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Eurasia

VELIKO TURNOVO, BULGARIA (벨리코 터르노보, 불가리아)

오주만세 2015. 2. 25. 19:42




VELIKO TURNOVO (Велико Търново)



벨리코 터르노보는 소피아 이전에 불가리아의 수도였던 역사적인 도시이다.




바르나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을 하지 못한채 하루를 보내고 어쩔 수 없이 소피아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하지만 혹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갈지도 모르고 한번에 소피아까지 가기도 부담스러워 벨리코 터르노보에 들렸다. 플로브디프에 있을때 2년 전에 갔던 곳 또 가는 건 싫어 벨리코 터르노보는 그냥 패스했던 도시데..결국엔 이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 2년 전에 묵었던 곳과 다른 호스텔에 묵었지만 여전히 난방은 형편없고 추운날씨에 호스텔에서 추위에 떨다가 어디로 가야할까 계속 고민만 하다가 떠났다.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어느 한 곳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나마 행복한 고민일텐데..사방이 다 갔던 곳으로 둘러쌓여 있고 다시 재방문 하기도 꺼려지는 곳이었다..그냥 불가리아를 떠나고 싶었다. 아니 유럽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이다. 평생에 한 번 1~2달을 여행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되는 유럽을 3번씩이나 그것도 기간으로 따지만 총 10개월 넘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정말 너무 지겹다.




바르나의 호텔을 체크아웃했다. 달리 갈데는 없었지만 바르나에서 더 이상 머물기는 싫었다. 그래서 계획도 없이 아침일찍 바르나 버스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버스터미널내 벤치에 앉아 버스 스케쥴이 적혀있는 표만 쳐다보고 있었다. 소피아, 부르가스, 플로브디프, 벨리코 터르노보... 도대체 하나같이 모두 갔던 곳 뿐이다. 주머니를 보니 써니 비치 있을 때 곧 불가리아 떠날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에 돈 출금을 안해서 달랑 17레바 밖에 없었다. 그리고 벨리코 터르노보로 가는 버스 요금은 15레바 쯤이었던 거 같다.. 버스터미널 부근에 ATM도 없고 만사가 귀찮아서 그냥 벨리코 터르노보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그리고 버스는 3시간 정도 걸려 벨리코 터르노보에 도착했다. 



버스는 2년 전에 소피아에서 왔을 때와는 다른 버스터미널서 정차해서 지도를 보며 시내중심가 쪽으로 걸어올라갔다. 숙소는 어디서 묵을까 하다가 고기 좋아하는 동생이 플로브디프에 왔을때 묵었던 호스텔이 괜찮았다는 얘기를 한게 생각이 나서 그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2년 전에 왔을 때는 노마드 라는 이름의 호스텔에 묵었었는데 하루에 10유로나 받으면서도 추운 겨울에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아서 덕분에 감기에 걸려 여행을 망친 경험이 있어서 호스텔은 별로 가고싶지 않았지만 사전에 숙소정보도 없이 온 것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호스텔을 찾아 시내를 걸었다. 



2년 전에도 겨울에 왔었는데...건물은 물론이고 조용한 분위기마저 변한게 아무것도 없구나...









버스터미널에서 30분 가량을 걸어 요새 입구 근처에 있는 호스텔 (HOSTEL MOSTEL) 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도미토리 방으로 들어서는데..방에서 싸늘한 냉기가 느껴졌다. 침대 8개가 있는 큰 방에 난방기구는 전기로 작동하는 조그마한 히터뿐.. 게다가 이불은 화투치기 좋을듯한 까칠까칠하고 무거운 담요였다... 하하 이런 곳을 또 10유로 내고 있어야 하나...불가리아의 다른 지방과는 달리 벨리코 터르노보는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어서 은근히 추운데도 참 어이가 없다.

정말 말 안나오는 시설에 어안이 벙벙해서 있다가 인터넷으로 저렴한 호텔을 찾아보니 리뷰 평 좋은 14유로짜리 저렴한 호텔이 눈에 띄었다. 아 4유로 내고 호텔로 갔어야 하는건데....--;













첫날은 밖에 나가서 ATM에서 돈을 출금한 뒤 레스토랑에 가서 핏자 한판 먹고 숙소로 돌아와 추위에 떨며 잠을 잤다. 불가리아를 벗어나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도 고민 중이었다.. 사람들 얘기를 듣고 인터넷으로도 검색해 보니 루마니아는 영하 10도를 넘는 강추위와 폭설 때문에 별로 가기 싫고....아 진짜 골치 아프다 



어쨋든 둘째날 늦잠을 자고 호스텔을 체크아웃하고 호텔로 옮길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하루 더 묵기로 했다. 그리고 특별히 찾아볼거 없는 시내를 구경하러 나왔다. 사실 벨리코 터르노보의 가장 큰 볼거리는 Tsarevet 이라는 요새이지만 2년 전에 왔을 때 입장료 내고 구경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보지 않았던 반대쪽 주택가 언덕쪽을 올라가보기로 했다. 



뭐  입장료가 없다면 한 번 더 들어가서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지만...얼마 안되는 입장료라도 아끼고 싶었다.



그래서 요새를 뒤로 하고 산동네쪽으로 걸어갔다.












길을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홈리스 개 한 마리가 내 뒤를 졸졸 쫓아오고 있었다. 중국 홍웬에서 사냥개에 쫓긴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어 큰 덩치의 개가 나를 따라오는게 전혀 반갑지 않다. 그리고 내가 가는 길은 인적이 드물어서 어느샌가 길에는 나와 개 한마리 뿐이었다. 그냥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근처에 쓰레기통 있으면 가서 냄새 맡으면 뒤적거리다가 먼저 걸어가 있는 나한테 달려오는 것이다. 멀리서 계속 전속력으로 나를 향해 돌진해 오는데 그럴때마다 등골이 싸늘해져서 이걸 계속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면서도 한 30분 정도 걸어갔는데 갑자기 앞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멀리 앞을 보니 다른 홈리스 개 두 마리가 내 뒤를 쫓아오는 개를 보고 짖어대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더니 나를 쫓아오던 홈리스개는 마치 내가 자기 주인인 것처럼 내 바로 뒤로 숨어서 있고..그걸 본 두 마리의 개들이 나를 향해 동네 떠나가라 짖어대며 달려오는 것이었다.--;


두 눈 꼭 감고 온 몸은 순간 얼어붙어서 길에서 꼼짝않고 서서 개들끼리 싸우는건지 장난치며 노는건지 모른채 있다가 짜증나고 무섭기도 해서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 나를 따라오던 개는 다른 개들을 피해 어디론가 사라졌는줄 알았는데 되돌아 가는 길에 나를 보고는 무슨 이유인지 반가운듯 달려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좀 있는 길에 다달아서 개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틈을 타서 겨우 홈리스개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긴장하게 만드는 홈리스개에게서 해방된 뒤 그냥 길을 걷다 강 건너편에 있는 언덕이나 올라가야지 생각했다.





















휴...언덕 위로 올라가 동네를 한참동안 서성이다가 그냥 호스텔로 되돌아 왔다. 밖에서 특별히 할게 없어서 호스텔로 왔는데 손발이 얼 정도로 추운 호스텔에 있다보니 괜히 일찍왔다 싶었다.


그냥 침대 속에 들어가 무거운 이불을 덥고 타블렛으로 책을 읽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던 다른 놈들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러 가지 않겠냐고 묻길래 어디 멀리 갈 거 아니지? 라고 되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츄리닝만 입고 저녁밥만 먹고 올 생각으로 밖으로 따라 나왔다.





가까운 곳은 개뿔..30분을 걸어서 무슨 레스토랑에 왔다.



간단하게 먹겠다는 말도 거짓말이었다.




밥을 먹고나선 클럽도 갔다. 30분이나 걸어서 따라왔는데 혼자 되돌아오긴 뭣해서 그냥 얼떨결에 따라 갔다. 벨리코 터르노보가 불가리아에서도 유명한 대학이 있는 도시라 그런지 젊은 학생들이 많고 클럽도 활기가 넘치는 듯 했다. 근데 난 가까운데 간다고 해서 츄리닝에 옷도 남루하게 입고 와서 그냥 춤만 조금 추다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듯해서 새벽 1시쯤에 혼자 호스텔로 되돌아 왔다. 


아 진짜 춥다..불가리아에서는 호스텔에 숙박하지 말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