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LVIV, UKRAINE (리비우, 우크라이나)

오주만세 2014. 10. 8. 23:10



LVIV (Львів)




LVIV (리비우,리보프) 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위치한 도시로 동부 갈리시아 (Galicia: 13세기에 헝가리의 지배 하에 있었던 지역)의 수도였던 도시이다. 역사적으로 다양한 문화를 간직한 도시로 갈리시아의 왕 다니엘에 의해 처음 건설되어진 후에 14세기에는 폴란드의 지배 하에 있게 된다. 폴란드의 왕 John II Casimir 는 리비우에 Lviv University를 건설하는 등 크라쿠프, 바라사바, 그단스크, 빌니우스와 함께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방의 가장 중요한 도시 중 하나로 발전시켰다. 그 후 1772년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토로 편입되고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해체 후에는 폴란드에 다시 편입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스탈린의 이주 정책으로 리비우는 소련의 영토가 되는 흑역사도 겪게 되고 소련의 해체 후 현재 우크라이나의 도시가 되었다. 

복잡한 역사로 인해 폴란드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영향으로 중부 유럽의 매력을 뽐내는 도시의 분위기와 건축물들로 인해 현재 동부 유럽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드디어 폴란드의 바르사바를 떠나 비쉥겐 지역인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다.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나에게 언제 어딜가도 그랬던 것 처럼 그런 위험한 곳엘 왜 가려고 하느냐는 주위의 만류가 있었지만, 내가 우크라이나로 가기 2일 전에 정부군과 반군 간의 잠정적인 휴전이 선포되었고, (휴전 안해도 갔었겠지만..) 총알과 로켓이 난무하던 도네츠크와 같은 동부 지역은 가라고 해도 안 갔을 것이기 때문에..별 생각 없이 우크라이나로 갔다. 우크라이나라는 나라에 처음 들어와서 놀란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는 이 곳 리비우가 관광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바로 며칠 전까지 수천명이 죽어나가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내전 중인 국가라고 전혀 생각되지 않을만큼 사람들은 아무 걱정없어 보이고 밤마다 술마시며 흥청망청 파티를 즐기는 젊은이들로 도시가 가득 메어졌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난 사실 우크라이나가 바로 옆나라인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정도의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월소득이 30만원이 안되고 여러가지 인프라도 엄청 부족한.. 겉모습은 유럽이지만, 실생활은 동남아 태국보다 못한 그런 나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 오기 전까지 나에게 유럽에서 가장 물가 싼 나라는 불가리아였지만, 이제 불가리아는 두번째로 밀려나있다.

대기근과 핵발전소 그리고 Su27 참사의 역사에 이제는 내전까지.. 온갖 공포의 이미지가 뒤범벅이 된  우크라이나의 도시 리비우(리보프).. 6일간 저렴한 물가를 만끽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오랜만에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바르샤바의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리비우로 가는 폴란드인을 만났다. 리비우에 며칠 먼저 가 있는 친구와 함께 모험 삼아서 우크라이나에 간다고 한다.이런저런 얘기를 짧게 나눈 뒤에 같이 버스 옆자리에 앉아 바르샤바를 출발했다. 새벽 4시쯤에 국경을 통과한 듯 하다. 워낙 잠결에 피곤해서 비몽사몽으로 있었더니 기억도 잘 안 난다.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넘어올 떄는 국경검문이 꽤 엄격하다고 들었는데 예상대로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넘어가는 건 너무나 간단하고 시간도 짧게 걸렸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못 사는 나라였나? 이 때부터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또 기억나는건 금발머리의 미모의 국경 검문소의 경찰 아가씨..



우크라이나 국경을 지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버스터미널에 도착할때쯤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크라이나로 오면서 총격이나 폭격과 같은 직접적인 전쟁의 위험이 아닌 전쟁으로 인해 불안정해진 치안이 염려되었었는데.. 이른 새벽에 비까지 내리니 은근히 숙소까지 가는 길이 걱정되었다. 같이 버스를 타고 온 폴란드애와 숙소가 같은 방향이면 좋으련만..완전히 다른 곳이어서 서로 연락처만 주고 받고 내일이나 모래쯤 만나기로 하고 버스터미널에서 헤어졌다.




기차역 근처에 있었던 정교회 성당.. 약간은 괴기스러운 모습에 나중에 비가 안 올 때 다시 찾아와보려 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 곳 리비우가 우크라이나에서 큰 도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작은 촌동네도 아니고 10번째 안에 드는 대도시인데도 저런 구닥다리 버스들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다.


열심히 타블렛으로 지도를 보며 미리 찾아놓은 숙소의 위치를 향해 가는데... 내리는 비 때문에 화면이 물에 젖어 계속 오작동을 일으키고..숙소도 걸어서 20분 정도는 가야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힘들게 잔뜩 긴장하며 겨우겨우 숙소를 찾았는데.. 6층에 위치해 있는 호텔이 엘리베이터도 없다..--; 너무 일찍와서 지금 체크인을 하려면 몇천원을 내야한다고 하는데.. 겨우 몇천원..--;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가보니 깔끔한 도미토리룸에 싱글베드가 4개 놓여있고 숙박객은 나 밖에 없었다. 

하지만 6층에 엘리베이터도 없다니.. 덕분에 담배는 리비우에 있던 며칠 동안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배가 고프지도 않았는데 바르샤바에서 사온 케밥이 차갑게 식어있는걸 보고는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케밥을 먹자마자 잠이 오고.. 문뜩 일어나보니 겨우10시 밖에 되지 않았다. 샤워를 한 뒤에 호텔 직원에게 가 시내쪽을 가는 길을 묻고 6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내려와 시내로 향했다. 케밥을 너무 급하게 먹고 또 먹자마자 잠을 자서 그런지 뱃속이 더부룩했다..




시내 중심가로 가는 중에 본 리비우는 마치 로마와 같은 옛도시의 모습이었다. 다른 점은 로마와 같은 관광도시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두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를 통해 도시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지만 여기 리비우는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둔 느낌이랄까.. 









시내 중심부로 거의 다 진입했을 때 미술관 같은 곳을 보았다. 입구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서 있어서 들어가도 될까...고민하고 있었는데..한 군인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들어가보라고 손짓을 했다. 땡큐..한 뒤에 들어가보니 이 날은 미술관이 휴관일이었다. 뭐야..하고 뒤돌아 가려는데 한 아줌마가 여기 미술관 뒤에 예쁘게 꾸며놨으니 가보라고 해서 뒷쪽으로 돌아가봤다.



하지만 뭐.....-.-;

미술관인지 박물관인지를 나와 다시 시내쪽으로 갔다.



역시 온세계에 널리 알려진바와 같이 길거리는 온통 금발미녀들 천지였다. 러시아의 금발미녀들과 비슷하지만 러시아의 미녀들은 좀 세련되고 잘 꾸미고 다니는듯 했지만 우크라이나의 금발미녀들은 좀 시골처녀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여기 리비우가 시골도시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하면 떠오르는 늘씬한 금발미녀의 이미지와는 달리 유럽 기준으로 키가 작고 아담한 여자들이 많았다. 한국 여자들과 평균키가 비슷할 정도였다. 남자도 마찬가지고..가난해서 못 먹어서 그런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공원 옆의 커피숍에서 카푸치노와 티라미슈 케잌 한 조각을 먹으며 1시간 정도 여유를 가졌다.



귀엽게 생긴 여직원이 마음 설레게 카푸치노에 찌그러진 하트그림을 그려서 줬다. 이 후에도 3번을 더 갔는데 계속해서 하트를 만들어 주는건 원래 그런건지.. 



막 대충 만든 티라미슈 같은데.. 그래도 맛있게 먹고 다시 시내 구경을 하러 나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 내전에 휩싸였던 나라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은 평화로워 보였고 도시는 엄청나게 분주해 보였다.




조금 걷다보니 오른쪽에 입구에는 할머니들이 꽃을 팔고 있고 안 쪽에는 마켓이 있는듯 해서 구경하러 가까이가봤다.



러시아에서 봤던 마켓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대충 한바퀴 둘러본 뒤 다시 밖으로.





숙소에서 지도는 갖고 나왔지만 가방에 넣어놔서 꺼내기 귀찮아 그냥 길 따라서 걸어가봤다. 



그러다가 이름모를 성벽을 발견.. 안으로 들어가 봤다. 지금 투어맵을 보니 이름은 St. Andrew Church 라고 하는듯 하다. 기억이 안나서 맞는지도 모르겠다..--;



관광객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그냥 길을 걸어가는 행인들만 지나다니는 통로로 이용되는듯 했다.







저 멀리 성당의 반대편으로 보이는 건물은 (투어맵에 따르면) Museum of Sacral Baroque Sculpture 일지도...







이것은 Church of Dominicans...아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막 돌아다녔더니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핏자 칼치오라니....




JUST LVIV IT!!




Ensemble of church of assumption ...인 듯 하다. 뭐 아님 말고..




웅장한 성당들도 많았지만 군데군데 저렇게 다 쓰러져가는 폐가같은 건물들도 많이 보였고 안에 다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미 비쉥겐 지역으로 들어왔고, 어머니가 오실 9월 말까지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서 리비우에서는 오래 있어도 될듯했다. 그래서 첫날은 이 정도만 보고 그냥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시내에서 뭘 먹고 와야했는데..깜빡하고 그냥 숙소로 다 와서는 6층까지 계단을 오르려고 하니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아 ...한 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오기 힘드니..빨리 근처에 레스토랑을 찾아서 아무거나 먹고 올라가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숙소 주위를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음식점이 정말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아휴.. 배부를때는 심심하면 보이던 곳이 음식점이더니..어째 배고파서 찾을 때는 이렇게도 안 보이냐.......

시내 반대쪽으로 한참을 걸어간 뒤에야 음식점 비슷하게 생긴 곳을 찾았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왠 군인들과 동네 아저씨들만 여럿이 모여서 술을 마시고 있는 분위기의..나무 널빤지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매점같은 곳이었다. 분명 밖에서 봤을땐 핑크색의 그럴듯하게 생긴 음식점이었는데 이게 뭐지..하고 갸우뚱하고 있다가 여기서 아무거나 일단 먹고 가자 하고 주인 아줌마한테 메뉴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러시아어로 된 메뉴를 준다..--; 그냥 아무거나 골라서 위에서 4번째 있는 메뉴와 콜라를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온 메뉴는 기름에 흠뻑 적신 고로케 같은 튀김이었는데.. 1개 먹으니 너무 느끼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억지로 2개까지 먹고 나머지는 숙소로 싸왔다. 그러다가 밤에 배고파서 1개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 놓고 있다가 마지막날 다 버렸다..--;


숙소에 와서 인터넷을 하다보니 바르샤바 버스터미널에서 만나 같이 리비우로 온 폴란드애한테 연락이 왔다. 내일 자기 친구와 함께 시내구경을 할건데 같이 하자고..그래서 좋다고 한 뒤 이것저것 보다가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 갔던 커피숍에서 또 카푸치노를 마시며 폴란드애를 기다렸다. 10분도 안되서 커피숍으로 왔는데..이 폴란드애들은 시내 센터에서 가까운 호스텔에서 묵고 있다고 한다. 아...난 왜 이렇게 시내에서 먼 곳에 묵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건물일까..후회가 되었다. 

암튼 폴란드애들이 밥을 먹으러 같이 가자고 해서 배는 별로 안 고피지만 같이 먹으러 갔다. 얘네 말로는 우크라이나 전통음식을 먹으러 간다는데..



그냥 러시아 음식이었다. 식판들고 하나하나 주문해서 먹는 배급식 레스토랑에 음식들도 러시아와 발틱 지역에서 봤던...음식들..게다가 폴란드애 하나가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 같은걸 가져다 먹길래 나도 먹으려고 사왔더니 아이스크림이 아니고 생크림이었다.. --; 생크림을 그냥 막 퍼먹다니..



식사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내투어에 나섰다. 



시내 중심가에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인 Opera House 이다.



리비우 시내의 기념품점이나 노상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기념품은 바로 저 푸틴과 야누코비치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화장실용 휴지였다. 폴란드 애들도 이걸 보고는 기념으로 사면서 좋아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이 곳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과 유럽에서 푸틴은 별로 인기 있는 인물이 아닌듯 하다.



시티투어의 첫 목적지는 시내에 있는 Town Hall 시청 건물 위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 리비우 시내를 내려다 보는 것 이었다. 



전망대로 이동해 가면서 길에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시청 건물 위에 전망대가 하늘 높이 솟아 있어서 찾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입구는 어디에 있는지 ... 어렵게 입구를 찾으니 올라가는 길은 또 어디에... 10분 정도 헤맨 뒤에 전망대로 오르는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입장료도 있었지만 그냥 무시해도 될 수준...하지만 오래된 낡고 두 명이 지나기도 힘든 계단을 오르려니..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힘들게 계단을 오르고 보니 이쁜 모델 아가씨가 열심히 사진기 앞에서 이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이 이뻐라..















힘들게 올라왔으니 열심히 시내 전경의 사진을 찍고 같이 온 폴란드애들 사진도 찍고.. 바람 좀 쐬다가 밑으로 내려갔다. 다음으로 가는 시티투어 목적지는 "HIGH CASTLE" 이라는 곳인데..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성이 있던 자리에 성은 없어지고 전망대가 있다고 한다.. 아니 이 양반들아 방금 전망대 올라가서 보고 왔는데 뭘 또 전망대를 가....--; 


솔직히 별로 땡기지 않았지만 얘네가 리비우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를 가이드 해주는 상황이니 군소리 말고 따라가는 수 밖에..




시청사 근처에 위치한 Roman Catholic Cathedral of St.Mary and Boims Chapel 의 일부 모습이다. 맞나?? 아님 말구..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폴란드애들만 따라가다보니 HIGH CASTLE 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나왔다.



공터에 있는 놀이터(?)에는 동네 꼬마들이 뛰어 놀고 있는 모습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구닥다리 자동차도 시내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었다.



공원을 가로지르고 언덕 길을 오르고 올라 전망대에 도착했다. 중국에서 등산은 정말 질리도록 했기에 이 정도의 뒷동산 언덕 정도는 힘 하나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폴란드 애들은 헉헉거리며 좀 지쳐하는 듯 했다.




뭐 전망은 아까 시청 전망대가 더 좋은 듯 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돌벽의 모습이 옛날 고성이 있던 흔적이라고 한다. 



이제 내려갈 때는 다른 길로..





리비우도 나름 우크라이나에서는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라 시내의 관광객을 위한 곳에서 조금만 떨어지면 허름하고 썰렁한 거리들을 볼 수 있었다.




시내 중심가의 건물들도 그랬지만 여기  약간 변두리 지역은 뭐..



귀여운 고양이 'ㅅ'







여기에도 뭔가 성당이 있었는데 뭔지 모르겠다--;



이제 다시 시내 중심가로 돌아왔다. 이제 시티 투어는 끝내고(?) 맥주 한잔 하자고 하는데 폴란드 애가 아는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해서 그 곳으로 갔다.





당시 우크라이나가 이런 분위기 였다는 건 와보지 않은 사람은 몰랐을 것이다. 








가는 길에 아르메니아 교회도 있어서 외부를 둘러보고 안에도 들어 가봤다. 다른 성당이나 교회와는 달리 내부 외부 모두 어두운 분위기에 약간 무슬림 분위기도 풍기는 성당이었다.






시내 중심부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펍에 도착했다. 특이한 컨셉의 펍이었는데 마치 난장이들이 사는 집처럼 건물 내부의 통로는 좁고 천장은 낮고 서빙을 하는 직원들도 모두 난장이들이었다. 우리 세 명이서 맥주 1잔 씩을 주문하고..나는 배가 고파 따로 혼자 뭔가를 시켜 먹었는데..비싼 가격에 맛은 형편없고 양도 무슨 애기 주먹 만한 크기의 그릇에 담겨 나왔다.--; 아휴 돈 아까워..




하지만 여기 펍이 좋은 점이 5층인가 까지 올라가면 옥상에도 테이블이 있어서 야경 구경하며 맥주 한 잔 하기에 정말 좋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맥주 한 잔 씩을 비운 뒤 옥상으로 올라 가봤다. 






하지만 옥상은 이미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서 테이블을 찾을 수 없었고 하는 수 없이 옥상에서 사진 몇 장 찍으며 담배 한 대 피우고 펍 밖으로 나왔다.




낮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가 밤이 되니 그야말로 젊은이들의 유흥가로 변해버렸다. 





리비우의 밤풍경은 이런 모습이었다.



아까 펍의 옥상에서 술 한 잔 더 하려다 못 했으니 다른 곳을 찾아가는데.. 그냥 아무 데나 들어가 마시면 되는데 이 폴란드 애들은 왜 이렇게 헤매고 다니는 건지..



헤매고 다니다가 밤에 가장 멋있게 조명을 비추고 있는 Church of the Dominicans 도 볼 수 있었다. 현재는 종교역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결국 야외 테이블이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핏자 한판과 맥주를 시켜 마시고 투어(?)를 끝냈다. 폴란드 애들은 내일 모래 체르니우치 라는 곳으로 떠난다고 한다. 나는 며칠을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키에프와 오데사를 가려고 생각 중이라..기회가 되면 폴란드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날 숙소 도미토리 4인실에 기분 좋게 혼자 차지하고 싱글룸처럼 쓰고 있는데.. 숙소에 한 노인네가 입실했다. 영어를 하나도 못하는 노신사였는데.. 오데사에서 왔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책을 보여주며 자기가 쓴 책이라며 시인이라고 한다. 그냥 몸짓발짓으로 얘기를 나누려 하다가 힘들어서 그냥 밖으로 나왔다. 첫날 시내를 대충 돌아다니고 둘째날 폴란드 애들과 시내투어까지 했기에 굳이 시내까지 또 걸어가기는 뭣해서 그냥 숙소 뒷쪽에 있는 주택가 쪽을 탐험해봤다.




첫날엔 음식점 찾으려 숙소 주변을 한 시간 넘게 헤맸었는데 큰길 쪽이 아닌 주택가 쪽에 여러 음식점들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한 핏자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4가지 맛 핏자를 혼자 다 먹고 나서.. 동네 구경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왜 또 햇빛이 이렇게 뜨겁게 내리쬐는지.. 






한 10분을 걷다가 햇빛 때문에 못 참겠고 뭔가 특별해 보이는 커피숍이 있길래 커피나 한 잔 하려고 들어가봤다.



리비우에서 이런 커피숍을 보게될 줄 몰랐는데 전세계 유명 커피 산지의 커피들이 각종 기구들과 함께 진열되어 있고 가게 안은 온통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뭘 마실까 고민을 하다가 1000원 짜리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옆에 놓여있는 박스 안에서 300원 짜리 쵸코바 하나를 집어 같이 들고 테라스로 나와 앉았다.

 평일 한 낮의 시간에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이라니. 얼마 만에 느껴보는 여유인지 모르겠다. 굳이 폼 나는 서유럽의 파리 같은 관광지가 아니라 이런 조용한 도시의 주택가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는게 내가 한국을 떠나 명목 상 여행을 하는 진짜 이유인데.. 유럽 쪽에 오면서 왜 이렇게 힘들고 바쁜 날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이렇게 2시간 동안 책 읽으며 시간을 떼우다가 햇볕이 좀 사라질 기미가 보일 때 커피숍을 나왔다. 다시 계속 걸어 다녀볼까 하다가 괜히 얼굴이나 더 태울까 겁나서  그냥 숙소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이 날 밤 잠을 자는데 내 룸메이트 할배는 잠버릇이 좀 이상했다. 자다가 계속해서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것이다. 악몽을 꾸었나.. 그리고 문 밖에서 무슨 소리만 나면 벌떡 일어나서 방문이 제대로 잠겼나 계속 확인하는 버릇까지 있었다. 정말 자다가 한 10번은 깬 듯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어제 못다한 동네 구경을 이어갔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보니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시티센터 쪽으로 오게되었다. 시티 센터에 있는 이반 프랑코 공원으로 왔더니 공원 한 가운데서 젊은 여자 댄스팀과 꼬마애들과의 춤판이 한창이었다.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중국에서 매일같이 보았던 아줌마들의 춤판이 생각이 났다. 하지만 여기 우크라이나는 중국과는 달리 아줌마들이 아니고 젊고 이쁜 미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춤 추는 걸 잠깐 보고 공원을 한바퀴 돌다가 풀밭에 앉아 꽃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보았다. 장사는 뒷전인 채 열심히 책을 읽고 계셨다. 러시아를 비롯한 과거에 공산주의 사회였던 동구권의 여러 나라들을 다녀보면 저런 노상에서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변화하면서 그 흐름에 적응할 수 없었던 노인들은 지금 저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듯 했다. 가난이 죄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굴 탓할 수 있을까..




공원 맞은편에는 리비우 대학 건물이 위치해 있었다.





춤 추는 아가씨들 중에 가장 이뻤던 아가씨가 요염한 포즈로 나를 쳐다본다.




춤 추는 것만 마냥 구경하다가 이제 다른 쪽으로 걸어가봤다.






전에 본 오페라하우스를 또 보고..




멀리서 봤을 때 무슨 밥주걱 같은게 세워져 있길래 가까이서 보니 뭔가를 기념하는 기념탑이었다.길죽하게 휘어져 있는 면에 수 많은 성인 위인들의 모습들이 새겨져 있었다.



왔던 곳을 또 와서 돌아다니니 재미도 없고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힘들게 또 6층 계단을 올라 방으로 들어와보니 룸메이트였던 우크라이나 할배가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방 안의 테이블 위에는 나 먹으라고 저렇게 사탕 4개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어젯밤 할배의 잠버릇에 제대로 잠을 못 자고 아침에 계속 나에게 우크라이나 말로 뭐라고 해서 약간은 귀찮다는 투로 대했었는데.. 나에게 어디에서 왔고 뭘 하느냐고 묻길래 한국에서 온 여행가이고 키에프와 오데사를 갈 예정이라고 대답해주었더니 지인에게 전화를 해서 한국에서 온 친구가 오데사를 가려한다는 식으로 좋아하며 얘기를 하던데..타지에서 만난 낯선 곳에서 온 이방인이 자신의 고향에 간다고 했던게 그렇게 반가웠던걸까..


아침에는 리셉션에서 가위를 빌려와 그걸로 손톱을 깎는 걸 보고는.. 한국에서 가져온 전통공예 장식의 작은 손톱깎기를 드리려고 했었는데.. 작별인사도 못하고 별 거 아니지만 저렇게 사탕을 두고 떠나간 노신사를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스럽고 아련한 마음이 든다.


한국을 떠날 때 해외에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을 주려고 기념품을 20개 정도 갖고 왔었는데.. 중국에서 4달 동안은 주고 싶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줄까말까 고민을하고  했었는데 유럽에 온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해본 듯 하다. 아마 리비우에서 만났던 노신사가 유일했는데.. 



사탕 고맙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날은 주말이라 시내에 사람(미녀)들을 구경하러 갔었다.












역시 주말이라 엄청난 인파가 시내에 몰려들어왔다. 많은 관광객들도 있는 듯 했지만 대부분이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고 다른 유럽 지역에서 온 관광객은 거의 없는 듯 했다.








길거리에서 휴가를 나왔는지 단체로 관광을 다니는 군인들을 보았다. 우크라이나에 들어오기 전 현지 상황에 대해 알아보려고 구글에 도네츠크를 검색해봤더니 내전 중에 죽은 군인들의 사진들이 나와서 움찔 했었는데.. 아마 저 군인들도 내전 지역에서 실전을 경험하고 왔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을 하니 너무 씁쓸해 보였다.




전에 시내 돌아다니다가 타이 누들 음식점이 있어서 나중에 먹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 날 먹어봐야지 하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아저씨가 나를 보더니 뜬금없이 자기 커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한다.. 그래서 얼떨결에 사진을 찍어주고 악수를 한 뒤 주문한 타이 누들을 들고 재빨리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여기 동상이 있는 공원에서 재즈음악을 연주하는 아저씨들의 공연이 있어 낮은 돌담 위에 올라앉아 재즈음악을 들으며 타이누들을 먹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맛이 없냐....?










맛 없는 타이 누들을 먹고 카푸치노에 계속 하트를 그려주는 점원이 있는 커피숍에 가 또 카푸치노를 마신 뒤 숙소로 되 돌아 갔다.









그리고 5일째 날..비알리스토크에서 루블린으로 갔던 고기 좋아하는 한국인 동생이 이 날 리비우로 온다고 해서 그냥 다른 곳으로 떠나려다가 하루만 더 있으며 얼굴이나 보고 가려고 아침에 숙소는 시내 쪽의 호스텔로 옮긴 뒤 아애 북동쪽 외곽 지역으로 탐험을 갔다.



























시외 지역으로 관광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왔더니 저런 분위기이다. --;







시내로 다시 되돌아와 고기 좋아하는 동생을 만나고




같이 시내 조금 돌아다니고 레스토랑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다.






어딘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맛도 괜찮은 팬케잌 샐러드를 먹었는데도 10유로도 안되게 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6일 동안 퍼지게 잘 놀던 리비우를 떠나 카미아네츠 포딜스키란 곳으로 간다.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을 동남아의 물가로 만끽할 수 있는 리비우였다. 

나라 정세가 불안정하고 언제 또 갑자기 물가가 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방문해 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