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방랑일지

관계를 의심하다..

오주만세 2016. 3. 17. 22:50












태국에 머물며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관계는 저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끌림과 알 수 없는 매력같은 요인도 있고..사람 사이에 우연히 발견되는 공통점들로 사람들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태국에 온지 3달이 넘어가며...수 많은 이해할 수 없는...아니 오히려 너무 명확히 이해가 되기 때문에 씁쓸한 관계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치앙 마이에서 프래라는 곳을 들렸다가 떠나는 날...버스 터미널에 가 버스표를 사고...심심한 버스 터미널...매점에서 담배 한 갑 사며 5바트 사기 당하고...찜찜한 기분으로 담배를 물고 플랫폼에서 떨어져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명이 뭐라고 지껄이며 플랫폼의 벤치에 앉는다..

그리고 뒤따라 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태국 여자 한 명도 벤치 쪽으로 다가와 앉는다..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 나도 멀리서 프랑스어 라는 것이 알 정도로 큰 소리로 떠드는 두 남자....태국 여자는 조금 떨어져 벤치에 앉아 그 두 명을 바라보기만 할 뿐..

그러다 무슨 불만이 계속 쌓인 듯 한 남자에게 뭐라고 말 하고..남자는 "now you can go!!! you are free.." 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다시 두 남자는 ..마치 절친인듯 했다.. 태국 여자를 무시하고 다시 서로 얘기하기 시작한다. 

태국 여자는 심통이 난 듯..체념을 한 듯....화가 나지만 어쩌질 못하는 듯한 표정이다.. 아니 그렇게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것을 멀리서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담배를 다 피우고 옆 플래폼에 있는 벤치에 가서 앉으니 두 서양 남자는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태국 여자는 그 뒤를 심통난 어린애 마냥 궁시렁 거리며 졸졸졸 뒤따라 간다.





핏사눌록에 방콕으로 가는 기차 안....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서양 노인 한 명이 ....노인이라고 하긴 뭣하고 약 60대 초반으로 되 보였다....,,,20대 초반? 쯤으로 보이는 앳되어 보이는 태국 여자와 함께 기차에 탔다. 인생은 60부터 라고 했던가..마치 불타는 청춘의 20대 처럼 사람 가득한 기차에서도 과감한 애정행각이 내내 끊이질 않는다. 맞은 편엔 배 나온 서양 아저씨 한 명이 선그라스를 끼고 그 둘을 부러운지..아니면 불쾌한지...계속 쳐다보는 듯 했다.. 그리고 주위의 태국인들도..힐끔힐끔 그들을 쳐다보지만..그들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이 사람들의 관계는 무엇일까...남자와 여자..때론 남자와 소년...할아버지와 미혼모..그리고 아이들...이 사람들의 관계를 유지 시켜주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만..그 외에 다른 무엇이 또 있을까?....내가 알지 못한, 예측하지 못한 무언가가 이들에겐 있는 것일까?


누구는 누구를 애인으로 생각하고..

누구는 누구를 현지처 아니면 몸종 정도로 생각하고..

누구는 누구를 배우자로 생각하고..

누구는 누구를 돈 또는 물주로 생각하고..

누구는 누군가를 분명 인간 이하로 생각할 터...

 

태국에서 이런 생각들이 나를 계속해서 괴롭혔지만.....분명한 것은 누가 누구와 무슨 관계를 맺든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내 기분은...


불쾌함?

분노?

좌절감?

혐오감?


그리고 태국을 홀로 찾아와 방황하고 있는 나는...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런 관계를 찾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이유야 어쨌든 태국은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이런 씁쓸하고 안타까운 인생살이의 비참함...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처럼 더 저속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2016년 3월 11일 태국을 떠나는 핫야이행 기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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