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3 South Asia

SA PA, VIETNAM (사파, 베트남) 두번째

오주만세 2014. 2. 7. 14:02









지금 중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블로그를 업데이트 중인데.....베트남의 사파를 마지막으로 1달 보름 간의 동남아 여행을 마치려고 하니.. 많은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너무 힘들었으며, 두 번째로 실망감도 컸다는 것이다.


일단 너무 힘들었다는 것은 먼 거리를 무거운 배낭 메고 걷고 해메고, 12인승 미니밴에 20명이 타고 이동했던 그런 것이 아닌.. 도시 이동 할 때마다 있었던 버스 스케쥴의 변경과 알 수 없는 버스 노선 취소, 제 멋대로인 교통 인프라였다. 전날 계획을 세우고 짐을 꾸리고 숙소를 체크 아웃 한 뒤에 버스 터미널에 가면 분명히 전일 이나 며칠 전에 있다고 하던 버스는 없다고 하고......거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내가 헛탕친게 뭐가 그렇게 고소한지..버스 못 타서 망연자실해 있는 나를 보며 그렇게 비웃고 혹은 대놓고 웃고 지들끼리 즐거워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실망감...


작년에 내가 동유럽을 여행하며 느꼈던 점들..불과 10여년 전에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된 도시에서 다시 일어나려 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다니..그리고 낯선 여행객들을 마치 자신의 친한 가족처럼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대하는 그들과 함께한 3달의 시간은 정말 즐거웠고, 그들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여행 계획을 세우며, 아마 동남아를 여행하면 여기도 그런 때 묻지 않고 순수한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기대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내 기대는 틀렸다.

내가 지금까지 여행했던 그 어떤 곳 보다 인간미가 없게 느껴지는 곳이다.



아니...그냥 이번 여행은 나의 실수였던 것 같다. 애초에 동남아로 계획도 없이 온 것이 첫번째 실수이고.. 


사실 난 천천히 급하지 않게 여유 있게 여행 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관광 도시보다는 작고 관광객이 없는 한적한 평화로운 그런 곳을 찾아 다니고, 그런 조용한 곳에서 장기간 짧으면 보름 길게는 한 달 간 머물면서 여유를 즐기는 게 목적인데.. 아마 태국에서의 수코타이와 난에서는 충분히 만족하며 있었던 것 같다. 90일 비자를 받아서 시간에 쫓길 이유가 없었으니.. 느긋하게 현지인들의 사는 모습을 보며 저렴한 물가도 좋았고...특히 태국의 난 같은 도시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호객꾼 잡상인들이 없어서 너무 좋았다.


하지만 라오스와 베트남은 고작 15일 비자를 받고 교통 수단도 워낙에 랜덤이라..마음이 너무 급했던 것 같다. 라오스에서 7일 베트남에서 6일 이렇게 너무 짧게 머무르다 보니..루앙 프라방과 사파와 같은 유명 관광지를 거쳐 다닐 수 밖에 없었고 동남아 사람들의 소소한 삶과 여유를 즐길 수 없었던게 아닐까.


하지만 아무리 그냥 관광지라 해도...관광객들로 넘치는 도시는 그냥 그럴 수 있지만, 여기 관광지 사람들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양심적이다.


지금 중국으로 떠나려 하는데 뭔가 씁쓸하면서도 아쉽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유명 관광지들만 찍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그런 리조트 관광지만 찾아 다니는 걸 보면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이번 동남아에서는  내가 그대로 한 듯해서..아쉬운 듯 하다.


중국으로 갔다가 다시 동남아로 돌아올까.....다음 기회가 있으면 다시 동남아 여행에 도전해볼까....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방콕, 루앙프라방, 사파와 같은 도시는 절대 안 올듯하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비자 넉넉히 받고 베트남에서도 관광지가 아닌 곳들을 찾아가 즐겁게 여행하고 왔다고 하던데...그냥 후회스럽기만 하다.


아무튼 동남아 여행의 마지막인 사파에서의 3일째날...



전날 인터넷 블로그들을 찾아보며, 사파 트래킹에 대해 좀 알아보았다. 참고로..내가 어제 갔던 길은 라이 짜우가 아니라 라오 까이로 가는 길이었다. 산길이라 워낙 비슷해서 모르고 엉뚱한 곳으로 가서 7시간 넘게 해멨었다..--;


오늘은 깟깟마을이나 라오차이마을 타반마을을 가려고 생각 중이었는데...깟깟마을은 여행객들이 워낙 많이 가는 곳이라 해서 라오차이 쪽이 나을듯 해서 라오차이로 향했다. 아침은 라오차이로 가는 길에 서양식 레스토랑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먹었는데..여기서도 5000동 사기친다.--;



라오차이 가는 길에 들어서자 소수 민족인 몽족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일 블로그를 통해 알아본 바...저 사람들은 관광객들을 따라다니며 친절하게 설명과 길을 알려주면서 나중엔 자신들의 물건 구매를 요구하는 잡상인들이라는 것이다. 휴........적당히 있으면 괜찮겠는데 너무 많다.. 셀폰을 꺼내 이어폰으로 Pantera의 라이브 앨범을 볼륨 크게 해 들으며 옆길로 혼자 조용히 빠져나왔다...





저 멀리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설용 크레인이 이 곳 모습을 보여준다..호텔을 건설중인건가?



가는 중엔 이렇게 조랑말들도 자유롭게 거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1시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니..매표소가 있다...인터넷 검색했을 때 매표소 얘기는 듣도 보지 못했는데 왠 매표소?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더니 직원이 손짓으로 부른다.. 요금은 40000동......



뒷면에는 이 요금은 로컬 사람들의 생활과 마을 개발에 이용된다 써있는데 과연?


라오스의 농키아우에서 만났던 그리스놈과 한참을 얘기했던 주제가 있었는데..과연 이런 관광지에서 관광객들로부터 걷어들이는 돈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는 것일까 하는 내용이었다. 부패한 관리들이 착복하거나 일부 지역의 지주들이 빼돌리는게 분명하지 않을까? 이런 동남아 물가 수준에 대비해서는 상당히 비싼 수준의 입장료와 교통비인데.. 사람들이 사는 걸 보면, 그런 관광지의 혜택을 전혀 못 보고 있는듯 했다.. 




이런 대나무 숲을 지나자 LAO CHAI 라는 표지판이 오른쪽 샛길로 나와있는데 거기에 전통 의상을 입은 한 아줌마들 한 무리가 있었다. 이어폰을 고쳐 쓰고 무슨 말을 해도 그냥 무시하고 걸어갔는데.. 결국 한 아줌마가 내 팔을 잡아, 나도 모르게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말았다.. 혼자 뭐라고 막 하는데..그냥 대꾸 안하고 어깨만 으쓱한 뒤에 다시 길을 걷는데..결국 2명의 아줌마가 나를 스토킹하게 되었다. 2시간 가량 아니..중간에 짜증 나서 혼자 1시간 정도 바위에 누워서 음악들은 30분 정도 감안하면 2시간 반을 나를 쫓아왔다. 나는 솔직히 혼자 여행하는게..느리고 천천히 여유 있게 관광 코스가 아닌 그냥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인데..이 아줌마들..내가 뭐 좀 보고 다른길로 잠깐 가려하면..."거긴 관광코스가 아님!!" 이러면서 막는다..



저 뒤에 두 아줌마인거 같다..얼굴도 기억 안난다. 뒤에 붙어서 그림자처럼 따라 오는데..귀찮고 짜증나서 쳐다보지도 않고 음악만 들으며 갔다.. 

여기 중간 언덕배기에 쉴만한 공터가 있어서 여행객들 한 그룹이 다들 앉아서 쉬고 있는데...여기 앉아서 저 그룹에 섞여 있다가 몰래 빠져나와야지 생각했다.. 앉자마자 꼬맹이들이 몰려와서 손목띠 같은걸 사라고 보챈다... 사진 한 장 찍었더니 나에게 몰려든다. 마치 "사진 찍었으니까 물건 사!" 라고 하는 것 처럼 ..불쌍한 얼굴로 자꾸 보채는데.. 안타깝지만 사양했다.





여기서 좀 앉아 있다가 몇몇의 아이들이 더 몰려와 혼란한 틈을 타 두 아줌마를 따돌리려 혼자 급히 일어나 길을 떠났다.. 뒤도 안 돌아보고 걷다보니 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돌아보니 그 아줌마들이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사실 누가 뒤에 조용히 따라오는 것도 싫은데..아줌마 둘이서 계속 베트남어로 뭐라 수다떨면서 오니까 판테라의 음악을 듣는데도 그 소리가 다 들려서 짜증났다.. 중간에 서양인들 그룹을 3번 정도 만났었는데...혹시 나한테서 벗어나 저 서양인들 그룹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어 빠르게 산길을 추월해 다니곤 했는데..그것도 안 통한다. 어느 정도 거리가 유지되 따돌렸나 싶으면 귀신같이 쫓아와 내 뒤에서 걷고 있다..




여기가 라오차이 마을로 들어가는 다리이다. 기분은 꼭 무슨 관광 패키지 와서 관광지 물건 파는 가게에 입장료 4만동..2천원 내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여기저기서 물건 파는 사람들과 레스토랑들.....



라오 차이 마을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어떤 서양인 아줌마는 자기를 가이드 해준 삐끼들이 고마웠는지 뭔가 물건을 사려고 핸드백을 열자 십여명 쯤의 코스프레한 여자들이 달려들어 핸드백 잡고 물건 넣으려하고 그러는 통에 완전 기겁을 해서 달아난다..


사실 여기 오면서 풍경이 좋다 하는데..사실 어제 갔던..관광객은 나 혼자 였던 그 차 다니는 길이 훨씬 좋았다. 물건 파는 코스프레 현지인들도 없고, 길에는 현지인들만 있고...여기는 뭐 그 두 명의 스토커 아줌마들땜에 신경쓰여서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사진도 못 찍었다.



마을 대충 훑어보고 아 짜증난다... 여기서 더 가면 타 반 이라는 마을이 있다는데..가봤자 또 기념품 팔고 그런 곳일게 뻔한데..짜증이 나서 그냥 사파로 되돌아가기로 결정한다.







머리에 빨간 두건을 쓴 잡상인들의 모습이다.




사파로 되돌아 가며, 버스타고 돌아가려고 옆을 지나던 여행가 무리에게 사파로 가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한다...나도 사파로 가는데 같이 갑시다!!

버스 타는데 어딘지 아냐? 물었더니 우리는 걸어간다고..... 어제 여기 와서 하룻밤 현지인들 집에서 자고 지금 사파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방금 와서 쉬지도 못했는데...쩝.....그래 그냥 같이 걸어가자.... 얘기를 하다보니 체코에서 왔는데.. 내가 갔었던 쿠트나 호라 출신이라고 한다. 반가워서 쿠트나 호라에 대해 얘기하고 슬로바키아의 반스카 스티아브니차의 광산마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그랬다...





오다보니 저런 전망대 난간에서 꼬마애들이 위태롭게 올라가 노는 것이 보였다. 한 여자 아이는 울고 있고.. 저러다 떨어지면 큰 일 날텐데...


오다가 체코 여행객이 구멍 가게에서 물 한 병을 샀는데..시내에서 5000동에 파는 작은 병을 2만동을 요구한다. 주머니엔 1만동 밖에 없는지..배낭을 풀고 깊은 속 안 주머니에서 1만동을 더 꺼내 물을 사고...오는 내내 투덜거린다. 여기 인간들은 다 돈만 밝힌다고.....



2시간? 3시간? 더 걸어 사파에 도착한 뒤....저녁은 맥주 한잔에 꼬치구이들 먹고..그냥 별거 없이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