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South Asia

DIEN BIEN PHU, VIETNAM (디엔 비엔 푸, 베트남)

오주만세 2014. 2. 5. 02:03





Dien Bien Phu (Điện Biên Phủ)





디엔비엔푸는 베트남 북서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이런 작은 마을이 베트남 근대 역사에서는 큰 의미를 갖고 있는데 바로 이 곳에서 1차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프랑스군을 괴멸시킨 승리의 영광을 기억하고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결국 디엔비엔푸의 대패로 인해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었으며 결과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물러나게 된다. 디엔비엔푸 전투는 비유럽 국가가 유럽의 현대화된 군대를 상대로 게릴라전만을 펼쳐 물리친 최초의 전투로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현재 디엔비엔푸는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로 이 지역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하고있다. 




라오스를 떠나 베트남으로 갔다. 그리고 베트남의 첫 도시는 디엔 비엔 푸 였다. 베트남하면 다들 하노이 호치민 같은 도시 또는 다낭 같은 휴양지를 목표로 가는데.. 나는 그냥 어떻게 하다보니 디엔 비엔 푸로 오게되었다. 정작 디엔비엔푸에 와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것인데 이 곳이 바로 건방지고 특히 동양에 와서는 무슨 특권이라도 가진 것 처럼 구는 프랑스놈들을 격퇴시킨 곳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겐 자부심을 가질만한 곳이고 덩달아 나까지 이 곳에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볼거라고는 그냥 디엔비엔푸 전투를 기념하는 동상같은게 전부이지만..그래도 콧대높은 프랑스놈들을 격퇴시킨 곳이란 사실 하나로 만족한다.



험난한 국경통과


무앙 쿠아에서 11시에 출발한다는 버스는 30분이 더 지나서야 도착했고..버스에는 독일인 여행객들과 뭐 그냥 코쟁이들과 나 그리고 라오인 1명 이렇게 탑승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식당에서 표파는 노인이 와서 표를 나눠주었는데..총 14명이라 미니밴에 과연 14명이 어떻게 타고 가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미니밴이 아닌 20명 정도는 탑승 가능한 미니버스였다. 그리고 여기 무앙 쿠아로 같이 왔던 스웨덴인 여행객도 만났다. 그들은 하루 더 묵는다고 한다..--; 방금 막 일어나서 밥먹으러 나왔다나... 디엔비엔푸에서 보게되면 또 보자고 인사하고 무앙쿠아를 떠났다. 근데 오늘 방금 전에 지나가다가 또 만났다.




암튼...이렇게 여행객들을 태우고 버스는 베트남 국경을 넘으러 출발..했지만, 라오스 국경에서부터 짜증나는 일이... 

막상 국경에 도착해서 라오 출국 확인을 받으려 하는데, 출입국 사무소에 아무도 없는 것이었다. 1시쯤이었는데 아무도 없길래 설마 설연휴라고 쉬는건가? 의아해 하면서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그러더니 저 멀리서 고기를 먹었는지, 이쑤시개로 이 쑤시면서 라오 직원이 보란듯이 아주 천천히 걸어온다..우리 여행객들은 기다리다 지쳐 죽을 지경인데..


출국심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오른 뒤 이제 베트남쪽 국경을 넘으러 출발..해서 10분 넘게 달려 도착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여권 하나하나 다 달라 그러고... 뭔가 쓱싹쓱싹 하더니..갑자기 돈을 요구한다. 나는 라오스나 베트남이나 비자없이 15일 체류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그냥 뭐야? 하고 가만히 있었지만, 서양 여행객들은 다들 비자대금을 내야하는가보다 하면서 돈을 꺼냈다. 하긴 한국이랑 서양 다른 나라들이랑은 다를 수 있으니..하고 보고 있으니 돈을 얼마를 내라고 말도 안한다. 화폐단위가 바껴서 개념도 없는데 프랑스 여행객들이 라오스 킵을 내면 베트남 동으로 거슬러준다. 내가 타블렛을 꺼내 환율 계산을 해보니..3달러 정도를 낸듯했다. 그런데 다른 독일인은 5달러를 냈다고 한다.....


알고보니 비자대금을 내는게 아니라 직원이 임의로 환전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수수료는 얼만지는 몰라도 20만킵을 내고 3달러를 커미션으로 빼갔으니.. 같은 버스를 타고 온 베트남인 버스직원 한명과 승객 한명은 옆에서 영문도 모른채 환전 당하고 있는 서양인들을 보며 좋다고 웃고있고....


그런데 여기서도 저 환전하는데 시간 걸리고 비자 입국 처리하는데 시간 걸리고 대략 또 1시간 정도 소요된듯하다.



환전을 마치고...돈을 냈던게 환전이었다는 사실을 안 승객들은 황당해하면서 비로소 베트남 국경을 통과했다.



2시간여를 더 달려 드디어 디엔 비엔 푸에 도착!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와서 그냥 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곳을 찾으려 하다가 버스 승객 중 독일에서 온 노부부가 앞장 서 가길래 따라가서 같은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했다. 뭐 하루만 있을건데....


체크인하고 짐 풀고 간단하게 샤워한 뒤에 밥먹으러 나왔는데....중국 춘절 기간이라..모든 음식점은 다 문 닫은듯 보였다. 그래서 헤매다가 다시 독일 노부부와 만나 같이 음식점 찾아보러 가보자고 하고...시내 구경할겸 돌아다녔다.






굶주린채로 1시간을 돌아다니다가...중간에 또 같은 버스의 승객이었던 독일에서 온 여자 여행객도 같이 만나서 이번엔 반대방향으로 가볼까 하고 천천히 걸어갔다.



마침 우리나라 90년대식 커피숍...간단한 밥 파는 커피숍을 발견해 어쩔 수 없이 저기서 끼니 떼워야겠구나 하고 누들 시켜 먹었다. 그냥 인스턴트 누들같은게 나왔는데...30분이 넘게 걸렸다..--;


맛도 없었지만, 문 연데가 여기 밖에 없으니..



밥 먹다가 하늘을 보니 초승달이 한국에서 보던 것과는 다르게 상하로 뒤집혀서 떠 있길래 사진기로 찍었더니..모양이 제대로 안나온다...




다음날 그냥 체크아웃 하고 다른 곳으로 가려 했는데..피곤해서 다음에 이동 할 도시들 알아보다가 잠들어 버렸다. 게다가 늦잠자서 8시는 다 되서 일어났으니..그냥 하루 더 있어야 겠다고 하고 동네 구경하러 나왔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시장이 보였다. 아니 춘절이라고 음식점들은 다 닫으면서 시장은 열어?




뭐 그냥 시장이다.


그리고 시장을 나와 다시 또 걷다보니 뭔가 그럴싸하게 생긴 건물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안에 들어가보니 디엔 비엔 푸 전투에서 희생된 전쟁용사들을 기리는 묘지였다.



다시 나와서 대충 느낌이 여기는 뭐 특별히 볼게 없겠다 싶어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갔다.





오다가 좀 커 보이는 슈퍼마켓에 들어가 봤더니 한국산 과자들이 여기저기에 눈에 띄었다. 아마 베트남에서는 한국산 과자류가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특히 초코파이와 카스타드는 길거리 어디에나 진열되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한국에서 베트남까지 와서 한국에서도 안 먹는 한국과자를 먹을리가...



그래서 내가 집은 건 싸구려 비스킷들 한 묶음과 베트남산 고구마스낵..의외로 맛있어서 더 사려고 했는데 까먹고 못 샀다..



게스트 하우스에 와서 쉬다가..50대 쯤으로 보이는 한국 부부를 만났다. 딱 봐도 왠지 비호감.....아는 척 안하려 했는데 먼저 한국인이냐고 물어보길래 어쩔 수 없이 대답해서 그냥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저녁 먹자고 하길래, 사실 저녁에 디엔 비엔 푸에 랜드마크인 전쟁기념(?) 동상 있는 곳에 올라가 석양 사진 찍으려 했기에..안되겠다고 했더니..뭐 어쩌고저쩌고 먹자고 그런다..그냥 무시하고 인사 한 뒤에 방에 들어가 컴퓨터 좀 보다가 5시 넘어갈때쯤 다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꽤 많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정상에 도착.



나름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 곳 도시를 보면 완벽히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형이다. 

그런데 1차 인도차이나 전쟁 때 베트남을 우습게 본 프랑스군이 적진 한가운데..그것도 디엔비엔푸에 공중투하 방식으로 대형요새를 건설했던 것이다. 이는 라오스를 공격하려는 베트남(당시엔 베트민)의 경로를 차단해 무력화 시키는 효과를 노린 거였다고는 하는데..산으로 둘러싸여 적당한 육로보급로도 없으며, 상식적으로 이런 위치면 정글에서의 게릴라전에 도가 튼 베트민에게 둘러싸여 얻어터지는게 당연한것이다. 결국 개망신 당하면서 얻어터지고 베트남에겐 역사적인 전투지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 저렇게 커다란 동상도 세우고..근데 아이는 왜 들고 있는지......


해가 지기엔 시간이 남은듯해서 여기저기 사진 찍고 있는데 아까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던 한국인 부부를 여기서 우연찮게 또 만났다.



그리고 독일 노부부도 만났다. 몰랐는데...사진에 우연찮게 찍혔다.

내가 독일 노부부한테 인사하고 이것저것 얘기하니까 한국부부가 끼어들어서 묻지도 않은 솔트레이크시티 살았었다는 얘기에 별 시덥잖은 자기자랑들 하면 내가 대충 통역해주고 뭐 웃기지도 않았다. 그러더니...사실 나도 같이 밥먹기 싫었는데 저 독일 노부부에게 밥먹자 그러더니 자기들이 본 곳이 있다고 다짜고짜 빨리 가자 그런다--; 어이가 없어서...나도 얼떨결에 따라갔는데 한국 아줌마랑 얘기 좀 하면서 왔는데 1달 동안 베트남에 있었다는데 그게 무슨 벼슬인지...계속 자랑스럽게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 하며, 느닷없이 나에게 결혼했냐고 묻는 것이다. 


생각 없다고 하니까 "빨리 해 빨리 빨리 하는게 좋은거야" 이런 개소리를 하고, 자기 아들은 공부 잘해서 대학도 3년만에 조기 졸업해서 졸업하자마자 결혼해서 지금 뉴욕에서 살고 있다는 그러면서 자식자랑 자기자랑 계속 해 대는데..




참 외국 나와서 이런 몰상식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이야...ㅉㅉ


그리고 독일 노부부는 호텔이 한 5km 떨어진 곳에 있어서 택시를 잡으려 하는데 길에 택시가 없어서 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외국인 바가지 씌울려고 기다리고 있는 택시에 타고 갔다. 나중에 쿤밍에서 다시 만나서 들은 얘긴데.. 버스 터미널에서 한 10~20분 타고 호텔로 가는데 무려..100 유로에 해당하는 요금을 냈다고 한다...--; 바가지 라는 걸 아는 데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아 진짜 겁나는 베트남이다..  


아무튼..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면서 스웨덴인들을 또 만났다. 내일 하노이로 간다고 하는데..나는 하노이는 별로 떙기지 않는다..


다음날 갈 목적지는 그냥 사파(SAPA)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