..요금은 800루블이었나...를 예약했다. 왠만하면 여러군데 알아보고 사려 했는데 처음 갔던 키오스크의 아줌마 땜에 너무 기분이 나빠서 그냥 여기서 예매했다. 그리고 나서 작은 명함을 받았는데..명함에 찍혀있는 사진의 버스 모양이 좀 수상해 보였다.




설마 이걸타고 헬싱키까지 가나요? 그 여직원에게 물으니 맞다고 한다...아.......뭐 어쩔 수 없지.. 저걸 타고 8시간 넘게 가야한다. ㅠㅠ









피터 폴 요새에 버스가 도착하기 전에 저런 괴상하게 생긴 조형물이 있어서 버스에 내린 뒤 구경했다. south rostral column 이라고 한다. 한국말로 하면 뱃부리기둥? 

적색 기둥에 박혀 있는 조형들이 뱃부리라고 한다.





이건 exchange building 이라고 하는데 뭐하는 건물인지 모르겠다...

















드디어 요새에 도착했다. 




그런데 여기가 요새가 맞는건지....









어제 강 건너에서도 뚜렷하게 눈에 띄던 성당이다. 긴 창 마냥 솟아올라가 있는 첨탑이 인상적이었다.














이 곳 요새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보니 저렇게 강변 잔디밭에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래서 나도 같이 1시간 정도 음악을 들으며 잠깐 휴식..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천천히 시내쪽으로 걸어갔다.







여기는 메트로역도 참 신기하게 만들어놨다.



상트에서 무슬림의 모스크는 처음 봤는데..그나마도 현재 공사 중이라 제대로 볼 수도 없었다.




시내로 가려면 이제 다시 다리를 건너야 한다.













시내 가까이 와보니 이제 특별히 갈만한 곳도 없고...지금 숙소에 가기에는 또 너무 이른듯 해서, 커피숍에서 커피나 한 잔 하고 있다가 해가 지면 야경 사진이나 찍으려 했다.



커피숍에서 카푸치노를 시켜 1시간 반 정도 인터넷을 보며 있었는데도, 밖은 아직도 대낮처럼 환한 것이다. 커피숍에 그냥 혼자 죽치고 있기에도 심심하고 해서 그냥 미녀 구경이나 해야지..하고 밖으로 나왔다.





시내에 있는 공원길을 지나 걷다보니 여기저기서 각종 악기를 연주하며 공연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 젊은이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노상에서 춤을 추는 관광객들도 있고..









상트의 가장 유명한 건물인 얼음궁전을 정면에서 제대로 본 적이 없어 해가 지기를 바라며 얼음궁전 앞 광장 쪽으로 갔다.






러시아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탱크들..




러시아의 밝은 미래













광장에서 군용차량들 구경하며 10시가 가까워지는데도 하늘은 앙직도 저렇게 밝다..



얼음궁전을 뒤로 돌아 강변으로 다시 왔다.. 이제 슬슬 저녁노을이 지고 있는데 벌써 10시...






길에서 이렇게 방황하는 것도 지겨워 그냥 숙소 쪽으로 되돌아갔다.
















밤이 되니 저렇게 술 취한 정신나간 애들도 간간히 눈에 띈다.









숙소 바로 앞 코너에서 어떤 할머니가 가방에서 인형들을 인형들을 주섬주섬 꺼내어 길바닥에 내려놓고 장사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장사가 아니라 위 사진과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마치 무슨 죄를 지은것 마냥 저렇게 서 있었다. 바로 옆에는 고급 레스토랑과 술집들에서 즐거운 웃음소리들이 들리는데 저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슬픈 감정이 밀려왔다. 그리고 길바닥에 그냥 아무렇게나 내려놓은 인형들 중에 토끼인형이 눈에 띄어 할머니에게 가까이 가서 얼마냐고 물으니..아무말 없이 내 얼굴만 똑바로 쳐다본다.. 당연히 영어를 모를테지.. 그래서 그냥 100루블 지폐 한 장만 할머니 손에 꼭 쥐어주고 그냥 숙소로 되돌아갔다.


중국에 있을 때도 느꼈었지만,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로 변해가는 동구권의 나라들에서는 특히나 저렇게 씁쓸한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예전 헝가리를 여행할 떄 헝가리인에게 들었던 얘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리고 상트에서의 마지막날은 어제 저 할머니 때문인가.. 헬싱키로 가는 버스는 11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지만, 그냥 숙소에서 컴퓨터만 하다가 여기서 만난 스페인애랑 마지막 점심을 러시안 레스토랑에 가서 먹고...으..진짜 맛 없다...--; 밤10시 숙소를 나와 상트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