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West Asia

KAPAN, ARMENIA (카판, 아르메니아)

오주만세 2016. 5. 11. 00:59



KAPAN (Կապան)



카판은 아르메니아의 도시로, 슈니크 주의 주도이며 예레반(아르메니아의 수도)에서 316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도시 이름은 아르메니아어로 "갇혀 있는"을 뜻하는 단어인 "카펠"(կապել)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이는 인근에 있는 골짜기가 산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르메니아 남부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남쪽에는 후스투프 산(해발 3,201m)이 있다.



아쉬움을 안고 이란을 떠나 도착한 아르메니아. 그 첫 번째 도시는 카판이라는 곳이다. 구소련 국가들이 다 그렇지만..이란에서 친근한 미소짓는 사람들을 보다가 아르메니아로 오니까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날씨만큼 쌀쌀맞다.



졸파에서 숙소 찾다 포기한 뒤 그냥 아르메니아로 가기로 하고 아르메니아의 국경과 가까운 노루즈로 향했다.

 

졸파의 시내 한복판에서 서성이는 나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한 택시 기사 아저씨의 40만 리엘이라는 말에...깎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오케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란 여행이 너무 아쉽지만 당시엔 힘들고 답답하고...비록 2~3주의 짧은 시간을 머물렀지만...이란 특유의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가 싫었다.


택시를 타고 노루즈로 가기로 한 뒤 주머니를 보니 50만 리엘짜리 한 장이 있다....이걸로 밥 사 먹고.. 가면 되겠네.. 기사 아저씨한테 밥 먹고 가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며 근처에 있는 케밥 집도 안내해 주었다. 그 곳에서 대충 케밥을 시키고..포장해 가려고 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여기서 먹고 가도 괜찮다고 해서...테이블에 앉아 먹기 시작했지만..옆에서 케밥집 아저씨와 얘기하면서 기다리는 모양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반만 먹고...나머지는 포장해서 가방에 넣었다. 







노루즈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보이는 풍경은 이란을 떠나는 나를 더욱 더 아쉽게 만든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넋 놓고 보고 있는 사이에 택시는 노루즈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왠 국경이 뭐 이렇게 썰렁하냐...사람은 물론이고 지나다니는 자동차도 한 대 없다..--;



그래도 사람 다니라고 만든 국경이니까 지날 수 있겠지..


생각해 보니까 이란의 테헤란과 아르메니아의 예레반을 연결하는 버스는 하루에 한 대 만 지나다니고..그 시간 외에는 이렇게 썰렁한 모양이었다. 

조금 걸으니 이란 측 국경 초소가 나오고...여권을 보여주니 앞 쪽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라고 한다. 건물 안에 들어가니 역시 민간인은 한 명도 없고.. 군복 입은 군인들과.. 국경 직원들만 있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일처리는 느려 빠져서...여기 일하는 애들은 완전 땡보직이네...


이란측 출국 심사를 마치고..이제 아르메니아 측 출입국 관리소로...포장 해온 케밥을 먹으며 걸어갔다.



중간에 작은 초소에 뭐 질병관리 하는 곳인가...거기서 무슨 검사 받고..아르메니아 출입국 관리소 건물에 들어갔다. 돈을 내야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입국세 수수료 뭐 이런건 줄 알았는데...비자를 따로 받아야 하는 건 와서 알았다... 3000드람에 1달.. 지금 난생 처음 아르메니아 들어가려 하는데 아르메니아 돈이 있을 리가 없지 이 놈들아..그래서.. 미국 달러를 보여주니 아르메니아 드람만 받는다고 한다..돈 없는데 어쩌라고 아놔..


잠자코 있던 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여권 여기 놔두고 건너편 밖으로 나가 환전소에서 환전하고 오라고 한다. 환전소가 있으면 입구 쪽에 만들어 놔야지 왜 출구 쪽에 만들어 놓았을까? 


그래서 여권은 초소에 놔두고 환전소를 찾아 나왔는데...기다리고 있던 택시 기사들이 우르르 나에게 몰려든다.. 예레반 예레반..그러는데.....아 벌써부터 짜증이...됐다고 꺼지라고 한 뒤 환전소에 가서 20달러 환전한 뒤 3000드람 내고 비자 득템..


다시 밖으로 나오는데 또 들러붙는 택시 기사들...아오..짜증...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한 바로는 여기서 지나가는 차를 히치하이킹 하던가 해서 가야 된다고 하던데 ...

뭐 지나가는 차가 있어야 히치하이킹을 하던가 말던가 하지..--; 뭐냐...한 1시간을 계속 끈덕지게 구는 택시 기사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다가..그냥 택시 타고 그나마 가까운 도시인 카판으로 가기로 했다. 요금은 20달러 --; 노루즈 갈 때도 그랬지만..너무 지쳐서 뭐 깎고 할 기분이 아니다..



그래도 편하게 4륜구동 차 앞 좌석에 앉아서 경치 구경하며 왔으니 그걸로 만족..






















이란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인데...이란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다.. 그리고 아르메니아 지도를 보니까 키르기즈스탄 처럼 남쪽에서는 예레반 까지 큰 길 (불편하고 엉망인) 하나로만 연결 되어 있는 듯 했다.



택시 기사놈은 여기까지 온 걸 고맙게 여겨야 할 판에..내가 처음에 고리스 얘기를 했더니 여기서 자기가 아는 다른 기사에게 미리 연락을 해서 대기시켜 놓고..고리스로 바로 가라고 한다.. 


이 자식아 호객 노릇은 하루에 두 번이면 족하다 .. 어차피 그냥 여기서 하루 머물고 갈 생각이었기에 그냥 기다리라고 한 뒤 시내 중심 쪽으로 걸어갔다.










영락없는 시골 산골 마을이다. 구경하며 걷다가 시내 중심가 한 가운데 우뚝 서 있는 호텔이 있길래 들어가 요금을 묻고...체크인 했다. 1명 싱글룸이 5000드람..(1만원정도..) 



이란에서 너무 수준 미달의 숙소에서만 묵다가 이런 곳을 오니까...기분이 남달랐다.. 물론 저렴한 숙소들에서만 묵었었지만.. 똑같이 저렴한데..이란은 정말 숙소가..ㅠㅠ



호텔 발코니에서 소련 시절이 생각나는 아파트들이 세워져 있는 경치를 보고..시내 구경이나 하러 밖으로 나왔다. 






호텔의 모습이다. 저렴하고 가격 대비 괜찮은 숙소가 있으니 카판은 들릴 만 하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아르메니아 성당이다..하지만 역시 건물은 건물일 뿐..






















별로 특별히 볼 건 없다...그냥 슈퍼마켓에서 간식거리 그리고 맥주! 한 캔과 호텔 옆 케밥 집에서 통닭 한 마리를 사왔다. 




케밥도 아니고 그냥 통닭인데도 저렇게 얇은 빵? 난? 으로 싸서 줬다.. 정말 오랫만에 치맥...아니 통맥인가...을 한 뒤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일어나긴 일찍 일어났고..아침 8시인가 9시에 고리스 가는 버스가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그냥 하루 더 묵기로 했다. 이유 없이..



호텔 옆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시키고..커피도 시키고..2시간 동안 죽 때리며 인터넷 하다가..





밖으로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다시 전날과 같은 루트로 돌아다녔다.. 왜냐하면 워낙에 작은 마을이고..큰길도 하나 밖에 없어서...그러다가 문득...갑자기..높은 곳에 올라 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리고 호텔 방에서 보였던 구 소련 스타일의 칙칙한 건물들도 가까이서 구경하고 싶고..



일단은 호텔로 돌아와 경비 아저씨한테 손가락으로 반대편 언덕을 가리키며 어떻게 가냐고 물은 뒤..그 아저씨의 손짓 방향을 기억하며 천천히 올라갔다..경비 아저씨 말로는 20분이면 될 거라고 하는 거 같았는데..




구소련 스타일의 칙칙한 아파트에 사는 듯한 동네 주민들의 이목을 한 눈에 받으며...걸었다.



그러다가 동네 꼬마애가 자꾸 옆에서 따라오길래 어설픈 러시아어로 인사하고...사진 찍었는데...올라가는 길 물으니 잘못 알려줘서 막다른 길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여기 카판에 와서 특색있게 본 건 건물 사이에 주렁주렁 메달린 빨래들과 저런 어설프게 철망으로 된 문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굳이 저런 문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뭘까?



그리고 동네 꼬맹이들만 자꾸 꼬인다..--;







걷다가 양 갈래길이 나와서 오른쪽 왼쪽 고민하다가 왼쪽으로 갔더니 막다른 길이었다.








기왕 높은 곳에 왔으니 사진 좀 찍고...다시 갈래 길로 되돌아와 오른쪽으로..




이런 문...계속해서 보게 되는데..볼 때마다 웃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는 광경이 꼭 중국 쓰촨성의 캉딩 같았다..





여기 길을 혼자 걷다가 어떤 아저씨와 마주쳤는데..한 손에 커다란 낫을 들고 오길래 시껍했지만...다행히 그냥 지나쳐 갔고...사람이 내려오는 길이니 ..따라가면 뭔가 있겠지....하고 계속 올라갔다.










맨 아래...시내 중심가에서 1시간쯤 걸려 올라왔을까...여기서 부터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오 마을이다.










멀리서 작게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해서 마을로 가 구경을 하려 했는데..갑자기 들리는 개 짖는 소리....개짜증 나서 그냥 되돌아왔다. 날도 어두워지는 듯 하고...




내려오면서 빨래들 널어 놓은 걸 자세히 봤는데..저렇게 끝에 도르레를 연결해 놓고 줄을 당겨 빨래줄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내려오면서도 또 꼬맹이들 꼬였다.--;







암튼 카판이다...동남아에서 부터 스리랑카를 거쳐 이란까지...더운 날씨의 나라들만 있다가 4월 중순인데도..쌀쌀한 날씨의 아르메니아로 왔다.

그냥 하루 이틀 들려서 가기에 좋을 한가한 곳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