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방랑일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오주만세 2016. 2. 21. 18:35








'부럽다......'


해외에 나와 싸돌아 다니다가 가끔 한국인들을 만나면 듣는 소리다.

특히 2년 전 만난 태국 친구와 러시아 여행 때 만난 첼라빈스크 사는 러시아 친구가 틈만 나면 페이스북 메신저로 나에게 하는 얘기다. 


도대체 뭐가 부럽다는 걸까..


보통 내 처지를 생각해보면 절대 동의 못하지만..굳이 남이 나보고 부럽다고 하는데 괜히 우쭐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이 주식 폭락장에서 계좌가 개박살이 날 때 그런 소리를 들으면 상당히 기분이 불쾌하면서 나 스스로 기만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며칠 전에도 비엔티안에서 뉴질랜드에서 온 여자와 담배피며 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나보고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해외에 싸돌아 다니냐고 묻는 말에 주식 매매 한다고 했더니.."oh now thats make sense" 이러는데...1월 2월 계속 계좌 박살나 있는 상황에 그런 소리를 들으니까 내 자신이 참 한심하다.


보통 저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100% "주식"의 "ㅈ"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주" 자 정도 아는 사람이면 뭐 그러냐는 반응이고..나처럼 전업투자 생활을 해봤다면 .."전업 한다는 놈이 팔자 좋네..." 거의 이런 반응이었다. 전업 투자하는 지인이나 주식 오래 해온 친구들도 당최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처음 주식 투자 전업투자자 이런 것을 알게 됐을 땐 솔직히 조금만 배우면 편하게 집에 앉아서 돈 벌고 살 수 있는 것이구나..하고 착각을 했다. 그리고 인터넷만 되면 외국에 나가서도 HTS는 볼 수 있으니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하고....지금 생각해보면 참 심각했던 착각이었다.


편하게 돈 번다는 착각은 2007년 금융위기 때 본 손실 만회한다고 파생에 손 댔다가 거의 3~4년을 말 그대로 생지옥에 살며 심신이 고통받던 악몽으로 깨우쳤고.. 여행하며 주식매매 한다는 착각도 지금 막 깨우치려 하는 것 같다.


가능하면 장중에는 이동을 안 하려고 하는데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 장 종료 후에 HTS를 켜보면 어김없이 달려있는 윗꼬리 음봉..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보초 설 때는 꿈쩍 안하더만 꼭 어디 이동해 가서 볼 수 없었을 때만 저러는 걸 보면 시장이 벌 주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2년전 단바 작년 써다..그리고 이번에 캄보디아 캄퐁톰에서.. 억울해서 팔지도 못 하고 버티다가 결국 계좌는 초토화 되고..

저런 식으로 날린 돈이 얼만지...중형차 2대는 샀겠다...


지금 태국에 있는데 태국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정말 싫었다.


그래도 작년 중국에 있을 때 중국증시 폭락은 공산당의 열병식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었지..여기 태국에서는 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시도 때도 없이 밥 먹듯이 사기쳐대는 인간들 때문에 매일매일이 괴롭다. 외국인은 돈으로 보는 인간들 매일 마주하며 있는다는 게..


태국을 떠나 가고 싶은 곳이 있긴 한데..여러 정보를 알아본 결과 인터넷 환경이 너무너무 안 좋다.. 시장 분위기가 좋으면 당장 비행기 타고 갈텐데..현물에서 복구하기 힘든 손실이 너무 커서 펫차분이라는 곳에 왔을 때 아파트를 렌트해 놓고 1달 동안 시장 변동성이 커진 걸 이용해 옵션을 다시 할까 생각했다.


예전에 쓰던 계좌 그대로 있고...현물 약간 손절해 증거금 마련해 옵션 계좌에 넣은 뒤 한참을 망설였다. 선물 옵션 해서 날린 돈이 얼마지....이거 다시 시작하면..과연 다시 그만 둘 수 있을까...옵션 만기주 일주일을 고민하다가 그냥 관뒀다. 받는 스트레스는 파생할 때나 지금 현물로 개처럼 까였을 때나 별반 다르지 않는 거 같은데..


이거 아니면 한국에 돌아가서 할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워렌 버핏 같은 재벌도 아니고 ....하루에 100~300만원 씩 꼬박꼬박 계좌는 마이너스 찍는데 하루 종일 거지 같은 사기치는 놈들한테 시달리고..아무리 천하의 풍경지를 가면 뭐하나..여기 태국에 그런 곳이 있지도 않고....그나마 동유럽이나 중국 처럼 다정한 사람들과 있다면 스트레스라도 덜 받지...왜 여기서 이러고 속 상해서 있는지...


다음 주에 결정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