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BERAT, ALBANIA (베라트, 알바니아)

오주만세 2014. 12. 19. 23:21


BERAT




베라트는 알바니아 남부에 위치한 오토만 시대의 양식을 현재까지 잘 보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로 2008년에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되었다. 알바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베라트는 "천개의 창문의 마을 (town of thousand windows)"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쉬코드라 다음으로 찾아간 알바니아에서의 두 번째 도시는 남부의 베라트이다. 도시라기 보다는 지도의 명칭에서 보듯이 현급의 작은 마을이었는데 이 곳도 비수기의 특수 때문인지 거리는 한산하고 날씨까지 쌀쌀했다. 

의외로 알바니아에도 이런 이쁜 모습의 마을이 있다는 점이 놀라웠고 언덕 위에 빼곡하게 지어져있는 집들의 골목골목을 탐방하며 다니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원래는 쉬코드라를 떠나 사란다나 블로러 같은 해안 도시를 갈 생각이었는데 호스텔 주인에게 가는 방법을 물으니 지금 겨울인데 거길 왜 가냐며 차라리 남부의 베라트와 더 밑에 있는 지로카스터르 라는 곳이 훨씬 좋다는 것이다. 특히 지금같은 겨울에 접어든 시기에는 더욱 더....

그래서 호스텔 주인의 말을 듣고 일단 베라트로 가보기로 했다. 베라트 가서 좋으면 지로카스터르도 가고...목적과 계획 없이 다니는 여행이니 어딜가면 어떻고 어딜 안가면 또 어떤가..


하지만 쉬코드라에서 베라트로 가는 직행 버스편은 없어서 우선 티라나로 간 뒤에 버스를 갈아타고 베라트로 가야했다. 티라나는 알바니아의 수도이기는 한데 별로 끌리지는 않았다. 티라나라는 이름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고 가봤자 별 거 없을것 같은 느낌이라 가고싶지 않았는데 베라트를 가기 위해 가야하니 어쩔 수 없이 들려야했다.


호스텔을 체크아웃한 뒤 티라나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왔는데 쉬코드라에 버스터미널이 따로 있는지 모르겠는데 울치니에서 올 때도 시내 중심의 분수대 앞 길에 내려줬고 티라나로 가는 버스를 탈 때도 같은 곳에서 타야했다. 마침 버스 타는 곳으로 가니 앞 유리창에 티라나라고 써붙인 버스 한대가 출발하려하고 있어서 멈춰 세운 뒤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2~3시간 정도 걸려 티라나에 도착했는데.. 동네 분위기가 영 마음에 안 든다.. 복잡하고 정신없고 시내에는 차도 많아서 교통체증까지 심하고 여기서도 버스는 버스터미널에 내려주지 않고 쌩뚱맞은 길가에 내려줬다. 베라트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길에다가 그냥 내려주면 뭘 어쩌라는건지.. 길에 있는 사람들에게 베라트로 가는 버스가 있는 버스터미널이 어디냐고 물으니 길을 건너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라고 해서 여차여차 겨우 버스터미널까지 갈 수 있었다. 


아 여기 여행하기 힘드네..생각을 하며 버스터미널로 가는 데 어떤 할배가 다가와서 어디를 가냐고 묻는다. 그래서 베라트 간다고 하니까 따라오라고 하길래 나는 또 버스로 데리고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어느 공터였고 버스도 아닌 개인택시였다. 승객도 나 밖에 없는듯 했는데.. 베라트로 가는 사람 3명이 더 모이면 출발한다고 한다. 요금은 500 lek.. 지금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그냥 버스도 400이고 중간중간 정차 안하고 바로 가는 이 개인택시도 괜찮은듯 싶었다. 


하지만 당시는 이런 정보는 하나도 몰랐고 그냥 귀찮고 500 lek 이면 얼마 하지도 않는 돈이니 그냥 탈까...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다른 택시기사가 와서 자기 택시는 300 lek 에 해주고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하는 것이다. 나를 데리고 온 할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원래 이 바닥이 이렇다는 건 할배가 더 잘 알잖소?

 

그냥 다른 택시기사를 따라 가니 승합차가 기다리고 있었고 안에는 알바니아 청년들만 가득 들어가 앉아 있었다. 멈칫했지만 딱 보니까 사람들 인상이 좋아보여 그냥 탔다.


그리고 베라트를 향해 출발했는데.. 분명 베라트는 티라나의 남쪽에 있는 마을인데..차는 서쪽으로 계속해서 달려 1시간 정도 지나자 듀러스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뭐지? 듀러스에서 내리는 사람이 있나? 

하지만 차는 듀러스에서 정차 한 번 하지 않고 바로 방향을 바꾸어 남쪽을 향해 가는 것이다. 뭐가 이 따위인지 침....어이가 없다. 결국 지도상으로는 고작 50~60km 밖에 안 되는 거리를 듀러스를 거쳐 가는 바람에 3시간 반~4시간 걸려 베라트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 해는 지지 않았다. 차에 타고 있는 알바니아 청년들은 계속 차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는듯 나 혼자 시티 센터에 내려 그냥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뒤 호스텔을 찾아갔다.



산 위에는 요새가 있고 그 밑의 작은 언덕에는 하얀색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호스텔이 있는 곳을 향해 갔다. 







중심가에서 강 건너편의 조용한 동네에 호스텔이 위치해 있었다. 


다리를 건너고 강가를 따라 걷다 골목길로 들어가 호스텔을 찾을 수 있었다.




호스텔은 50대쯤으로 보이는 주인아저씨의 그의 어머니가 함께 하는 곳이었는데..주위의 집들이 다 그렇듯 몇십년은 되어 보이는 집이었다.



호스텔에는 저렇게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도 있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저녁까지 데리고 놀았다.



그리고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때 저녁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그래봤자 오후 5시도 안 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야경을 찍으며 시티센터 쪽으로 걸어가 먹을만한 곳을 찾아보았는데..역시나 다 그냥 그렇고 그런 레스토랑들 뿐이다. 하는 수 없이 핏자 레스토랑에 들어가 핏자를 주문했다.



그런데 핏자를 주문했더니 저런 이상한 걸 갖다주길래 이게 뭔가..안을 잘라보니 핏자를 구어서 반으로 포개놓은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긴 핏자를 먹고 밖으로 나와 동네구경을 했다. 워낙에 작은 동네라 볼 것이 많지도 않았다. 관광거리도 작고 아담한 수준이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노력이 한 밤 중에 조명을 받은 하얀 집들에게서 느껴진다.



그리고 알바니아에 와서 가장 의아하게 생각된 것은 길거리를 쉴새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길거리에 나와보면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볼 수 있지만 알바니아의 거리는 참 독특하다. 대부분 열에 아홉 아니 열에 열 모두가 남자들의 무리이고 이전의 도시인 쉬코드라나 이 곳 베라트 처럼 작은 도시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밖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한 목적도 없어보이는데 어딜 그렇게 열심히 걷고 있는건지.. 

한 밤 중에 거리에 나와 무리지어 다니는 칙칙한 아저씨들을 보면 마치 좀비들이 서성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길거리 뿐 아니라 거리의 커피숍들도 온통 아저씨 젊은이들 남자들이 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도대체 알바니아는 남녀성비가 어떻게 되는걸까? 알바니아는 무슬림 국가라고 하기에는 공산주의 시절의 종교탄압에 의해 별로 무슬림 국가 같지도 않은데.. 

아무튼 저녁식사 하고 거리를 좀 거닐다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 한 잔 하려다 분위기가 다 칙칙해서 관두고 그냥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처음 호스텔을 찾아갈 때 건넌 다리가 아닌 호스텔과 더 가까운 쪽에 있는 다리를 건넜는데 다리가 보수공사 중이어서 그런지 가로등 하나 안 켜 있어서 깜깜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왔다.



그리고 호스텔이 있는 골목...




호스텔로 돌아와보니 역시 숙박객은 나 혼자 뿐이고..방에 들어가 자려고 했더니 방이 너무 춥다. 완전 냉골같은 방이고 난방 시설은 전혀 없었다. 아 여기서 잠을 어떻게 자라는 건지... 아이고 호스텔을 잘못 골랐구나..하고 있다가 주인이 거실 쪽으로 오길래 여기 방 너무 춥다고 하니까 난처한 기색을 보이더니 잠시 후 1.5리터짜리 콜라 페트병에 뜨거운물을 담아서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콜라병을 침대 안에 넣어놓고 있다가 잘 때는 끌어안고 자라고 하는데..아...호스텔 요금도 10유로인데..장사를 이렇게 하시면 안되지......염치도 없네..이런 생각만 들었다..



아 정말 잠 자다가 친구한테 카톡이 와서 답장을 보내려 했는데도 손이 얼어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만질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이 호스텔이 있는 곳에서 강을 건너 좀 걸어가면 인터넷상으로는 괜찮아 보이는 B&B가 있어서 차라리 그 곳으로 가려고 햇다.




시티센터에서 강건너편 마을은 지금 호스텔을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듯 해서 이 쪽 동네도 배낭메고 한 30분 둘러본 뒤 다른 숙소를 찾아 떠났다.




담장 위에 올라가 앉은 고양이~



귀여운 고양이~





길거리의 쓰레기통이 개집이 되어버렸다.






옮기려는 숙소는 저 앞의 이 곳 베라트라는 작은 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럽식 건물을 지나면 있었다. 멀리서 저 건물을 보며 아니 저게 뭐지? 궁금해 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대학교 건물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5분 정도 더 걸어가 인터넷으로 찾아놓은 숙소를 찾긴 찾았는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는 것이다. 10분 15분...계속 기다리다 짜증나서 그냥 다른 숙소를 가야겠다 생각하고 시티센터 쪽으로 다시 되돌아갔다.


어제 호스텔에서 숙소를 검색하며 시티센터 쪽에도 저렴하고 리뷰점수가 높은 호텔이 있던게 기억이 안서 대충 시티센터 쪽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갔는데..지도를 보며 어렴풋이 그 위치를 생각해보니 언덕 위에 있는 마을에 있는 호텔이었다. 그래서 언덕 위로 올라갔는데..난데없이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것이다.


아 진짜....그리고 이 곳 언덕 위의 동네는 좁은 길이 미로처럼 되어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모른채 찾아다니니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고 사실 호텔 이름이 뭔지도 몰랐다..그런데 내가 지금 뭘 하는거지..ㅠㅠ 그냥 아무데나 들어가보자..하고 그냥 눈에 띄는 골목길에 있는 B&B로 들어갔다.


주인 아줌마가 혼자 있었는데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인 아저씨에게 전화를 하더니 5분 정도 지나 주인아저씨가 들어왔다. 이 아저씨도 영어를 잘 못했는데 그래도 기초적인 대화는 가능했다. 여기도 숙박객은 나 혼자고 하루에 숙박비가 얼마냐고 하니 25유로라고 한다..아.. 너무 비싸다 싶어 그냥 나간다고 하니 특별히 20유로로 할인해 주겠다고 한다. 저녁에 와인 무제한으로 마셔도 되고 아침도 준다며...아 어떻게 할까 하다가..어제 너무 추운데서 자고 비까지 맞고다니는 바람에 몸이 너무 지쳐서 그냥 하루만 묵겠다고 했다.


그리고 주인아저씨를 따라 방으로 이동해갔는데 정말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숙소였다. 게다가 난방시설 에어컨디셔너 까지 있다!!!!!



나름 강이 보이는 뷰가 있는 테라스도 있어서 담배 한 대 피며 생각해보니 어느새 비가 그쳐있었다. 딱 내가 호텔 찾아 언덕 위 마을을 돌아다닐동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여기 숙소에 오니까 귀신같이 비가 그친것이다. --;




그래도 20유로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숙소라 나름 흡족해하며 있다가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기 언덕에서 위로 올라가 정상에 있는 요새를 보러 가려했다.





이런 골목길을 오르고 올라



또 오르고...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했다. 좀전에 비가 와서 매끈한 하얀 벽돌길이 너무 미끄러웠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오르락내리락 잘도 다니는 것이다. 경사도 엄청 급한 오르막길이라 나는 벽쪽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드디어 요새 입구에 도착!



여기서도 입장료를 받는다. 얼마였는지는 기억 안나는데 쉬코드라의 요새와 비슷했던 것 같다.






이 곳 베라트의 요새는 내부에 요새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도 안에 자리잡고 있었다. 요새 안의 마을을 걷다보니 여기도 호스텔과 호텔들이 많이 보였는데 다들 휴업중인듯 햇다.






















요새 성벽 부근에서 전경 사진들을 좀 찍고 마을 안 쪽으로 들어가 또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요새 입구 쪽으로 왔다. 이제 그만 내려가볼까 하다가 동네 사람들몇명이 마을의 오른편 골목 쪽으로 걸어가는걸 보고 아무 생각없이 뒤따라 갔다.






이런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니 또다른 뷰포인트가 나왔다.












그리고 뒤쪽에는 교회건물이 하나 있고 올라가는 길이 있었는데 저 곳은 춥고 힘들어서 가지 않았다..







이렇게 구경을 마치고 시내 쪽으로 내려갔다. 시내 번화가 쪽에 어제 보지 못한 볼거리들이 있을까 싶어 좀 걸어다녔는데...










정말 별 거 없다. 그냥 언덕 위의 집들과 요새가 볼거리의 전부인듯하다..



그리고 저녁은 관광거리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먹었다. 200레크에 저렇게 쟁반에 담아주는 케밥이었다. 뭐 그럭저럭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려다..그래도 하루에 20유로짜리 숙소에 묵으며 머무는데... 베라트에서 뭘 좀 더 보고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밤거리를 다시 돌아다녔다.



여기가 내가 묵었던 하루 25유로인데 20유로로 할인해준 숙소이다. HOTEL OSUMI








길거리에 저렇게 치킨 전기구이를 파는 집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정말 통닭이 먹고 싶었지만..... 방금 케밥을 먹었기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냥 숙소로 되돌아갔다.




다음날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먹었는데 아침 식사 메뉴가 무도 홈메이드였다. 커피만 빼고..치즈 버터 잼 빵 요거트 모두모두 홈메이드!!

베라트에 간다면 정말 호스텔보다 이런 B&B나 저렴한 호텔이 훨씬 낫다. 겨울이라 추운 탓도 있지만 여름에 간다고 해도 알바니아에서 호스텔을 10유로씩 내고 있기엔 너무 비싸다. 돈 조금 더 보태서 저렴한 호텔에서 묵는게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일듯 싶다.

암튼 이 곳 베라트에서의 Hotel Nasho Vruho 숙소는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