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여행의 즐거움

여행은 관광과는 다르다.

오주만세 2016. 3. 2. 18:16







우리는 여행자야. 관광객이 아니라고. 관광객은 도착한 즉시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여행자는 달라.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어

                                                                                                    - The Sheltering Sky



과연 여행과 관광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사실 한국에서 여행과 관광의 차이점을 구분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하다. 캐리어를 끌고 2박 3일 동남아 휴양지의 최고급 호텔에서 묵으면서 온갖 관광 상품을 이용하고 명품 쇼핑을 한 뒤 블로그에는 여행 다녀왔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니....


서양 사람들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특히 이런 여행과 관광의 구분이 모호하다 못해 아애 없는 듯 하다. 적어도 서양애들은 관광객의 입장이라면 holiday 라고 명확하게 말하긴 하지만..


“The traveler sees what he sees. The tourist sees what he has come to see.” 
― G.K. Chesterton


“You've always been a tourist here. You just didn't know it.” 
― Khaled HosseiniThe Kite Runner


“A man on foot, on horseback or on a bicycle will see more, feel more, enjoy more in one mile than the motorized tourists can in a hundred miles.” 
― Edward AbbeyDesert Solitaire


“Tourists don't know where they've been, travelers don't know where they're going.” 
― Paul Theroux


“Anyone who needs more than one suitcase is a tourist, not a traveler” 
― Ira LevinRosemary's Baby


“Tourist, Rincewind decided, meant ‘idiot.” 
― Terry PratchettThe Color of Magic





구글 검색을 통해 관광객 (Tourist)과 여행가 (Traveler)의 차이점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리고 대부분 Traveler 와 비교해 Tourist 에게는 조소와 약간은 경멸적인 시선을 보내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관광객이라고 해서 폄하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일만 하며 각박하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휴가 기간을 이용해 일상을 벗어난 휴양지 같은 곳을 찾아 쌓였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일상의 활력소이자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니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관광과 여행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단지 집을 떠나 있다는 사실만 다를 뿐 그 외에는 공통되는 점은 전혀 없으며 오히려 많은 점에서 여행객과 관광객은 극과 극의 개념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관광이라는 것은 뚜렷한 소비 행위 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여행과 관광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관광객은 관광을 통해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고 대가로 비용을 지불한다. 반면에 여행은 자체로 경험과 배움을 얻고 때로는 여행 자체를 일주일이 됐든 일 년이 됐든.... 일상처럼 사는 것은 아닐까..



아프리카를 찾은 관광객들은 낯선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며 인증 사진을 찍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겠지만 아프리카를 찾은 여행객은 짧던 길던 현지인들과 같이 지내며 그들과 소통하며 이해하려 한다. 

관광객들은 고급 호텔에 머물며 서양식 아침 저녁식사를 하고 관광 상품의 일환으로 특별히 준비된 현지 음식을 즐기며 호텔에 딸린 수영장에서 휴양을 하지만 여행객은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에서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먹고 현지인들과 생활한다.

관광객들은 목적지인 관광지까지 주로 비행기를 이용해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 하지만 여행객은 느긋하게 기차 버스로 이동해 가며 그런 목적지 까지의 이동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여행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관광객은 특정하게 정의할 수 있는 행동을 보이지만 여행객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현지인들의 생활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에 매료될 수도 있고...실크로드와 같은 역사적인 주제로 여행을 할 수도 있고..





나는 관광과 여행의 개념을 나누고 구분 지어서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 

남이 관광을 하던 여행을 하던 신경 쓸 일이 아니고 그걸 뭐라 부르던 내 알 바 아니니까.. 하지만 나름 여행 한다고 하는 나를 관광객 취급하는 건 상당히 불쾌하고 기분 나쁘다. 


어느 곳을 여행할 거라고 했더니 호텔에 머물면서 렌트카를 이용해 해변을 달리고 일광욕을 즐긴 걸 참고하라는 얘기를 듣거나..영화에서 본 옥수수 밭이 끝없이 펼쳐진 미국 중부를 캘리포니아에서 횡단해서 동부로 가려 했을 때 거길 왜 가냐며..'거기 아무 것도 볼 거 없어' 라며 극구 말리던 친구..단지 외국 돌아다닌 다는 이유 만으로 부럽다고 하는 지인들...

관광객과 관광객이 아닌 사람 (여행객이 됐든 방랑객이 됐는 홈리스가 됐든) 을 구분을 못하니까 마냥 부럽게만 보이는 듯 하다..



이런 식으로 끼니를 떼우는 일이 허다한데도 부러울까..



동남아 같은 관광지에 온 건 애초에 내 잘못이긴 하지만..일반적인 관광객과는 목적이 다른 그리고 돈 쓰러 온 것도 아닌 나를 돈 많은 관광객 취급 하면서 서양식 레스토랑이나 서양식 카페 그리고 관광객을 위한 관광 상품들을 판매하는 여행사들이 즐비한 관광지는 내 체질도 아닌 듯 하고...  


관광과 여행...난 사실 여행도 아니고 그냥 객지를 목적없이 방랑하는 중이지만...을 구분 못하니 단순히 외국에 나와 있다는 사실 만으로 내가 장기 관광객인 줄 안다. 



때로는 관광지에 들려 관광객 흉내를 내 보려 하지만..럭서리하게 즐기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면 내 주머니는 한 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물론 여행을 하는 데 있어 돈이 그렇게 많이 중요하진 않지만...그래서 나는 관광지를 싫어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