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SARAJEVO, BOSNIA (사라예보, 보스니아)

오주만세 2014. 12. 17. 04:40


SARAJEVO




사라예보는 인구 43만명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연방의 수도이다.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있는 도시로 종교적인 차이 때문에 로마 카톨릭은 서부, 동방 정교회는 동부 그리고 오토만의 무슬림이 남부에 각각 거주하며 서로간의 전쟁도 겪었던 도시이다. 이같은 종교의 다양성 덕분에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오랜 재건사업을 통해 1990년에 일어났던 유고 내전의 상처도 (건물들에 한해서는) 대부분 치유가 된 상태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유럽1차대전의 표면적 원인이 되었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드 암살 사건으로 유명해진 도시이며 현재도 페르디난드가 암살되었던 자리에는 박물관이 세워져 당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오스만 제국에 의해 대부분의 발칸 지역이 점령 중이었는데 쇠퇴기로 접어든 오스만 제국이 독일과의 베를린 조약을 통해 발칸지역에 물러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오스만 제국의 점령 하에 있던 세르비아는 독립을 하였지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합병되었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살고 있던 독립을 원하던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에 의해 오스트리아-황태자가 암살 된 사건이 사라예보 사건이며 이 후 1차대전으로 번지게 된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를 떠나 사라예보로 왔다. 마땅히 갈 곳도 가고싶은 곳도 없어서 온 것이지만 그래도 한 가지 목적이 있었으니 바로 택스리펀드이다. 하지만 너무나 황당하게도 베오그라드 쇼핑몰의 점원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확실하다고 했던 텍스리펀드는 단번에 거절당하고..불과 2년 전에 느꼈던 사라예보의 평온했던 분위기는 사라져가는듯 했다..

2년 전 시내에 대여섯 군데 밖에 없던 호스텔이 지금은 수십여개로 늘어났고 길거리에도 전과 다르게 많은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걸 보면서 역시 변치 않는 건 없구나... 



베오그라드에서 사라예보 까지는 호스텔에서 알려준 개인이 운영하는 차량을 이용해 갔다.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 보다 약간 비싸긴 했지만 세르비아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 2년 전처럼 또 시내에서 가까운 버스터미널이 아닌 세르비아 사람들이 사는 동쪽의 외딴 버스터미널에 내릴게 분명하기 때문에 밤늦게 시내버스 타고 이동하기 싫어서였다.

오후 3시에 호스텔 앞으로 온다던 차량은 4시가 지나서야 왔고 점점 어두워지는 베오그라드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아저씨 둘을 더 태우고 보스니아로 향해갔다. 드디어 보스니아 국경에 거의 다달았는데 왠만하면 그냥 갔으면 좋겠겄만 바로 국경 전의 레스토랑에서 30분 정도 쉬고 간다고 한다. 30분이라 그래놓고 50분 정도를 쉰 다음 국경을 넘었다. 운전기사에게 택스 환급을 받기 위해 서류에 스탬프를 찍어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초소의 경비원과 몇 마디 주고 받더니 no 라고 한다..뭐?


베오그라드의 매장에서는 분명 된다고 했고.. 호스텔 직원도 된다고 했고..심지어 호스텔 직원이 지금 타고 온 개인차량을 예약하면서 운전기사에게도 물어서 된다는 확인을 받았는데..정작 국경에 와서는 no 다...


이 놈들이 하는 짓이 다 이렇지..ㅉㅉ 솔직히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기분이 좀 나빴을뿐..휴..............


어쨌든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산길을 꼬불꼬불 넘고 넘어 사라예보에 도착했다. 시계를 보니까 10시, 인터넷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는데 지도를 봐도 어디있는지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구글맵을 검색해보니 공원 한 가운데 있는 집이 그 숙소인듯 보였다. 그래서 그 집으로 들어가보니 딱 봐도 커피숍...그래도 혹시 몰라 영어로 여기가 호텔이냐 물으니.. 주인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아 다행이다 싶어 배낭을 옆에 내려놓고 체크인을 하려 하는데..이 할아버지가 에스프레소를 주는 것이었다. 환영의 인사로 커피를 주는건가 이 한 밤 중에?? 노 땡큐라고 한 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여기 호텔 맞냐고 다시 물으니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여기 호텔 아니고 커피숍이라고 얘기해준다. 아..이 영감님이 진짜..ㅜㅜ


가뜩이나 택스 환급 때문에 짜증나 있는 차에 빨리 숙소를 찾아가 좀 쉬고 싶은데 붙잡고 커피 마시라고 하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며 그냥 나가려 했더니 커피 시켰는데 어쩌냐고 하면서 마시고 돈 내라고 한다. 아 짜증나서 그냥 안 마시고 돈 내고 간다니까 웃으면서 자기가 영어 못해서 그런거라고 계속 그러는 통에 재빨리 에스프레소 원샷을 한 뒤 얼마냐고 물었다. 보스니아 돈으로 1.5마르크 라고 했는데 가진 돈이 유로 밖에 없어서 유로로 내겠다고 하니까 1유로라고 한다. 1유로가 2마르크인데...0.5마르크는 뭐 팁인가? 하도 짜증이 나고 어이가 없어서 그냥 1유로짜리 동전 2개 줘버리고 그 커피숍을 나와 다시 숙소를 찾았다. 그러다가 겨우 주소에 맞는 집을 찾았는데 역시 간판도 없고 그냥 일반 주거건물에 한 층을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곳이었다.


암튼 1박만 예약하고 와서 다음날은 다른 호스텔로 옮겨야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춥고 낡은 건물에 하루에 14유로나 받다니....그런데 부킹닷컴 평은 왜케 좋았을까



다음날 아침 추워서 샤워도 못 하고 잽싸게 밖으로 나와 다른 호스텔을 찾아갔다. 인터넷으로 괜찮아 보이는 곳을 찾을 수 있었는데..거기까지 가는 길에 왠 호스텔들이 이렇게 많던지..




전날 왔던 커피숍이 바로 저 곳이다..아무리 봐도 숙소로 안 보이는데..참나..정말 어이없다.





다리를 건너 올드타운 쪽 관광 중심가 쪽으로 걸어갔다.






정말 2년 전에는 호스텔 몇개 없고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서 도보로 5~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짱박혀 있었는데 지금은 시내 중심가 여기저기서 호스텔 간판들이 보인다.



호스텔을 찾아 체크인을 한 뒤 그냥 밖에 나왔다. 유럽에 온 이 후로 되는 일이 하나 없어 밖에 나오지 않고 호스텔 안에만 짱 박혀서 있으려 했는데 그냥 그러고 있으면 더 우울해질거 같아서..밖에서 개와 고양이들이나 구경해야지 하며 나왔다.





길거리를 서성이고 있는 개 한마리를 찾았다.




가게 안에 뭐 먹을게 있나? 하고 들여다보고 있는 두 번째 개도 발견...



저 꼬마들이 서 있는 뒤에 있는 팔각형의 물체가 Sevilj 라고 하는 분수? 아니 저건 아무리 봐도 분수가 아닌데...맞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시내구경하고 베이커리에서 빵 사먹고...



간식으로 부렉도 사먹은 뒤 호스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은 하루 먼저 사라예보로 왔던 고기 좋아하는 동생과 다시 만났다. 고기 좋아하는 동생은 다른 호스텔에 묵고 있었는데 거기가 훻씬 좋은듯 했다. 일단 숙박객들이 별로 없고 방은 혼자 쓰고 있다고 하는데..내가 있는 곳은 사람이 너무 많다. 시끄럽고 아오...

암튼 만나서 일리자 공원이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난 2년 전에 갔었던 곳인데..함께 갔던 일본인 이즈미가 걷다가 힘들다고 공원 끝까지 가지 못하고 돌아왔던 곳이다..고기 좋아하는 동생이랑 가면 끝까지 볼 수 있겠지..


그리고 트램을 탄 뒤 운전사에게 표 2장을 사고 의자에 앉았는데..검표원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중간에 타서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표를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는데...표는 샀지만 그 표를 트램 내에 있는 기계에 넣고 개찰을 안 받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다음 역에 내리라고 하고...

원래는 벌금 둘이 합쳐서 53.2 마르크인데..할인해줘서 26.22 마르크만 받겠다고 한다.

쩝..인간들이 왜 이렇게 됐는지...


웃긴건 우리한테 올 때 우리 앞에 앉아있던 보스니아 청년 하나는 검표원을 보고서는 그 때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갖고 있던 표를 개찰기(?)에 넣더만..그 청년은 관심도 없고..딱 봐도 외국인인 우리한테만 집요하게 이러는거러 보니 정말 보스니아라는 나라 자체에 정이 떨어진다. 검표를 하러 차에 올랐으면 다른 사람들 모두 검사를 하던가...그것도 아니고 타자마자 우리를 보더니 곧바로 와서 표 검사하고 실수로 개찰 안한걸 알고는 돈 뜯을라고 내리라고 한 뒤 몰래 슬쩍 하는 걸 보니까 진짜...

 

우리가 웃기지 말라고 표 샀는데 몰랐다고 좀 봐 달라고 하니까 돈 안 내면 경찰 부르고 그러면 53 마르크 내야 된다고 해서 ..아 그냥 진짜 짜증나서 그냥 줘버렸다.

살다살다 벌금을 할인해주는 건 처음 본다..우리한테 돈 뜯고 신나서 어디 회식하러 가는지 기분 좋은 걸음으로 멀리 가버렸다. 



암튼..... 어차피 여기도 유럽이니까...2년 전에 좋았던 추억들은 싹 리셋해버리고 여기도 그냥 서유럽과 같은 관광지로 기억해야지 뭐...



 검표원 때문에 기분 잡치고 일리자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가로수길을 쭈욱 걷고 걸어..거의 4km를 걸어갔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오지 못했던 호수공원에 도착..여기도 입장료 받는다..얼마 안되지만...










개들이 역시 많다..너희 개들이 아까 그 검표원보다 낫구나...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4km를 다시 걸어간다...





걸어가는 길에 오른편에 양때들이 풀 뜯어 먹는 광경이 보였는데..중국에서 본 양들과 다르게 여기 양들은 정말 포동포동한게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갓 태어난듯 쪼그만 강아지들도 길바닥에 저렇게 나뒹굴고 있었고..





팔자 좋다~~




이제 시내로 돌아와 저녁밥을 먹으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고기 좋아하는 동생이 한 번 와봤다는 고기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저렴한 가격에 그럭저럭 먹을만한 고기였다.


저녁 먹고 시내의 펍에서 맥주 한잔씩 하며 축구경기 보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아 진짜 내일은 절대 밖에 안나오고 호스텔에서 가만히 앉아서 반성이나 하다가 주식시장 점검이나 해야지 생각하며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역시..오늘은 정말 꼼짝말고 호스텔에서 가만히 있어야지 했다. 그냥 침대에 가만히 앉아서 멍하니 새로 산 랩탑의 모니터만 쳐다보다가 망할 호스텔 직원이 방에 들어와 청소한다고 야단법썩을 떠는 바람에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봤더니 비는 어느새 그치고 멀리 언덕에 선명한 무지개가 떠 있었다. 그것도 쌍무지개가..




오 무지개다!!!! 재빨리 밖에 나가서 제대로 사진이나 찍어야지 하고 웃을 대충 줏어입은 뒤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무지개가 사라졌다. 에이...기왕 나갈 채비 끝낸 거 다시 올라가 고기 좋아하는 동생에게 연락한 뒤 그냥 언덕이나 올라가 폐허가 된 요새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리고 요새에서 사라예보 시내 전경을 내려다본 뒤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중간쯤에 있는 Yellow fortress 에서 야경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다음날 고기를 좋아하는 한국인 동생은 모스타르로 간다며 떠나고...나는 그냥 며칠 더 있을 생각에 남아있었다.



그런데 사라예보에 목적도 없이 있다보니 또 무료함이 느껴져 2년 전에 갔던 티하우스를 찾아갔다.




노부부가 하는 티하우스였는데..2년 전과 달리 안은 손님으로 꽉 차 있었고, 밖에도 두 자리 밖에 앉을데가 없었다. 요즘엔 장사가 잘 되어 바쁜지 그 작은 티하우스에 여종업원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 친절함이 기억에 남던 노부부와는 티하우스 내부의 분주함 때문에 말 한마디 나눌 수 없었고 차 한잔과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호스텔로 되돌아갔다.


여전히 좋은 곳이지만 내가 알고있던 사라예보는 사라져 가는 듯 하다..


그래서 다음날 사라예보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