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GJIROKASTER, ALBANIA (지로카스터르, 알바니아)

오주만세 2014. 12. 21. 19:39



GJIROKASTER (Gjirokastër)



지로카스터르는 알바니아 남부의 인구 4만3천명의 소도시이다. 역사적인 에피루스 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베라트와 마찬가지로 흔치 않은 오토만 시대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14세기 이 후 5세기동안 오토만 제국의 점령하에 있었으며 발칸 전쟁 이후로는 그리스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현재 지로카스터르에는 많은 그리스인들이 거주하고 있어서 사란다와 함께 알바니아 내의 가장 큰 그리스인 거주지역으로 알려져있다. 




베라트를 떠나 향한 알바니아의 세 번째 도시는 베라트보다 더 남쪽에 붙어있는 지로카스터르 라는 긴 이름의 도시이다. 쉬코드라의 호스텔 주인이 추천해 준 두 도시 중 베라트는 나름 괜찮았고 다른 도시인 지로카스터르는 베라트 바로 밑에 붙어있기 때문에 기왕 온 김에 지로카스터르까지 보고 가는게 낫겠다 싶었다. 

지로카스터르 도시 자체는 아담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하지만 이 곳에 발을 닿는 순간부터 알바니아 도로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고 다시 한 번 계획없는 여행의 댓가를 치루게되었다. 



베라트의 둘째날 묵었던 호텔에서 맛있게 홈메이드 아침식사를 한 뒤에 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했다. 미리 지로카스터르로 가는 버스는 오후 2시 딱 한 번 있다는 걸 알아놨기에 아침 먹고 마땅히 할 것도 없어서 그냥 호텔 안에서 타블렛이나 보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베라트로 올 때는 개인택시를 이용했기 때문에 바로 시티센터에서 내려 몰랐었는데..일반버스들이 다니는 버스터미널은 시티센터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버스터미널까지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한 12시 30분 쯤에 나가려고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12시쯤에 와서는 자기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냅다 땡큐땡큐를 연발한 뒤 바로 차에 탔다.


시내에서 버스터미널까지 차로는 얼마 안 걸릴 줄 알았는데 거의 30분을 가야 버스터미널이 나왔다. 지로카스터르로 가는 버스는 2시에 있는데 12시 반에 와서 이거 또 1시간 반 동안 기다리게 생겼다. 



웰컴이라고 버스터미널이 나를 반겨주고 있었고, 터미널 안의 사람들은 낯선 동양인의 등장에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버스터미널 건물을 지은지 얼마 안 되는 건지 내부는 썰렁하게 텅 비어있고 커피숍 겸 작은 마켓만 있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매표소가 보이지 않는게 여기서는 다 버스기사에게 직접 돈을 내는 방식이었다. 달리 할 것도 없어 에스프레소 한 잔 시키고 타블렛으로 아까 호텔에서 하던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2시가 다되어 버스를 타려고 밖으로 나왔다. 터미널 앞의 공터에 버스 몇 대가 대기 중이었는데 설마 저런 버스를??

하지만 위 사진의 버스들은 아니고 작은 10인승 소형버스였다. 

베라트에서 지로카스터르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가야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가까워 보여서였다. 


구글 맵으로 보면 직선거리는 50~60km 밖에 안 돼 보인다.


일반적인 고속도로를 통해 간다면 1시간도 안 걸리고 빠르면 30분이면 갈 거리다. 하지만 이 곳은 알바니아고 쉬코드라에서 티라나를 거쳐 베라트로 오면서 이해하기 힘든 루트로 이동하는 버스를 겪었기에.. 그냥 시속 20km로 이동한다고 가정하고 못해도 3시간이면 도착할 줄 알았다. 하하하하하하하


버스를 타고 처음엔 음악을 들으며 밖의 경치를 구경하다가 무심결에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맵을 봤다. 지로카스터르는 분명히 베라트의 남쪽에 있는 도시인데 버스가 북쪽으로 간다?


뭐지? 이 당황스런 시츄에이션은? 이 버스는 혹시 티라나로 가는건가? 아니 분명히 버스에 오를 때 운전기사에게 물어보고 옆에 앉은 아줌마에게도 물어서 지로카스터르로 가는 걸 확인했는데..그리고 출발시간도 2시였고..

북쪽으로 열심히 달리던 버스는 Lushnje (루슈녀) 라는 곳을 거쳐 Fire 라는 곳도 간다. 그리고 Vlore 가 있는 쪽으로 가는데...중간에 내리는 사람도 없었다. 도대체 이게 뭐지...시간은 벌써 4시간이 가까이 흘렀고 이거 뭐지???


블로러 근처까지 가다가 블로러는 안 가고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Tepelene 라는 곳을 지난다. 시계를 보니 7시가 가까워지고 있고..아 진짜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로가에 차를 세우더니 밥까지 먹고 가겠다고 한다..--;


결국 오후 2시에 베라트를 출발한 버스는 거의 6시간이 넘게 걸려 8시 반 쯤에 지로카스터르에 도착했다!!!!


베라트에서 1~2시간이면 가는 줄 알고 왔는데 이렇게 하루를 다 길 위에서 낭비할 줄이야...





그나마 다음날 도착 안 한게 천만 다행이라 생각하고 숙소를 찾아나섰다. 베라트의 호텔 주인아저씨가 내가 지로카스터르로 간다니까 아는 숙소가 있다며 추천해 준 곳이 있었는데 1박에 15유로짜리 B&B였다. 하지만 그 숙소에 대한 다른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었고 아저씨 말만 믿고 가기엔 좀 뭣해서 원래는 호스텔 예약 사이트에서 찾은 베베토미인지 뭔지 하는 숙소에서 머물 계획이었다. 어차피 둘 다 위치는 올드타운 쪽에 있으니 그냥 올드타운 쪽으로 가면 되겠지 생각을 하며 버스터미널에서 올드타운을 향해 갔다. 


구글맵이 참 유용한 어플임에는 분명한데 한가지 불편한 점은 등고선 표시가 없다는 것이다. 구글맵 어디에도 지로카스터르 올드타운이 산중턱에 있다는 정보는 없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올드타운으로 가는 초입까지는 그냥 일반 평지였는데 올드타운에 접어들자 갑작스럽게 급경사길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고 안개까지 자욱하다. 이게 왠 생고생인지..정말 죽고싶었다!!



마치 공포영화에서 조연급 등장인물이 비극을 맞이하는 장면에 어울릴만한 분위기였다. 가로등은 오르는 길 내내 꺼있고 올드타운 중심가에 다달았을때나 듬성듬성 켜있는데 그것도 안개 때문에 어두워서 스마트폰 액정화면으로 길을 비추며 빗물 때문에 미끄러운 경사길을 배낭메고 정말 힘들게 올랐다.


베베토미인지 베베토비인지 하는 숙소를 찾아 10분 가량을 헤매다가 도저히 못찾겠어서 어쩔줄 몰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B&B 라고 써있는 간판을 보게 되었다. 베라트의 호텔 주인아저씨가 얘기해줬을 때 건성으로 들어서 정확한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고 숙소 이름에 B&B가 들어간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아 저기가 거긴가..하는 수 없이 그 곳으로 갔다. 


들어가보니 여기가 거기가 맞았다. 주인 아줌마가 기다렸다며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주인 아줌마가 내가 여기까지 고생하며 온걸 아는지 힘내라며 커피를 한 잔 타줘서 단숨에 마시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주인아줌마 말로는 걸어서 5분 정도만 가면 올드타운 관광 센터가 나온다고 한다. 거기에 음식점들이 있을거라며..








찾았다!!  비수기에 늦은 시간이라 불이 켜있는 가게는 몇몇 없었다. 그나마 별로 맛있어 보이지 않는 음식점 하나가 아직 영업중이라 선택의 여지없이 그 곳으로 갔다. 메뉴판에는 다양한 메뉴들이 적혀 있었는데..주인 아줌마에게 먹고 싶은걸 주문하면 그 때마다 오늘은 안 된다는 대답이다. 도대체 되는게 뭐냐고 물으니 제일 비싼 메뉴랑 체밥치치 같은것 두 가지만 된다고 하는데..제일 비싼 메뉴는 정말 비싸고 ..그냥 체밥치치 먹기로 했다.ㅠㅠ


왠지 분위기가 음식이 나오려면 한참 걸릴 듯 해서 그냥 밖에 나가 잠깐 돌아다니다 와도 될듯 싶었다. 







올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이렇게 마을 야경을 보니 오길 잘 한거 같기도 하고..



이제 음식이 준비가 되었을까 싶어 음식점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식당아줌마 아직도 후라이팬에 뭔가를 굽고 있는 중이다.


                   


녹초가 된 몸을 달래기 위해 뜨끈한 굴라쉬와 체밥치치..뭐 그냥 먹을만 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취침준비를 했는데..방이 춥다..ㅠㅠ 저 구석에 작은 램프같이 생긴 물건이 방에 있는 유일한 히터이다. 아 정말 난방 제대로 안 되는 숙소만은 피하고 싶었는데...하는 수 없이 진짜 오늘 하루만 자고 다른 숙소로 옮기던지 지로카스터르를 떠나던지 해야겠다 생각하며 이불을 꼭꼭 덥고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10시쯤 일어나 담배를 피우려 밖을 나가보니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졌다. 



이런 멋진 경치가 있는 곳을 하루만에 잠만 자고 떠날 순 없으니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지..하고 B&B 주인아줌마에겐 대충 둘러보고 어딘지 나도 모르고 아줌마도 모를 그런 곳으로 가겠다고 한 뒤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그 베베토미인지 베베토비인지 하는 곳을 찾아 나섰다. 인터넷 숙소 예약 사이트에 있는 맵을 스크린샷 찍은 뒤 구글맵을 보며 찾아갔는데 정확한 지점에 왔는데도 보이지를 않고 주위를 거의 한 시간 넘게 서성이며 둘러보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 진짜 이거 뭐지..



호스텔 예약 사이트의 지도에서는 베베토미인지 하는 숙소가 성 바로 옆에 있어서 그냥 여기까지 올라온 김에 일단 바로 옆에 있는 성은 보고 뭘 어떻게 하든 결정을 하자 생각하고 그냥 배낭메고 성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오르막길을 열심히 오르다 힘들어서 잠깐 길에서 쉬고 있는데 멀리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려보니 동양인 한 무리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가까이서 들어보니 한국인들이었다. 아는척을 할까? 말까? 하다가 어린애들까지 데리고 같이 다니는 걸 보니 가족여행인듯 한데..굳이 번거롭게 말 걸 필요는 없을듯 해서 그냥 잠자코 있었다.





그리고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 성에 도착했다.

입장료는 200 lek 을 받은것 같다. 그런데 매표원 아저씨가 돈은 받고 입장표는 안 주며 그냥 들어가서 구경하라고 한다. 





베라트의 성과 비슷한 모습의 성이다. 하지만 성에서 둘러보는 경치는 베라트보다 훨씬 좋았다. 아마 저 산중턱에 걸린 몇겹의 구름들이 더 운치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베라트의 성과 같이 옛날에는 여기도 성 내부에 마을이 있었는듯 했지만 지금은 폐허만이 남아있었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있는 건물은 시계탑 하나뿐..




그런데 시계탑 옆의 저 타원형 철골구조물은 무엇인지..--;




























성 내부에서 구경을 마치고 이제 다시 그 베베토미인지 토비인지 하는 숙소를 찾아나섰다. 혹시 몰라서 성 입구의 관리아저씨에게 물으니 그 숙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대충 위치를 가리켜줬는데 성 옆길이 아니라 아애 아래쪽 올드타운에 있는 것이다. 괜히 엉뚱한데서 한참을 헤맸구나..


그리고 바로 10여분 걸어내려가니 그 베베뭐시기 숙소가 나타났다. 지로카스터르 호텔 바로 옆이었다. 그래서 벨을 누르니 아무 응답이 없다. 분명히 아침에 B&B에서 나올때는 숙박 가능한 침대 여유가 있는걸 확인하고 왔는데..한 10분여를 벨을 누르며 기다리다가 지나가던 알바니아 청년이 나를 보더니 무슨 일이냐고 묻고 대신 벨을 눌러준다. 도와주는건 고마운데..너가 누른다고 사람이 나올리가 없잖아.. 

그러더니 옆집 아줌마가 빨래 널러 나오는걸 보고 뭐라고 얘기를 하더니 여기 숙소 주인이 좀전에 나갔다고 하는 것이다. 기다리면 올거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냥 그 앞에서 담배나 피우며 있는데 아까 그 성 입구에서 보았던 한국인 무리가 이 쪽을 지나가는 것이다. 아는 척을 할까말까..하다가 한 아저씨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한쿡인? 맞다고 한 뒤 잠깐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지로카스터르 호텔에서 묵고 있는 선교하시는 분들이라고 한다. 한국인들만 있는게 아니라 알바니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남아공 캐나다 스위스 사람들이 다같이 주말을 맞아 지로카스터르로 놀러왔다고 하신다.


그리고 지금 다같이 점심식사를 하러 가는 중인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해서 얼떨결에 따라갔다.

경치가 끝내주게 좋은 곳에 위치해있는 레스토랑이었는데 음식은 정말 최악이었다. 마침 이 날이 알바니아 국경일이라 요리사들이 놀러갔는지 나오는 음식들은 죄다 전자렌지에 돌리는 인스턴트음식 같은 맛이었다. 게다가 비싸기까지 했고..


한국 선교사 아저씨들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알바니아에 선교하러 와서는 티라나에서 무려 10년간 살고 있다고 한다.--;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왜 10년씩이나..


암튼 점심을 먹고 다시 베베뭐시기로 갔는데 여전히 벨을 눌러도 사람이 안 나온다.. 뭔가 불길한 기분이 들어 한국인 아저씨에게 물어 바로 옆 지로카스터르 호텔의 와이파이 비번을 알아내 접속한 뒤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는데 분명히 아침에는 여유있는 침대가 10여개 이상 있었는데 지금보니 모든 방 침대가 예약불가로 뜨는 것이다. 


예약한 손님이 없으니 그냥 문 닫고 놀러갔구나...


뭐 예약 안 하고 온 내 잘못이기도 하고...이제 어쩌나.....다른 곳으로 갈까..그런데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늦어버렸고 ...에이 그냥 B&B 가서 하루 더 자야지..ㅠㅠ

사실 지로카스터르 호텔도 요금은 얼마 안하고 B&B보다 약간 저렴한듯 했지만 거기 묵으면 한국인 꼬마애들도 있고 영 시끄럽고 정신없을듯 해서 그냥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B&B로 갔다.


내가 묵었던 B&B를 지도를 보며 찾아가니 여기 베베뭐시기 호스텔에서 걸어서 5분도 안 걸렸다. 아침부터 도대체 뭔 뻘짓을 한건지..참....

어쨌든 그냥 주인아줌마에게 하루 더 묵겠다고 한 뒤 방에 배낭을 내려놓고 나왔다.





근데 뭐 갈데가 없다. 아 그냥 떠날걸 그랬나..--;



그냥 올드타운 동네나 한 바퀴 돌아야지 하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군데군데 박물관 같은 곳도 있었는데 국경일이라 다 쉬는듯 했고.. 아까 점심식사하며 한국인 아저씨와 얘기하며 오늘은 국경일이라 성 입장이 무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쩐지 나한테 돈 받고 입장표도 안 주고 혼자 히죽히죽대는게 사기꾼 같더니..









어쨌든 마을 좀 둘러보는데 뭐 그냥 그렇네..아침 일찍 일어나서 성에 올라갔다가 그냥 떠났어야 하는건데..으이구...ㅠㅠ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서는 이제 어디를 가야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대충 계획으로는 여기서 동쪽으로 가서 마케도니아로 넘어가고 싶은데.. B&B 주인아줌마에게 물으니 한 번에 마케도니아로 가는 버스는 없고 코르처 라는 곳을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데 버스는 아침6시였나 7시에 단 한대 뿐이라고 한다. 뭐 그냥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하고 이 날은 정말 너무 피곤해서 이불 꼭꼭 덥고 일찍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