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BRNO, CZECH REPUBLIC (브르노, 체코)

오주만세 2014. 12. 12. 06:43



BRNO




브르노는 체코 모라비아(Moravia) 주의 주도이며 프라하 다음으로 큰 체코 제2의 도시이다. 역사 깊은 Moravia 지역의 주도로 약 1000년 경에 도시가 건설되었으며 1400년대부터 Moravia 왕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체코에서는 프라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역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많은 아름다운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있다.



프랑크푸르트의 호스텔에서 돈을 도둑맞은 사실을 드레스덴에서 알게되고 거의 멘붕상태에 빠져있었다. 돈 도둑맞은 사실도 그렇지만 어머니를 공항에 배웅한 뒤 왜 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하루 더 머물렀을까....이전까지 계속 어머니가 떠나시면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서유럽을 떠나서 아무데나라도 가야지..무조건 여길 떠나야겠어 라고 다짐하고 있었는데..유레일 패스 하루 남은게 아까워서였나. 

브르노에 있는 내내 내 자신이 한심하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여행하는 것도 점점 힘들고 지치고 이것 저것 생각하느라 브르노에서는 아무 것도 못했다. 뭔가를 특별히 생각한 것도 아닌데..그냥 짜증이 나서 밖에 나오기도 싫었다. 잠깐 나와서도 나를 쳐다보는 길거리에 인간들이 다 도둑놈 같고.. 짜증만 나고..3일간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호스텔에서 숨만 쉬다가 떠났다.



드레스덴의 호스텔에서 아침에 일어나 아..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을 시작했다. 절대 서쪽은 아니고 돈 잃어버려서 돈도 없는데 남쪽도 아니고.. 남쪽으로 가도 서쪽으로 가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으니 원래 계획대로 동쪽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사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알아보고 했었는데.......방랑생활을 좀 더 이어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오기 싫었던 서유럽에서 이렇게 도망치듯 마무리짓기는 싫었던 것 같다.


일단 체코로 가기로 했고..드레스덴에서 프라하까지는 기차를 타도 얼마 안 걸리는듯 했다. 하지만 체코는 이전에 두 번이나 갔었던 곳이고.. 전형적인 관광지라..지금의 무너져버린 멘탈로 복잡한 관광지를 가기는 싫었다. 10여분간 구글맵을 살펴보다가 생각도 하기 싫어서 그나마 관광객들이 잘 안 가는 체코의 브르노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교통편을 찾아봤다. 

독일을 여행하며 깨달은 버스가 기차보다 훨씬 싸다는 사실을 상기한 뒤 버스편을 알아봤는데 비교적 저렴해 보이는 STUDENT AGENCY 라는 버스회사를 찾을 수 있었다. 드레스덴에서 브르노까지 바로 가는 버스는 없고 프라하를 간 뒤에 갈아타야 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려 했는데 갑자기 버스회사 이름이 신경 쓰였다. STUDENT AGENCY라니..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는 버스회사인가? 게다가 드레스덴에는 기차역이 두 군데였는데 버스터미널은 메인 기차역 옆에 있고 내가 있는 호스텔은 북부역 근처였다. 그래서 로컬 기차를 타고 메인 기차역까지 가야하는데 시간도 어정쩡해서..일단 인터넷으로 예약은 하지말고 버스터미널로 가보는게 나을듯 싶어서 그냥 호스텔에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와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북부역에서 기차표를 2.5유로 정도에 사고 메인기차역으로..그리고 걸어서 기차역 뒷편에 있는 버스터미널 비슷한 곳으로.. 버스들이 승객들을 태우고 있는 곳에 도착해보니 STUDENT AGENCY 라는 로고가 유치하게 새겨져 있는 스쿨버스 컨셉의 버스를 볼 수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으로 달려가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프라하 가는 버스가 맞다고 한다. 그래서 버스요금을 냈는데..인터넷으로는 7~8유로 였는데 예약없이 버스를 타면 12유로 정도를 내야하는듯 했다. 

돈이 아깝긴 했지만 기차보단 싸니까 그냥 돈 내고 탔다..


그리고 프라하에 도착해서는 버스터미널의 매표소에서 브르노로 가는 표를 산 뒤 버스를 갈아타고..오후 4시쯤 되어서 브르노에 도착했다.



프랑크푸르트의 호스텔에서 돈을 도둑맞고 정말 호스텔에서 숙박하기는 싫었지만 가난한 방랑자가 돈이 어딨다고..돈까지 도둑맞았는데.. 정말 슬펐지만 다시 호스텔을 알아봤다. 대신 보안 개판인 싸구려 호스텔보단 20유로 정도하는 깨끗하고 안전해 보이는 호스텔로 찾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체코에서 호스텔이 20유로면 꽤 비싼편인듯 싶은데..당시에는 그냥 정신이 없었다.



체크인을 하고 배낭을 통째로 사물함에 넣고 두 번 세 번 자물쇠로 잠긴걸 확인한 뒤..밖에 나가서 밥만 먹고 들어왔다.






그리고 다음날은 시내구경 나갔다가 조금 걷다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서 또 1시간도 안되서 그냥 호스텔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3일째 되는날 떠났다. 

브르노라는 도시는 그래도 관광객도 별로 없고 꽤 괜찮은 도시인듯 했는데 내 기분이 정말 말이 아니었기 때문에.....아쉬운듯 하면서도 하나도 아쉽지 않은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