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ULCINJ, MONTENEGRO (울치니, 몬테네그로)

오주만세 2014. 12. 17. 20:29




ULCINJ (Улцињ)




울치니는 몬테네그로의 남부 끝자락 알바니아의 국경 인근에 자리잡은 해양도시이다. 몬테네그로 아드리아 해안선의 많은 소도시 중 남부에서는 가장 큰 도시이며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알바니아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포드고리차에서 무지개만 보고 울치니로 갔다. 가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사진을 좀 찾아봤는데 비교적 아름다운 바닷가의 작은 마을의 분위기여서 마음이 끌렸다. 게다가 알바니아로 가는 동선의 중간에 위치해 있고 몬테네그로라는 나라를 와서 무지개만 보고 떠나기도 뭣하고 또 코로르는 예전에 갔던 곳이라 가급적이면 재방문은 피하고 싶어서 울치니로 왔다. 

당연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울치니의 사진들은 날씨 좋은 여름에 찍힌 사진들이고 내가 찾아간 초겨울엔 완전한 비수기로 접어들어 도시 자체가 개점휴업 중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비수기인 덕분에 펜션형 아파트에서 저렴하게 묵으며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만족...게다가 아파트엔 난방기기도 있었다.



포드고리차에서 버스를 타고 울치니는 멀지 않은 3~4시간 거리에 있다. 지도만 보면 1시간이면 충분히 갈듯한 거리인데..



그리고 버스는 또 이런 구닥다리 버스다..그리고 황당하게도 버스에 비까지 샌다....처음 버스에 탔을 때 맨 뒤의 오른쪽 자리가 젖어있는 걸 보고 눈치를 챘어야 하는데..가는 길에 비가 조금 내리니 창문 윗틈으로 빗물이 차량 내부로 줄줄 흘러내려서 "이거 현대차인가?" 하고 내려서 보니까 놀랍게도 현대차가 아니라 벤츠였다.

비 새는 버스는 여기서 또 처음 타본다.



포드고리차에서 울치니로 향하며 중간에 작은 마을에서 3번 정도 정차했는데..버스에서 보는 경치는 정말 좋았다. 버스가 정차할 때 마다 "아 그냥 여기서 내릴까.." 계속 고민을 하게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뭐 울치니도 비슷하겠지.





그리고 마침내 울치니에 도착했다. 다행히 어두워지기 전이고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맵을 보니 숙소는 좀 멀어보였다. 뭐 산책도 할겸 슬슬 걸어가볼까..



가는 길에 풀 뜯어먹는 양들을 보았는데 사라예보에서 봤던 양들처럼 토실토실하지도 않고 맛없게 생겼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 이었다.



그런데 숙소는 왜 이렇게 먼거야... 30분을 넘게 걸어도 아직 반이나 더 가야하네...




배낭메고 1시간 정도를 약간 헤매고 찾아간 펜션은 하루에 13유로의 깨끗한 싱글룸이었다. 게다가 발코니도 있고!! 친절한 주인 아저씨에게 마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저녁을 먹으러 밖에 나왔는데.. 문 연 곳이 아무데도 없다. 그나마 작은 구멍가게 하나만 불이 켜 있길래 그 곳에 가서 빵과 음료수 그리고 물을 사서 저녁식사와 다음날 아침을 겨우 떼울 수 있었다.



다음날은 날씨가 너무 좋았다. 아무리 비수기라고 해도 이런 날씨에는 울치니도 며칠 와서 지내기 좋을텐데..시내로 걸어가는 중에도 한산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가끔씩 마주치는 현지인들은 이런 비수기에 온 내가 신기한듯 쳐다본다. 아니면 동양인이라 쳐다보는건가?




어쨌든 다시 한 30분을 걸어 시내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관광 인포센터가 두 곳 있었는데 둘 다 문이 닫혀있었다. 비수기에 온 관광객은 관광객도 아닌가? 쩝...아무런 정보도 없이 구글맵에마나 의지해 시내를 돌아다녔다. 걷다보니 오르막길이 있어서 올라서 마을 전경을 보려 했다.




아 그런데 "이 산이 아닌가벼" 건너편에 고성이 있는걸 보니 저 쪽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다시 내려간 뒤에 중간에 작은 모래사장을 지나 고성으로 다시 갔다.



아 좋다~~~












이런 골목길을 통해 내려갔는데 집집마다 개들이 한 두마리씩 있는듯 했다. 중국의 홍웬에서 겪었던 사건 이 후로는 개 짖는 소리에도 경기가 날 지경이다. 개들이 정말 싫다.



드디어 해변가 모래사장으로 내려왔고 고성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오른쪽에는 노천카페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나마 그 곳에 관광객들로 보이는 무리들이 커피를 마시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무래도 겨울바다의 진수는 외로움이겠지.... 쓸쓸히 모래사장을 걷다보니 기분이 우울하고 한국이나 가 버릴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한국에 돌아갈 수는 없다! 빨리 고성에 올라가서 구경해야지.




혹시 여기도 입장료를 받을까 싶었는데 고성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는 따로 없고 내부에 있는 박물관만 유료인듯 했다.




그리고 고성 입장료가 없는 대신 안에는 저렇게 레스토랑 3~4곳이 영업중이었다.--;







고성이 아니라 요새(Fortress) 인듯 한 곳은 내부에는 별로 볼 게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나와서 다시 시내쪽으로 걸어갔다. 점심겸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야지..





그런데 먹을게 없네...체밥피 따위는 더 이상은 NAVER..그리고 핏자도 진짜 싫고..이딴거 말고 뭐 좀 제대로 된 요리같은게 없나?? 한참을 찾아봤는데 없다.

그래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큰 슈퍼마켓에서 먹을거리를 산 뒤 빵에 계란찜과 소시지를 먹었다.ㅠ



그리고 3일째날... 

이 곳 숙소는 다른건 다 좋은데 인터넷이 너무 느리다. 블로그에 사진 업로드도 느리고 클라우드에 사진 백업하는 것도 엄청 느려서 뭘 하지를 못할 지경에 심지어 웹사이트 로딩도 버벅이고 접속 상태도 안 좋다. 

결국 울치니를 떠날 핑계거리가 하나 생겼고 그래서 그냥 다음날 떠날까 하다가 바로 알바니아로 가면 고생이 시작될듯 싶어 이틀을 더 있다가 떠나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밖에 나와 시내쪽이 아닌 리조트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 다리를 건너면 호텔 리조트들이 많이 모여있는듯 했다. 주인 아저씨도 밥 먹으려면 이 쪽으로 가라 그랬었는데..








막상 다리를 건너 와보니 여기도 엄청 썰렁하다...




나도 마이애미 비치라는 곳을 다 와보는구나...



마이애미 해변이 이렇게 황량했나?




비수기라고 델고 놀 동물들도 하나 없고 얼핏봐도 그다지 친해지고 싶지 않은 알바니아 남자애들만 있어서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묵었던 펜션의 주변은 이런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음날은 알바니아로 가는 버스 스케쥴도 알아볼 겸 시내의 버스터미널로 먼저 향했다. 아침 10시였나? 알바니아의 쉬코드라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내일 그걸 타야겠다 생각한 뒤 시내구경을 나왔다. 



그런데 별로 돌아다니기가 싫다.. 케밥치치나 먹고 돌아가서 쉬어야지..




이 케밥치치도 이제 발칸을 떠나면 또 그리워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