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West Asia

GYUMRI, ARMENIA (규므리, 아르메니아)

오주만세 2016. 5. 24. 03:08



GYUMRI (Գյումրի)





규므리는 아르메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도시로, 시라크 주의 주도(州都)이며 인구는 150,917명(2001년 기준)이다. 아르메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예레반(아르메니아의 수도)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기후적으로 겨울에는 혹한이 몰아치는 반면, 여름에는 비교적 덥다. 강수량은 연간 약 500m 가량.

처음에는 쿠마이리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1840년부터 1924년까지는 니콜라이 1세의 황후 알렉산드라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로폴, 1924년부터 1990년까지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이름을 따 레니나칸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1990년에 규므리로 환원되어 오늘에 이른다. 1988년 12월 7일 발생한 아르메니아 대지진 때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해발 1550m에 위치한 규므리 시내에는 러시아군이 주둔(제102군사기지)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제 2의 도시 귬리....딱히 특별한 점은 없지만..예레반에 비해 더 조용하고 관광객도 별로 없고..예레반은 유럽의 흔한 소도시의 분위기 였다면...귬리는 좀 더 아르메니아 다운 도시인 듯 했다.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이 펼쳐지고...반면 한편으로는..30년이나 지난 지진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은 듯한 느낌도 받았다.



스테파나반에서 다시 마슈르트카를 타고 귬리로 갔다. 다음 목적지인 조지아 국경에 거의 다 갔다가 다시 바나조르로 되돌아 와 귬리로 가는 루트이다. 3~4시간 걸려 귬리에 도착했는데... 버스 터미널은 완전 시골 마을 터미널의 모습...



그리고 도착해서 숙소를 검색해 봤는데..귬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시내에는 저렴한 숙소가 없는 듯 했고.. 굳이 저렴한 곳에 묵을라면 게스트 하우스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홈스테이 같은 분위기의 게스트 하우스들은 여러모로 신경 쓰여서 불편하고..그나마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5000드람 짜리 저렴한 호텔을 찾을 수 있었다.



5~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어떻게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뭐 걷다가 힘들면 택시를 타던가 해야지...



주택가 골목을 지나 큰 길로 접어드니 옆에는 기차 선로가 놓아져 있었다..

지루한 도로 옆 도보를 따라 걷기 보다는 기차길을 따라 걷는 것이 더 운치있지... 















그런데..1시간 정도 걸으니까 점점 힘이 들고 마침 주위에 버스가 정차하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 그냥 여기에 정차하는 아무 버스나 타고 가보자...


멀리서 버스가 정차하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광경을 보지 못 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표지판 하나 없는..버스 정류장에 서서 다음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 10분...버스 한 대가 멀리서 오는데...손을 흔들어 세운 뒤 올라타 기사에게 손짓으로 이 길 따라 쭉 가냐고 물으니.. 팔을 쭉 뻗어 앞을 가리키더니 다시 왼쪽을 가리킨다... 마침 내가 찾는 호텔도 그 방향인데...맞나? 맞겠지..그냥 버스에 탔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지도를 유심히 보며...대충 호텔에 근접했을 때 버스에서 내렸다.  

그런데 구글 지도 상의 호텔 위치가 잘 못 되어 있어서..버스에 내려서 호텔까지 걸어가려 했는데 ..운 좋게도 내가 버스에서 내린 그 곳에 바로 호텔 건물이 보인다...



게다가 호텔이 위치한 황량한 허허벌판에서 보는 풍경들은 진짜 예술이다..




멋진 풍경 탓에 호텔로 들어가기 전 10여분 간 사진 찍으며 감상한 뒤에..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을 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깨끗하고 깔끔한 호텔이었다. 비록 방은 작고 냉장고도 없었지만..

 


그리고 이 호텔의 다른 문제점은 호텔 주위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구멍 가게도 없다...그나마 호텔 1층에 레스토랑이 있었는데..영어로 된 메뉴도 없고..영어 하는 직원도 없어서 첫날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겨우 케밥 하나 시켜서 먹었다..--;






밖에 나가 어딜 좀 돌아다닐까 했지만...시내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가 아니고...버스 타기는 귀찮고...시간도 늦어서 그냥 호텔 방에서 인터넷하고 귬리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호텔에서는 조촐하지만 아침 식사도 준다..ㅎㅎ..그것도 방으로 가져다 준다..ㅎㅎ  암튼..아침 먹고..몇 시간 딩굴대다가 밖으로 나왔다.







내가 묵었던 호텔 건물이다..주로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들만 오는 듯..그리고 특히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호텔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 듯 했다....뭐 주인 아줌마도 러시아 사람이었으니...



호텔 밖으로 나와 바로 앞에서 서는 1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갔다.



시내에 도착해 처음 보이는 건 성당 건물..



성당은 뭐 그렇고..








성당 바로 옆에는 박물관이 있었다. 무슨 박물관인지 모르겠지만...그냥 안에 들어가 봤는데..











건물 내부만 보다가 경비 아저씨가 위층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해서 올라갔더니..박물관 입구가 있고..들어가 봤는데..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한다.. 

얼마인지는 기억 안 나는데...입장료 내고 박물관 구경할 내가 아니지.. 나중에 오겠다고 한 뒤 그냥 되돌아 나왔다.









그냥 시내 중심부를 향해 걸었다.





















중간에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솜사탕 파는 놈이랑 얘기도 나누고..--; 계속 걸어서 인디펜던스 광장 이라는 곳으로..



무작정 걷다가 멀리서 맥도날드 간판을 보게 되었다.. 아 배고픈데..오랜만에 맥도날드나 먹을까...하고 가까이 가봤는데...맥도날드가 아니고 미즈버거더라..--;



그래도 간판을 비슷하게 해놨으니 맥도날드랑 맛은 비슷하겠지...생각하고 안에 들어가 치즈버거 세트를 시켰는데...가격은 맥도날드랑 비슷한데..뭐 맛은...별로였다..하긴 햄버거 먹으면서 뭔 맛이 필요하냐..



미즈버거에서 햄버거를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곳 까지 오게 됐고..




멀리 보이는 설산과 시내를 바라보며 구경을 좀 하다가..











동네 꼬마들이 노는 것을 보고는..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뭐랄까 약간 빈민가 같은 분위기의 동네..



지진 때문인가...아니면 그냥 별다른 이유 없이 버려진 것일까..여기 저기 상한 흔적이 있는 오래되고 낡은 집들이 골목 골목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군데 군데 물이 고인 도로의 상태도 말이 아니고....문득 저 멀리 성당이 보인다.








더 이상은 별 관심 없는 성당이지만...오랜만에 구경해볼까..하고 안으로 들어가봤다.

그런데 성당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입구에는 왠 관이 벽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었다...그냥 별 생각 없이 안 쪽으로 들어갔는데..



코를 찌르는 알 수 없는 쾌쾌한 냄새가 갑자기 풍기고...성당 내부 한 가운데에 뭔가 놓여져 있는데...멀리서 보니 머리카락 같은게 보인다..무슨 예수 모형상 같은 걸 놓아 놨나.....가까이 가서 확인해 봤는데... 시체다..


중년의 아줌마의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 위로는 파리 두 세 마리가 왱왱 거리며 날고 있고...시체의 냄새와 방부 처리 한 화학 물질 냄새가 갑자기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시신을 이렇게 성당 내에 모신 뒤 장례 치르는 건 알겠는데...왜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하얗게 분을 칠해 놓은 얼굴을 보고 있으니 시체가 드라큘라 영화처럼 갑자기 일어나는 생각도 하게 되고..기분도 좀 그래서 그냥 잽싸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망치듯 빠른 걸음으로 성당에서 멀리 달아났다.





성당에서 시내 중심부 쪽으로 가니까 진짜 중심부가 나왔다.





건너편에는 지진으로 허물어져 한창 재건 중인 성당이 보이고..앞에는 광장이 있었다.



광장의 벤치에 앉아 담배 한 대 피우고..







공사 중인 성당 보다는 멀쩡해 보이는 성당을 구경하러 갔다...주위에 사람들이 많은 걸 보니...아까 갔던 성당과는 다른 분위기겠지..









안에 들어갔더니 여기서는 결혼식이 진행 중이었다.





불과 100여 미터 떨어져 있는 두 성당인데.. 한 곳에는 장례식..다른 한 곳에는 결혼식이 진행 중이다.



결혼식 잠깐 구경 한 뒤 다시 밖으로 나와..공사 중인 성당 쪽으로 가서..









구경하고 있는데..왠 여자애 둘 이서 나를 힐끗힐끗 쳐다 보다가..사진 찍고 싶다고 해서...어정쩡한 포즈로 사진 모델이 되어주고 나도 얘네들 사진 찍었다.--;



지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추모비 앞에서..





그리고 여기 공사 중인 성당 뒷편에도 작게 공원과 벤치가 있는데...혼자 앉아 있으니 왠 껄렁껄렁한 양아치 같은 남자 놈들이 몰려와서...말 걸고..사람 귀찮게 한다..ㅅㅂ 











암튼 그냥 시내 구경은 여기서 끝내고 그냥 호텔로 되돌아간다..아르메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는 거 같은데....볼거리는 뭐 2~3시간이면 다 볼 듯 하다..




커피를 얼마에 파는 건지는 몰라도 여기 커피 맛이 좋은가....저렇게 커피 진열해 놓고 있길래 구경하니까 점원들이 와서 또 같이 사진찍고--;



바로 옆 슈퍼마켓에서 이것 저것 먹을거리를 산 뒤...1번 버스를 타고 호텔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다음 날 하루 더 머물고 귬리를 떠나고..아르메니아도 떠났다.. 마지막 날은 호텔에서 하루 종일 인터넷하며..점심 저녁 두 끼를 다 라면...러시아 라면으로 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