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KARLOVO, BULGARIA (카를로보, 불가리아)

오주만세 2015. 1. 3. 04:34




KARLOVO (Карлово)




카를로보는 불가리아의 발칸산맥 남부 스트리야마 강에 인접해있는 비옥한 평야 지대에 위치해 있는 인구 28000명의 도시이다. 카를로보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미 오일 생산지로 장미들은 이 곳에서 재배되며 향수 등도 함께 생산되고 있다. 또한 19세기에 오스만 제국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이끈 바실 렙스키의 고향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 카를로보는 고고학자들에 의해 조명받기 시작하는데 불가리아 중부 지역이 과거 트라키아인  (Thracians)들의 중요 거점이었으며 카를로보 인근에 트라키아의 수도가 존재했을 거라는 추측에 의해서였다. 

실제로 카를로보 내에서 많은 수의 유물들이 발견되고 있어 현재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카를로보로 향했다. 2년 전 이 동네를 여행할때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기간에 쓸데없이 돌아다니다 고생을 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에 그냥 조용한 곳에 가서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 플로브디프에서 굳이 이 카를로보라는 생소한 곳을 목적지로 정한 건 그냥 조용할듯 싶어서였다. 그리고 예상대로 너무나 조용한 곳이었다.



플로브디프의 버스터미널에서 2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카를로보에 도착했다. 하루 15유로짜리 싱글룸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왔는데 무려 4일이나 이런 심심한 동네에서..그것도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라고 하니 주인도 황당해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같은 방랑자에게 크리스마스가 무슨 의미가 있나.. 


작고 작은 시골마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얼른 체크인을 마치고..산책도 할겸 밖으로 나왔다.



산 위에 살짝 눈이 쌓인걸 보니 불가리아도 완연한 겨울에 접어든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가을과 같은 날씨고 산책하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가 이 쪽 방향이 시티센터라고 해서 왔는데..정말 작은 마을답게 시티 센터도 작다.. 시청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는 요상하게 생긴 전시물이 세워져있었다. 뭔지 모르겠다--;



여기가 광장이라고 하는 곳인데.. 정말 썰렁하다..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조촐하게 모형 트리도 만들어져 있었다.



게다가 연말 연휴기간이라 그런가..이전에 들렸던 소도시 산단스키보다 더 한가한 분위기였다.



가려진 나무 사이로 보이는 모스크인데..Kursum Mosque 라고 15세기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마을 광장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산을 향해 나 있는 길이 보여서..그 쪽으로 걸어가봤다. 굳이 오늘 산에 올라갈 필요는 없지..4일이나 있을건데..이 작은 마을에....


그리고 계속 걷다가 어떤 불가리아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아...또 집시나 거지인가?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생긴건 멀쩡했는데..대뜸 어디서 왔냐고 해서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몇 년 전에 한국 대구에서 몇 달 동안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한국말도 좀 하는 것이다. 몰라 안녕 이런 말들..그리고 나보고 어디 좋은 곳을 구경시켜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따라가면서도 예전에 이스탄불에서 만났던 그 사기꾼 범죄자 그 놈이 생각이 났다. 이거 또 따라가다가 무슨 봉변 당하는게 아닌가...하고..


무슨 폭포 같은데가 있다고 보여주겠다고 하는데..길을 따라 한 20분 정도 걸어거니까 발전소가 있고 그 뒷편에 작은 폭포가 있었다. 뭐 나쁜 사람은 아닌가보네 그래도 꼭 보여주겠다고 데리고 올 정도까지는 아닌 폭포인데..


암튼 고맙다고 인사하고..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나자고 한 뒤에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그냥 



다시 시내를 싸돌아 다녔다.



이 동네도 시내 중심가 외곽 쪽에는 집시들이 살고 있는듯 했는데 집시들이 타고다니는 수레들도 종종 길가에서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당나귀 수레들을 보고 한 번 태워달라고 해볼까 했는데..바가지 쓸까봐 관뒀다.--;



첫날은 이 정도로만 구경하고 남은 3일을 위해 카를로보 구경을 아껴두었다.



하지마나 다음 날이 되니 뭐 또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어제 불가리아 아저씨 따라다니느라 제대로 구경 못한 곳으로 다시 갔다..그냥 산책도 할겸..




저 곳이 정말 나이트클럽인가??







길따라 가다말고 어제는 지나쳤던 오른쪽 골목길로 향했다. 지나다니는 행인은 없었지만 자동차가 오고가는걸 봐서는 등산로 비슷한 곳인가?





하지만 언덕 위로 올라가자 바람이 너무 쎄고 길도 어딘지도 모르는데 갔다가 길 잃고 고생할까봐 그냥 되돌아왔다..--;



그리고 저 강아지는 이 동네가 다 자기땅인가? 왜 그렇게 멀리서부터 짖어대는지..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정말...



어제 불가리아 아저씨 말로는 이 곳 카를로보에서 가장 오래된 공장 건물이라고 하는데..지금은 주인이 팔려고 내놨는데 몇 년 째 저렇게 안팔리고 있어서 폐허가 된 상태라고 한다.







산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상수도로 연결한 파이프로 보인다. 


참고로..여행을 하다보면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고 안심해도 된다고들 하는데..물은 맑고 깨끗할지 몰라도 저런 파이프 관리 상태나 수처리 수준을 고려해보면 왠만하면 안 마시는게 낫다. 최소한 한국에서 정부가 보증하는 '아리수' 를 안 마시고 생수를 사다마시는 사람이라면 '아리수'보다 못할 수돗물은 함부로 마시지 말자..몸 속에 누적되는 유해물질 같은건 둘째치고 물갈이 때문에 피부가 먼저 반응하기 때문에..뒤늦게 후회하지말고..




바로 이게 폭포다..--;



폭포다 다시 봤으니 이제 다시 시내쪽으로 발길을 돌렸다....시내라고 하기도 뭣하지만...





저 구름은 아까부터 계속 사람 신경 거슬리게 한다..무슨 UFO도 아니고..둥그렇게 생겨가지고....



시내에 왔다가 슈퍼에서 먹을것만 좀 사가지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하지만 원래 서양국가들은 크리스마스를 대부분 가족들과 보내기 때문에 한국처럼 커플들을 위한 기념일 같은 분위기는 애초에 없고..특히나 카를로보 같은 시골 소도시는..그야말로 정적만 흘렀다. 



크리스마스에 등산이나 해볼까 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한테 등산할 곳 좀 없냐고 했더니..내 신발을 보면서 등산장비 없이 등산 못한다고 한다..그래서 알았다 그러고 그냥 나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그냥 올드타운(?) 뭐 그냥 동네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여기는 은행도 이렇게 생겼다. 아니 이 은행만 이런 건물에 있었다..










산등성이가 노을에 점점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건물들을 보며 동네를 구경하며 길을 따라 내려오니 이 곳에도 작은 광장? 공원? 같은 곳이 있었다.






이 작은 광장에 있는 동상이 바실 냅스키라는 독립운동가이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시계탑이 보이고..







그 시계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니 뭔가 굉장히 허름한 건물이 보였다. 게다가 핑크색이었다. 너무 낡은 건물이라 폐가 아니면 버려진 공장 같은 걸로 생각했는데..St. Nicolas church 라는 나름 역사를 간직한 건물인듯 했다.






대충 건물들도 다 보고 동네도 둘러봤으니 이제 오른쪽으로 해서 숙소로 되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보이는 음식점이 있어서 들어가서 메뉴를 봤더니 진짜 핏자밖에 먹을게 없다..ㅠㅠ 로마 라는 이름의 핏자 메뉴를 시켰는데 양파가 올려진 핏자였다..



핏자 먹고 잠깐 밖에 야경구경 할까 하다가...




정말 어둡고 춥고 볼것도 없고 해서 그냥 숙소에 들어가 인터넷이나 하면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은 크리스마스...




일단 기차역으로 갔다.. 내일 어디론가 가야하니까...시내 중심가에 버스도 다니는듯 했는데 버스는 소피아같은 큰 도시로만 다니는듯 하고..공휴일에 터미널이 어디있는지 모르니..일단 기차역으로 가서 스케쥴이나 훑어 볼 생각이었다.


스케쥴표를 사진으로 찍은 뒤 숙소에 돌아가 생각해보기로 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갔다.










심심해서 숙소로 바로 향하는 길을 놔두고 멀리 우회해서 갔다..그런데 가다보니 집시들이 사는 슬럼 같은 곳이 나오길래 무서워서 되돌아간 뒤 길 잃고 좀 헤매다가 숙소에 도착했다. 


컴퓨터를 키고 맵을 보며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크리스마스인데 설마 카를로보에서도 플로브디프에서 봤던 공연같은게 열리지 않을까 싶어 밖으로 나와봤다..



그리고 광장으로 갔는데..사람 하나 없는 황량한 광장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가짜 트리만 빛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조용히 보내려고 온 건데..그냥 조용하게 보냈으면 됐지..뭘 또 바라겠나..


그리고 카를로보를 떠나서는 부르가스로 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