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ST NAUM, MAEDONIA (스베티 나움, 마케도니아)

오주만세 2014. 12. 25. 05:36



ST NAUM



나움은 오흐리드 호수 끝자락에 알바니아 국경과 접해있는 곳에 위치한 수도원이다. 910년에 st.Naum에 의해 지어진 수도원이지만 현재 볼 수 있는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졌다. 그나마 수도원 건물 양쪽에 남아있는 기둥이 원래부터 있던 유적이라고 한다.




오흐리드에서 일주일간 머물다가 하루는 근교에 있는 나움이라는 곳에 다녀왔다. 숙소 주인 아저씨도 가보라고 했고 관광맵에는 시내에서 나움으로 가는 버스가 출발하는 시간까지 따로 표시되어 있는 걸 봐서는 분명히 가 볼만한 곳이겟구나 생각이 들었다. 

날씨 때문인가.. 오히려 오흐리드보다 훨씬 좋은 경치를 즐길 수 있었고 비수기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인 한산함으로 인해 조용한 곳으로 소풍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흐리드를 떠나기 하루 전 마음먹고 나움이라는 곳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흐리드도 편안히 쉬기에 좋은 곳이지만 솔직히 7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길고 따분하기도 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나움으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이 있었다. 숙소에서 간단히 먹을 귤과 음료를 준비하고 정류장으로 갔다. 버스가 오기 20분 전쯤 미리 가서 기다렸는데 정류장 바로 앞에 택시기사 몇 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나보고 나움 가냐고 택시 타라고 하는데 됐다 그래도 정말 집요하다.. 아침부터 사람 기분 잡치고 있네... 



곧 버스가 왔고 버스는 곧바로 나움을 향해 출발했다. 버스 안에는 내 옆 쪽에 인도에서 온 듯한 아저씨와 젊은 청년이 앉았는게 계속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다. 기분 나쁘게--; 

오흐리드에서 나움으로 가는 길 중간중간 꼬불꼬불한 산길도 올랐다 내렸다.. 오른편으로 호수를 끼고 달리는 도로라 경치 보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 


한 50분쯤 지난 후 폰으로 맵을 보니 나움에 다 온듯 해서 옆에 인도인 처럼 보이는 아저씨에게 나움? 나움? 하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있으라 그런다..잉? 여기 나움 아닌가? 창 밖을 보니 수도원 입구 같은게 보여서 다시 아저씨한테 여기 나움 아니냐 나움? 나움? 이러니까 이번엔 둘이서 같이 손짓으로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한다. 좀 이상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기사에게 나움이냐고 물으니까 옆에서 또 자리에 앉으라고 그러고..그런데 버스기사가 여기 나움이 맞다고 해서 바로 버스에서 내릴 수 있었다. 인도인 같이 생긴 두 놈은 도대체 뭐지..진짜 별별 웃기는 사람들이 다 있네..




사실 오기 전에 나움에 대해 구글맵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리뷰 중에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너무나 좋았는데 지금 와보니 온통 상업시설들이 들어서 있어 실망이라는 말이 있었다. 내가 직접 와보니 입구에서부터 수도원까지 가는 길의 왼편에 기념품점들이 쭈욱 늘어선걸 볼 수 있었다. 



오른편에 보이는 작은 빨간지붕의 집들이 모조리 다 기념품점들이다. 지금은 비수기라 몇몇의 가게만 문을 열고 있었다.



계속해서 수도원을 향해 걸어가는데 하늘에서 자꾸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놔..이거 또 비가 올려나.. 사실 이 날 아침에도 비가 왔고 오흐리드에서 버스타고 오면서도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내렸기에 각오는 하고 있었다.





수도원으로 가는 길에는 레스토랑도 있었고 그 부근에 연못이 있었는데 물이 저렇게 투명하게 맑았다.












이런 오르막길을 오르면 수도원에 입장할 수 있다.




드디어 수도원의 입구..



하지만 본격적인 수도원은 아니고 수도원 주위에 조성된 공원같아 보였다. 한 쪽에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도 있었는데..수도원 안에 레스토랑이 있을리가..




바로 여기가 본격적인 수도원 입구인듯하다.



안은 이렇게 생겼다.







인터넷으로 나움에 대해 검색했을 때 자꾸 공작새 이미지가 나와서 여기에 무슨 조류박물관 같은게 있나? 했는데..와보니까 그냥 수도원 내에 공작새 십여마리가 그냥 나돌아 다니고 있었다.



















수도원 내에서 가만히 벤치에 앉아 공작새와 수도원 건물을 보며 담배를 피고 있는데 어느새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이면서 햇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얼른 호숫가가 보이는 쪽으로 달려갔다.



오흐리드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새파란 하늘과 맑은 호수를 여기 나움에서 볼 수 있었다.










다시 수도원을 한 바퀴 돌고 호수가 보이는 쪽으로 되돌아왔는데..갑자기!!



무지개가 보인다.



물 위에서 시작되어 구름에 가리어 직선처럼 보이는 무지개였다.



아쉽게 사라예보와 포드고리차에서 봤던 무지개처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호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무지개는 더욱 아름다웠다.










수도원 건물을 보고 공작새도 보고 무지개도 봤으니 이제 그만 수도원에서 나왔다. 그리고 어디를 갈까 하다가...그냥 여기 주위나 둘러보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날씨가 좋으니까 사진도 정말 잘 찍힌다..




이제 수도원 구경을 끝냈고..버스를 타고 오흐리드로 되돌아가야 하는데..입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주위에 있는 가게 아줌마에게 버스 언제 오냐고 물으니 한 4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여기서 커피나 한 잔 하며 기다릴까 했는데 커피 마실만한 곳도 없고 레스토랑도 다 문이 닫혀있었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음악이나 듣고 있다가 맵을 보니 오흐리드에서 나움으로 오는 중간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는듯 했다.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중에 본 것 같기도 하고..아마 거기서도 분명히 오흐리드로 가는 버스가 정차하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한 번 걸어가보기로 했다. 









지도 상에서는 한 4km 정도로 나와있었는데 막상 걸어가려니 좀 힘들었다. 사람 하나 없고 차만 가끔 지나다니는 시골길을 걷다보니 좀 무섭기도 하고..



그렇게 걸어서 온 마을엔 정작 볼것 하나 없고 커피숍이나 레스토랑도 찾을 수 없었다. 슈퍼마켓같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문은 닫혀있었고..



여기서도 버스는 언제올지 몰라 멍하니 버스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할배를 뭍잡고 어렵게 버스 오는 시간을 물으니 여기서도 또 30분을 기다려야 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동네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한 10분 쯤 둘러보다가 힘들어서 그냥 버스정류장 앞에서 앉아있었는데 엄청 낡아빠진 택시 한대가 오더니 날보고 오흐리드 간다며 타라고 한다.--; 공짜로 태워주는것도 아니면서 진짜 사람 귀찮게 하네 이 동네 사람들은.. 안을 보니까 3명이 이미 타고 있어서 됐다고 했는데 계속 끈질기게 타라고하면서 버스요금만 받는다고 한다. 

참고로 오흐리드에서 나움까지는 100디나르였다.


에휴 또 언제올지 모를 버스 기다리느니 그냥 빨리 가는게 낫다 싶어 그냥 택시에 탔다. 



그리고 오흐리드에 도착한 뒤 시장 근처에 있는 케밥집에서 체밥피를 사먹었다. 체밥피 그만먹고싶다 정말..ㅠㅠ






그리고 다음날 냉장고 안에서 짬을 모조리꺼내 아침을 해먹고 일주일간 머물렀던 오흐리드를 떠났다. 

하루 날 잡아 나움에 다녀온건 참 잘한짓 같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나 하루가 소요되지 부지런하면 한 3~4시간이면 이동시간 포함해서 구경하고도 남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