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6 Europe

RAKHIV, UKRAINE (라히브, 우크라이나)

오주만세 2016. 8. 6. 02:15







RAKHIV (Рáхів) 




라히브는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우주호로드에 있을 때는 다른 것에 정신 팔려서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여기 우크라이나도 이제 슬슬 성수기에 접어 들었다. 제 아무리 성수기라 하더라도 키예프 오데사 리비우 같은 관광 도시 외에는 사람들이 몰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라히브 같은 시골 마을도 휴양지를 찾아 온 우크라이나 국내 관광객들로 넘쳐서 숙소를 구하기 힘들었고...오래 머물고 싶었지만....숙소를 미리 연장 해놓지 않아서 쫓겨났다...



야렘체에서 하루 머물고 ....라히브로 갔다... 이바노 프란코프스키에서 같이 온 드미트리 아저씨는 야렘체에서만 3일 머물고 오데사로 돌아 간다고 해서 혼자 야렘체로 향했다... 전날 버스 터미널에 가봤는데 공사중인건지..버스 스케쥴 확인도 할 수 없고 매표소도 없고...하는 수 없이 기차를 타고 간다.



키예프에서 출발 해 라히브까지 가는 기차는 야렘체에 8시 33분에 들린다. 라히브까지는 대략 2시간....


7시 30분쯤 호스텔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기차역으로 갔더니 매표소는 8시에 창구 문을 여는 듯 했다. 작은 매표소 구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에게 라히브 라히브 하니까 기다리라는 듯 얘기한다. 그래서 한 20분 기다림 끝에 창구에 직원 아줌마가 앉자마자 가서 라히브 가는 기차표를 샀다.. 50 히브리나 정도..이바노 프란코프스키에서 야렘체 오는 기차는 12 HRV 였는데 같은 거리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야렘체 ~ 라히브 구간은 왜 50 HRV나 하는 걸까...암튼 기차표를 사고 플랫폼으로 가려는데 구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나를 보며 돈 달라고 하는 시늉을 한다...--; 아이고..그냥 무시한 뒤 플랫폼 앞 벤치에 앉아 기차를 기다렸다. 


대충 정시에 맞춰서 기차는 도착...기차에 탑승해보니 야렘체로 올 때 탔던 낡은 기차가 아니고 침대칸 기차였다..내 좌석도 침대칸....뭐 시트도 안 갈아주고 당연히 앉아서 가는 것이지만...침대열차였다. 




2시간 정도 걸려 라히브 기차역에 도착...바로 알아봐둔 호스텔로 이동..







하루에 80HRV 요금의 호스텔인데...엄청 좋다..깨끗하고..주방도 잘 되어 있고 호스텔 정원에는 그네와 오두막도 있고....바로 옆에는 강이 흐르고..날씨도 그렇게 덥지 않고..아 여기서 한 보름은 머물러도 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호스텔 외에는 부근에 별다른 편의시설이 없다....슈퍼마켓도 러시아 스타일의 작은 곳만 있어서...물건 사기 힘들었다..



첫날은 볼 것 많지 않은 작은 동네 마실...한 30분이면 다 보는 동네이다..























천천히 억지로 천천히 걸으며 1시간 정도 걸려서 동네 구경을 마치고...어디 커피숍에서 커피나 한 잔 할까 했는데..커피숍 찾기도 힘들었다..겨우 찾은 위 사진의 성당같은 곳 앞에 있는 카페에선..



카푸치노를 시켰더니 믹스 커피 같은 정말 맛대가리 없는 커피를 가져온다...뭐 400원 정도 밖에 안 하지만...400원 내고 다시 먹고 싶진 않다..









그리고 여기 다리를 건너려고 할 때 어떤 군인인가..경찰놈이 차를 내 옆에 정차 시키더니 갑자기 신분증을 요구한다. 뭐?..아오 짜증나...이란에서도 그러고 아르메니아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 또 이러네..애초에 영어가 안 통하면 말을 걸지 말던가..개짜증나는 새키 아휴..

이 경찰인지 군인인지 때문에 30분 넘게 길에서 붙잡혀 있었다. 진짜 개 어이없음..나중에 붙잡고 시간 낭비해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라도 했으면 덜 기분 나쁘겠는데 쌍놈이 어딜 전화하다가 고개짓으로 가라고 한다....뭐 이딴 놈이 다 있지..진짜 어이가 없어서...




암튼 동네 마실 나갔다가 맛 대가리 없는 커피 마시고.. 또라이 개생키 때문에 기분 잡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은...호스텔에 같이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영어로 된 메뉴판도 없고..메뉴판에 사진도 없다....메뉴판 쳐다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날 보고 여직원이 호스텔로 가서 리셉션 직원을 불러와서 겨우 주문을 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호스텔 직원도 영어는 잘 못해서 뭘 시켰는지도 모르는 채 테이블에 앉아 기다렸다.



내가 주문한 건 치킨 돈가스 같은 음식과 러시안 스타일의 수프였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맵을 보며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근처에 있는 뒷산에 올라가기로 했다. 멀리서 보면 집들이 듬성듬성 있는 걸 봐서는 등산하는 산이라기 보다는 그냥 사람들 사는 산동네...




2


비포장 흙길인데도 가끔가다 차나 오토바이가 지나다닌다..



뒷산에 사는 꼬마애들이 자기들끼리 놀다가 나를 보면 웃으며 도망가거나 인사하고 한다..뭐 어제 같은 경찰인지 군인같은 놈은 없어서 다행이다..





















천천히 30분 쯤 걸려 거의 정상 부근에 다달았는데...남매로 보이는 꼬마애들이 계속해서 길 따라 올라가려는 나를 뒤에서 부르며 뭐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서 영어로 바이~ 바이~ 하는데 계속 뒤에서 알 수 없는 말들을 큰 소리로 외치다가 결국은 내 곁으로 다가와..








바닥을 가리키며 죽어있는 뱀을 보여준다...아마 뱀 나오니까 올라가지 말라는 말인듯 했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더 올라가봐야 별 볼일 없을 거 같기도 하고..뱀 나온다는데...--;





고맙다 꼬맹이들아!



올라왔던 산길을 다시 내려와 숙소로 되돌아갔다.








호스텔 주방에 누가 남기고 간 쌀이 있길래 볶음밥 만들어 먹었는데...--; 괜히 했다...밥이 진짜 맛 없네...



4일간 머물고 마지막 날 3일 더 머물겠다고 호스텔 직원에게 말했더니 호스텔 예약 만실이라 체크아웃 해야 한다고 한다.. 휴...어딜갈까...여기 라히브에 다른 300 HRV 짜리 아파트도 찾았는데..와이파이 연결 상태가 안 좋다는 리뷰가 많아..그냥 단념하고..라히브를 떠났다..

어딜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체르니히우로 갔다.


라히브는 이런 성수기보다 사람 없을 8~10월 가을 쯤에 와서 한가하게 보내기 좋을 것 같다..아쉽지만 떠났다..